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지방의회 의원 가족에 일감 '몰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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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일보 제공
  • 승인 2012.02.16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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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홍성군 부당 수의 계약 140건 덜미 ··· 메가톤급 후폭풍 예고

감사원 특별점검서 적발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간의 검은 뒷거래,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그들간의 ‘불편한 진실’이 베일을 벗었다. 충남도와 홍성군이 각각 도의원, 군의원들과 직접 관련된 특정업체와 부당한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사정당국에 의해 사실로 확인됐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집행부와 의회간의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사실로 밝혀져 후폭풍이 예상된다.

감사원은 전국 25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토착비리 척결을 위해 건설공사와 관급자재 구매 계약 실태를 특별점검한 결과, 일부 지자체가 지방의회 의원의 가족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한 업체 등과 부당하게 수의계약을 체결한 내역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父·妻·子 명의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감사원에 따르면 충남도는 A 도의원의 아버지가 지분의 50%를 보유한 B 업체와 2007년 10월부터 2008년 11월까지 지방도 확·포장공사 전기공사 관급자재 공급 등 4건, 6억 7000여 만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또 C 도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D 인쇄사에 2008년부터 2010년까지 96건, 3억 6400만 원의 인쇄물을 몰아준 것으로 파악됐다.

홍성군은 E 군의원의 배우자와 자녀가 지분의 77.5%를 소유한 F 업체와 2006년 3월부터 2010년 4월까지 기계화 경작로 확·포장공사를 비롯해 28건, 3억 7900여만 원의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G 군의원의 아들이 대표로 있는 H 업체와 2006년 3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마을 석축공사 등 12건, 3억 3600여만 원을 수의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수조사로 비리 캐면 ‘고구마 줄기’
감사원이 파헤친 충남 광역·기초자치단체 2곳에서의 부당거래에는 4명의 지방의원이 연루됐고, 규모는 140건, 17억 4900만 원으로 집계됐는데 전국 244개 지자체가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는 사업 전반에 걸쳐 세밀한 감사가 이뤄질 경우 실제 비리 규모는 엄청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20여년 간의 부당거래를 캐낸다고 가정하면 16개 시·도와 228개 시·군·구에서 자행된 비리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범죄로 기록되고, 거래액은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방의원 유급제 전환 후 ‘차명’ 업체 운영
지방의원들은 2006년부터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제로 전환되며 겸업이 금지되자 직계가족 명의로 사실상 건설업체, 인쇄업체, 식자재업체 등을 직접 경영하며 지자체에 압력을 행사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

더욱이 친·인척과 고향 선·후배, 친구 등이 운영하는 업체들에 대해서도 뒤를 봐주고, 차기 선거를 의식해 정치적으로 도움을 받는 지지자들의 사업체에도 보은(報恩) 차원에서 암암리에 특혜를 주며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충남도의 한 주무관은 “각종 수의계약 발주시 도의원들로부터 ‘특정업체를 밀어주라’는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고 있다. 직원들의 불만이 높다”며 “의원 배지를 달려고 목을 매는 게 다 그런 ‘끗발’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의거, 지방의원 본인과 배우자, 직계 존·비속이 50% 이상 지분을 소유하거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업체와는 수의계약이 금지된다”며 “충남지사와 홍성군수에게 부당계약이 적발된 업체들의 입찰 참가를 제한하고, 계약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도 확인
한편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태안군(2010년 3월 정죽배수지 시설공사 관급자재 구매 등 4건, 6억 5200여만 원)과 홍성군(2010년 5월 홍주성 역사관 건립 전기공사 관급자재 구매 9000여만 원)이 수의계약 자격이 없는 업체와 부당하게 계약을 맺은 사실도 확인,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지자체에 요구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김재중 기자 jjkim@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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