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원 복숭아’ 달콤한 맛, 비밀을 아시나요?
‘조치원 복숭아’ 달콤한 맛, 비밀을 아시나요?
  • 황우진 기자
  • 승인 2019.07.10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종인] 3대 복숭아 농사, 억대수입 올리는 ‘복숭아 왕’ 국촌리 유만식 농민
황토질과 큰 일교차에다 성실하게 나무 관리하고 제 때 시비하는 게 비법
'복숭아 왕' 유만식씨가 올해 첫 수확을 앞둔 복숭아나무를 부여잡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조치원 복숭아는 맛이 첫째이고, 두 번째가 크기입니다.”

복숭아가 이제 제 철을 만났다. 전국에서도 이름이 나있는 조치원 복숭아 그 맛의 원류를 찾아 지난 5일 오후 세종시 연서면 국촌리를 찾아 복숭아 왕 유만식(59)씨를 만났다.

유씨는 복숭아 농사로 농협중앙회로부터 2016년 ‘새 농민상’을 받아 이미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다. 그와의 첫 만남에서 진솔하고 순박한 느낌이 농사가 천직인 농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조치원 복숭아가 왜 유명하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조치원 복숭아 재배는 일제 때 시작되었으니 100년이 넘었습니다. 그 전에도 복숭아는 있었지만 그것은 집 울타리에 한 두 나무 심어 집에서 먹는 과일이었고, 상업적 재배는 일제 강점기에 시작됐습니다. 조치원 복숭아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맛’ 때문인 것 같아요. 조치원은 토질이 구릉지 황토질이고 일교차가 강원도 원주보다 큽니다.”

복숭아 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그의 고향은 선조 대대로 살아온 국촌리가 고향이다.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복숭아 농사를 아버지 대를 이어 5남1녀 중 그가 가업을 물려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하고 1988년도부터 복숭아농사를 시작했으니 이제 한 30년 넘게 복숭아 농사일을 한 것 같아요. 제가 태어난 땅에서 그대로 일하고 있어요.”

구릉지에 펼쳐진 복숭아 농장은 크기가 얼마나 될까.

“제 농장은 6,000평 정도 됩니다. 수확은 평당 1상자니까 1년에 6,000천 상자 생산하고 있어요.”

수확량에 가격을 곱하면 바로 소득이 나오니까 그의 복숭아농장 소득이 어느 정도인지 어림짐작 됐다. 그 해의 복숭아 가격에 따라서 소득에 차이가 나겠지만 억대소득은 훨씬 넘을 것으로 보였다. 판로는 어떤지 물었다.

“제 복숭아는 모두 직거래입니다. 아는 사람들이 방문해서 사가고 택배 주문이 많아요. 한 번 사간 사람들이 또 주문하고 주변에서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와요.”

올해 봄 복사꽃이 피는 계절에 국촌리 무릉도원 아래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유만식 부부

동양에서 복숭아는 원래 신선이 먹는 과일로 알려졌다. ‘천도복숭아’ 이름도 그렇게 생긴 것이다. 무릉도원이라는 말은 어떠한가.

무릉도원은 동양3국의 이상향이다. ‘도연명의 무릉도원’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봄날의 정취는 동양3국에서 천국으로 생각되었다. 그 무릉도원에 열린 과실이 하늘의 과일 ‘천도복숭아’라는 이름을 얻었다.

국촌리 무릉도원에 사는 유씨는 ‘복숭아 왕’으로도 유명하다.

“복숭아 축제 품평회에서 몇 번 대상을 받았습니다. 복숭아 축제 때 각 농가에서 출품한 복숭들을 품평해서 상을 주는데 심사위원들과 소비자가 스티커를 붙여서 제일 점수가 많은 사람이 상을 받아요.”

맛있는 복숭아를 재배하는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자세히 물었다.

“요즈음은 여러 가지 정보가 인터넷이나 책자에 나와 있어 모두 공유하게 되지요. 그러니 나만의 비법이라기보다 얼마나 성실하게 나무를 관리하고 적시에 퇴비를 주는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복숭아 재배에는 농한기가 없었다. 복숭아 수확이 끝나면 9월 초중순에는 나무에 ‘감사비료’를 준다.

복숭아나무 산후조리하는 '새농민 복숭아 산파전문가'

“복숭아 수확이 끝난 나무는 아기를 낳은 산모처럼 쇄약해져 산후조리를 잘 해줘야 합니다.”

‘복숭아 산후조리’라는 말을 처음 듣고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역시 전문가다운 생각이었다.

시비가 끝나면 ‘가을 가지치기’에 들어가고 병충해 방제 작업을 한다. 1,2월이 되면 본 전정에 들어가고 3월에는 ‘적뢰’ 꽃눈따주기 작업, 4월 꽃필 무렵에는 꽃따기 ‘적화’, 5월에는 열매따기 ‘적과’, 6월‘봉지싸기’ 작업이 순차적으로 이어진다.

복숭아 농사만을 전문으로 하는 그의 1년 동안 농사일하는 싸이클을 들으니 그의 복숭아가 왜 세상에 유명해졌는지 알만했다.

복숭아는 언제 어떤 종류가 나오고 또 어떤 복숭아가 제일 맛있을까.

2016년 '새 농민상'을 수상한 유만식 부부
2016년 '새 농민상'을 수상한 유만식 부부

“복숭아는 종류만도 300~500종류가 됩니다. 지역마다 다른 종류를 심고 있는데 8월 중순에 수확되는 천중도를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합니다. 황도계통의 우화, 용택이 7월 초에서 중순까지 생산되고, 아까지끼, 마도까 복숭아가 7월 하순에 나와요. 또 홍백, 황귀비가 8월에 수확 됩니다.”

복숭아는 참으로 그 종류도 많았다. 그런데 복숭아종 대부분이 일본종이라는데 또 한 번 놀랐다.

장시간 복숭아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얼핏 옛날 어릴 적 고향에서 복숭아 서리를 하다가 주인 할아버지한테 들켜 줄행랑을 치다 검정고무신을 잃어버린 생각이 떠올라 유씨 농장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없었는지 질문을 던졌다.

“조치원에는 예전에 ‘복숭아 원두막’이 많았어요. 원두막은 바로 경비초소입니다. 조치원에는 군부대가 많아서 서리도둑이 많았어요. 군인들이 배가 고프니 더불백에 복숭아를 서리해가기 일쑤였지요. 군인들은 부대에서 경비를 서지만 조치원은 마을마다 동네 청년들이 복숭아를 지키기 위해 보초를 섰지요.”

미소 지으며 이야기하는 유씨의 얼굴에는 옛날의 푸근한 정감이 넘쳐흘렀다. 닭을 잡아가도, 과일 따가도 도둑으로 비난하기 보다는 ‘서리’라는 말로 서로의 배고픔과 가난을 이해해주며 감싸주던 인심이 살아있는 향토사회의 너그러움을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일화였다.

복숭아 계절에 만난 유씨 ‘무릉도원’의 편안함과 넉넉한 한가로움은 현대사회의 도시민들이 다시 뒤 찾아야 할 우리문화의 정신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농장의 복사꽃 향기와 달콤한 복숭아 맛이 도농복합도시인 세종시 정신문화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