“‘당신들이 을의 피 눈물을 알아”
“‘당신들이 을의 피 눈물을 알아”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3.05.10 15: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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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 힘없는 서민들은 무작정 당해야만 하는가

               신도성 편집위원
힘없는 서민들에 대해 가진 자로 불리는 이른바 갑(甲)의 횡포로 인해 우리 사회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욕설 횡포가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분노를 촉발시켰다. 대기업 임원이 비행기내 여승무원 폭행과 졸부인 제빵회사 사장이 차를 빼달라는 호텔 직원의 뺨을 지갑으로 때린 사건에 이어 남양유업 사원의 무자비한 욕설이 ‘갑에 대한 을의 반란’으로 점화됐다.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갑을로 호칭되는 것은 계약서의 문구 때문이다. “갑은 을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로 적혀져 있는 불평등 조약이 곳곳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여 이권을 챙기고 있거나, 심할 경우 폭언과 폭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돈과 권력 만능의 물신풍조가 만들어낸 갑을문화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흉내 내어 약자를 괴롭히는 왕따문화로 점화되고 있어 큰 일이다.

갑을사회의 한심한 사례를 볼 때마다 필자는 모 회사 회장의 악다구니 모습이 떠오른다. 그 회장은 자기보다 높은 이른바 ‘슈퍼 갑’(예를 들면 국회의원, 시장,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 검찰, 경찰, 공무원, 대기업, 은행 등)에 대해서는 비굴하리만치 웃음을 띠고 극진히 대접한다. 그러다가 자기 회사 문안에만 들어오면 전혀 딴 사람이 되어 전제국가의 왕으로 돌변한다. 밖에서 겪었던 스트레스를 풀려고 그러는지 전화로 남자직원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는 것도 모자라 여직원에게 전화통까지 집어던지는 등 온갖 추태를 벌였다.

이 회장이라는 사람은 가끔 선행을 베풀어 언론에 보도되고, 세금도 잘 내어 국세청장으로부터 상도 받은 얼핏 보면 멋진 사람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돈과 권력을 맹신하는 속물이다. 직원들은 짠 월급에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근무하다가 못 견디면 나간다. 그러면 얼마든지 들어올 사람이 많다는 속셈이다. 한 회사의 사례이지만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가 “자신은 을이다”라고 여기고 있다.

물론 대기업이나 일반 회사, 그리고 사람에 따라 협력업체를 존중하고 아랫사람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분들도 많이 있다. “갑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사람이 적어지도록 수직적 힘의 사회보다는 수평적인 평등사회로 변화시키는 조직문화를 형성해나가야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삐뚤어진 갑을관계는 본사와 대리점간,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대형유통업체와 중소입점업체, 프랜차이즈와 가맹점 간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검찰과 경찰, 공무원, 은행원 등 슈퍼 갑들에 대한 접대는 끝이 없다. 예를 들어 애경사에 안 갔다가는 괘씸죄에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에서 갑들은 각종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강요하고 명절 때면 선물은 물론 떡값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썩어도 너무 썩은 세상이다.

부끄러운 자화상인 삐뚤어진 갑을관계 반드시 청산해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끄러운 자화상인 삐뚤어진 갑을관계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 우리의 전통인 이웃의 아픔을 나누며 상부상조하는 우리의 전통을 이어 받아야 한다. 신자본주의 승자 독식문화가 기승을 부리도록 방치하면 안 된다.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지난해 10월의 어느 날 조치원읍 한 한정식 식당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 사회 갑과 을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세종시청 공무원들이 그 식당에서 식대를 깎으려 한 사실이 시민의 제보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세종시 공무원들의 그날 저녁 회식자리는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마치고 모인 자리였다. 이들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자리를 겸하고 70만원에 가까운 식사비와 술값이 나왔지만 세종시에서 지급된 법인카드로는 50만원 이상을 사용할 수 없어 50만원 선으로 식사비와 술값을 조정하려고 금액흥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망신을 산 것이다. 식당 여자 직원이 항의하자 법인카드로 50만원을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감사관실 한 공무원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괘씸죄가 적용되어 들볶였지는 몰라도 그 식당 여사장은 그 후 여러 차례 세종의 소리에 전화를 걸어와 누가 그런 것을 일렀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런데 10여년 넘게 조치원읍에서 잘나가던 그 한정식당이 한 달 전쯤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쭈꾸미식당이 들어섰다. 이유가 궁금하지만 어떻든 씁쓸한 세상이다. 그러기에 왜 우리 사회의 최고 철밥통인 관료들의 말을 안 들어주어서 그런 피해를 당했느냐고 지적해도 대꾸할 말이 없다.

슈퍼 갑인 대재벌과 관료 횡포 이제 더 이상 방관해선 안돼

부정부패가 만연된 우리 사회는 검찰-경찰-공무원-교육계-종교계-사이비 언론 등 부패의 먹이사슬이 칭칭 감겨있어서 큰 걱정이다. 물질도 그렇지만 정신세계도 썩어서 갑의 을에 대한 안하무인적인 태도는 심각하다. 갑이 을에 대한 성폭행과 추행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중인 가운데 윤창중 전 청와대대변인이 미국의 한 호텔에서 성추행 혐의로 미국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어 어글리 코리안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갑의 횡포를 여실히 드러냈던 남양유업은 을과 소비자들로 부터 호된 질책을 받고 있다.<사진은 남양유업 세종 공장>
시집살이를 호되게 치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얻은 후 더욱 호되게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은 갑과 을의 처지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시회의 슈퍼 갑인 대재벌과 관료의 횡포를 이제 더 이상 당하고만 살아서는 안 된다.

이번에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통과시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원청·하청기업간 부당거래 때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하도급법 개정안과 올 하반기에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매출 전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일명 프랜차이즈법)은 의미가 크다. 경제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갑의 횡포를 근절할 수 있는 법안 제정과 국민적인 노력이 계속 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의 원동력인 공직사회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개과천선해야 한다. 정의사회 구현의 단초는 공직사회가 부패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겸손하고 착한 한국인으로 거듭 나기 위해 개개인 모두가 분발하자. 나보다 약한 사람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해꼬지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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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 2013-05-16 18:04:49
해코지는 하지 말자.........

못 박은 자리
못 빼고 나고 자국이 남습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