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에 "당신 나 알아요"
"안녕하세요"에 "당신 나 알아요"
  • 조한수
  • 승인 2013.03.2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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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수 칼럼]신뢰주는 인사문화...사람 냄새나는 세상 아쉬워

   악수는 권력이 신에게서 통치자에게 이양을 뜻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낮선 사람에게 악수와 함께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문화가 아쉽다.
고국에 귀국하여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경험한 일이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단지 내를 돌고 가까운 야산에 오르내리면서 아침 산책을 즐기던 필자는 만나는 이웃들에게 “안녕하세요?,” “오늘 날씨가 참 좋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였다.

그러자 나의 인사를 받은 어느 할머니 한 분이 나를 아래 위로 훓어 보시더니 대뜸 “댁이 나를 아시유?” “아니오 모르는데요” “그런데 왜 나를 아는 사람모양 인사를 반갑게 하는거유?” “인사를 꼭 아는 사람한테만 하나요? 인사를 서로 주고받고 하면 기분이 좋잖아요. 할머니” 그러자 그 할머니는 별 실없는 사람을 본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없이 지나가셨다.

지금 필자가 살고 있는 첫마을 아파트에서도 필자가 살고 있는 단지 내에서는 서로가 인사하며 살면 좋겠다 싶어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젊은 아주머니나 젊은 아빠들 심지어는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한테까지도 말을 걸며 인사를 한다. 그러나 상대의 반응들은 별로 내키지 않은 표정들이다.

무엇이 이러한 삭막한 문화를 만들었나?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예의가 바른 예의지국이라고 하였다는데, 그 후손이 된 현대의 대한민국은 왜 이리도 경직되고 삭막한 것인가? 그 원인이 궁금하다. 이 좁은 국토 안에서 너무도 많은 사람이 살다보니 나를 제외한 모든 상대적인 사람들에 대해서는 경쟁자로 보기 때문에 그러한가? 아니면 요사이 사회가 하도 악해서, 각종 흉악한 성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에 조심하기 위해서 무조건 낯선 이에 대해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받지도 말고 표현도 하지말자, 하는 식의 자기 보신용 새로운 문화가 생겨서 그러한가?.... 잘 모르겠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던 필자로서는 서로 만나는 이마다 반갑게 인사하는 문화가 체득이 되어서 그런지 아무에게나 만나면 인사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아침 산책 시에 또는 커피 한잔에 프랜치 토스트를 먹는 카페에서 혹은 자동차 기름을 주유하는 그 시간에도 사람이 있는 곳이면 장소와 시간을 막론하고 반갑게 인사하고 금방 말벗이 되어 세상살이에 대해서 수다를 떨며 그들의 지혜를 배우고 문화를 배운다. 그들 역시 필자와의 대화를 통해 우리에 대한 것을 배우기도 하고 관심을 갖는 가운데 어느새 서로의 안부를 묻게 되는 친구가 되어 버린다. 이것이 외국 생활에서 몸에 배인 필자의 문화정체성의 한 모습이다.

그러나 고국에 와서 이러한 나를 이상한 외계인 취급을 하는 눈빛들을 보면서 나도 어느새 부터인가 인사하는 것도 줄어들고 점점 무뚝뚝하고 예의도 없고 이웃에 대한 최소한의 미소조차 거부하고 있는 2013년의 대한민국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새삼 인사의 한 표현인 악수문화에 대해서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주 오래된 기록에 의하면 악수는 권력이 신에게서 지상의 통치자에게 이양되는 것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것은 이집트의 동사‘ 주다(to give)'라는 단어의 뜻이 상형문자로 손 모양으로 그려져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한국의 여성 대통령의 선물받았지만...북쪽의 철없는 지도자들이 악수의 철학을 알았으면

기원 전 1800년 경,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는 왕이 바빌론 문명의 으뜸 신인 ‘마르둑’ 신상의 손을 잡도록 되어 있었다고 한다. 새해 축제 기간에 매년 거행되는 그러한 행동은 다시 일 년 동안 왕의 신의 권위를 통치자 왕에게 이양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 의식이 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 앗시리아인들은 바벨로니아를 패배시키고 점령했을 때 앗시리아의 왕들은 신의 노여움을 사지 않기 위해 대대로 그러한 의식을 거행하였다. 먼 훗날,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가 로마의 시스틴 성당의 천정에 멋지게 그려놓은 것은 바로 이러한 악수의 측면을 묘사한 것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 이외에도 악수에 대해서는 여러 떠도는 민간설화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로, 옛날에 어떤 사람이 잘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에는 반사적으로 옆에 있는 단검에 손을 대는 반응을 보였다. 상대방 낯선 사람도 역시 그 같은 행동을 하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서로를 빙빙 돌며 시간을 보냈다.

마치 서부영화에서 총 잡이들이 서로를 견제하기 위해 빙빙 도는 것을 상상하면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렇게 빙빙 돌다, 죽을 때까지 싸우기 보다는 화해를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서로가 들게 되면 두 사람은 단검을 칼집에 꽂고 호의의 표시로 무기를 쓰던 오른 손을 서로에게 내밀었다. 그래서 역사상 무기를 들고 싸운 적이 없는 여성들 사이에는 서양에서는 악수하는 습관이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인사의 예절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모자를 벗는 신사들의 예의는 포로가 정복자에 대한 복종을 표시하기 위해 옷을 벗었던 고대 앗시리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새로 들어온 종들에게 윗도리를 벗도록 했다. 이렇게 의복을 벗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경의를 표하는 행위이다. 로마인들은 샌들을 벗은 후 그들의 신전에 들어갔고 신분이 낮은 사람은 상전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신을 벗었다. 영국에서는 여자들이 왕을 만날 때는 장갑을 벗었다.

사실 남자가 절을 하고 여자가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하는 제스처는 상대에 대한 복종 혹은 경의를 표시하는 예의였다. 유럽 중세시대에는 영주에게 농노임을 표시하는 상징으로 모자를 벗어서 ‘나는 당신의 충성스런 종입니다’라는 제스처를 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역사에서는 신분이 같은 남자끼리도 서로 모자를 살짝 벗는 제스처로서 서로에게 경의를 표하는 표준 예법이 되었다고 한다.

   아는 사람에게 정겹게 인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르는 이웃에게 미소와 함께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는 건 사람사는 세상을 느끼게 하는 행동이 되고 있다. <사진은 정홍원 국무총리가 세종시청을 방문, 민원인과 반갑게 악수를 하면서 환담을 하는 장면>
인사는 서로에게 자기의 겸손과 함께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기본적인 행동이다. 최초 여성 대통령을 선물로 대한민국은 받았다. 취임식 날, 여성 대통령이 단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굳게 악수를 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저 북한의 철없는 통치자도 이 악수의 철학을 배웠으면 좋겠다. 남과 북이 서로를 신뢰하는 인사가 있다면 이 땅에는 전쟁의 공포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우리 이웃들도 마찬가지이다. 서로가 삭막한 담을 쌓고 점점 이기적인 고립무원의 유인원으로 살 것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며 신뢰하는, 사람 냄새나는 진짜 사람이 사는 우리 사회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 때나, 만나면 반가운 얼굴로 “안녕하세요? 좋은 날입니다.” “행복 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이러한 복된 인사로 서로를 축복하는 그런 넉넉한 우리나라, 우리 사회가 되면 정말 좋겠다.

     
 
     
 
 
조한수, 서울출생, 미국 Lee University졸업(B.Sc), 동대학원 졸업(M.div), 총신대 수학, 독립개신교회 신학교 수료, 뉴질랜드 선교 20년간 사역, 현재 세종개혁교회 목회 사역 중irchurc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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