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사에 쥐불 놓은 '엉터리 문화재 행정'
현충사에 쥐불 놓은 '엉터리 문화재 행정'
  • 금강일보
  • 승인 2013.03.0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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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충해 방지 이유로 경내 잔디밭 태워
문화재 바로 옆…화재 위험 노출 아찔

아산 현충사 경내 잔디밭이 병충해 방지를 이유로 불태워져 문화재청의 문화재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시커멓게 그을린 현충사 잔디밭 전경. 아산=이진학 기자
문화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에는 임진왜란 당시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성웅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현충사가 자리해 있다.
이순신 장군의 유적지이자 영당(사적 제155호)인 현충사는 1706년(숙종 33년) 서원을 세우고 이충무공과 이완 등을 배향했으며 1707년 ‘현충사’로 사액됐다.

현충사는 1868년(고종 5년) 서원 철폐령으로 철거됐다가 1922년 다시 세워졌으며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현충사 성역화 계획을 추진 본전 등을 새로 세워 현재는 문화재청 산하 현충소관리소가 관리를 맡고있다.
장군이 어려서 이사를 와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살았던 이곳에는 지금까지 종가가 보존되고 있으며 국보 제75호인 난중일기등 국보 3종 9점, 보물 17종20점, 지정대상 2점, 기타 6점 등 40여 점의 유물이 일반에게 공개돼 나라사랑의 정신을 기리고 있으며, 이중 9점은 이순진 장군 종가에서 지난 2009년에 기탁했다

이렇듯 나라사랑을 몸소 보여준 장군의 정신을 기리는 문화사적인 현충사가 잔디밭 관리를 이유로 장군의 생가와 사당, 유물전시관이 있는 경내 잔디밭을 소각하는 등 화재위험에 노출되고 있어 이에 대한 안전불감증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7일 현충사 관리소와 아산시 등에 따르면 관리소는 지난달 15일 부터 오는 15일까지 아산시에 현충사 경내에 대한 소각신고를 제출했다.

관리소 측에 따르면 현충사는 매년 이맘 때 병충해 방지를 위해 잔디밭을 소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소각되는 잔디밭은 수천 평 규모로 현충사 내방객 중 일부는 장군의 생가가 인접화 활터주변의 까맣게 그을린 잔디밭을 보며 의아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충사 내방객 A 씨는 “참배와 함께 경건한 마음으로 경내를 돌아보다 장군의 생가와 인접한 꽤나 넓은 잔디밭 지역이 검게 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자초지종은 잘 모르겠지만 국보와 많은 문화재가 있는 경내에 이렇게 큰불을 낼 수 있나 의아스러웠다. 우리 겨레의 영웅인 장군을 기리는 현충사가 아직도 잔디밭관리를 소각에 의존한다는 것은 너무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충사 관리소 측은 “잔디밭 소각은 매년 진행돼 왔다. 병충해 방지차원에서 시에 신고 후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소화기를 배치해 놓고 소각을 진행하고 있다”며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느긋한 입장이다.
그러나 인근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의 경우 시가 관리를 하고 있지만 전통놀이 행사인 쥐불놀이가 열리는 정월 대보름의 경우 소각신고는 물론 소방차량과 의용소방대원을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문화재 보호법에 따른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이외의 소각행위는 일체 금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문화재청의 화재예방 관리가 너무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농촌진흥청이 병해충 방지를 위한 논두렁 등의 소각이 병해충의 천적까지 없애는 등 효과는커녕 산불발생의 위험성만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농약까지 나오는 마당에 문화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 산하 기관이 굳이 현충사 경내에서 소각행위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문화재에 대한 화재예방 관리체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문화재청 한관계자는 “문화재별로 화재예방에 대한 매뉴얼이 있다”면서 “현충사의 경우에도 이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잔디밭 관리를 위해 해마다 소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현충사 관리소 측에 문의하라”며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현충사 잔디밭 소각신고와는 별개로 산불조심 강조기간인 지난6일에는 현충사 인근 염치읍 서원리에서 한주민이 밭에 있는 영농쓰레기를 태우다 불길이 산불로 번져 소방헬기가 출동, 진화에 나서는 등 해빙기 이후 건조해진 날씨로 인해 산불예방을 위해 지자체 공무원들이 특별근무에 나서고 있다.

아산=이진학 기자 ljh1119@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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