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3.02.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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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 세종시 화려한 그늘 속에 우는 사람들

    신도성 편집위원
명절만 되면 외롭다 못해 괴로운 사람이 많다. 명절이 너무 빨리 돌아온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명절에는 보고 싶은 얼굴들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 사는 맛을 느끼곤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대한민국 중심 행정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가 요즘 상전벽해처럼 건물과 도로가 건설되고 있어 한편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그 이면에 는 아직도 갈 집이 없어 철거를 하지 못하고 낡은 집에서 홀로 쓸쓸하게 명절을 맞는 노인이 많아 걱정이다.

철거예정지역에는 보상은 받았지만 자식들에게 다 빼앗기고 헌집에서 마지못해 노후를 보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명절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그분들에게 명절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세종시에서는 저소득층과 어르신·노숙인 등이 안전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서민생활 안정대책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외로운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에는 매우 미흡하기만 하다.

명절만 되면 전국의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사회복지시설과 어려운 이웃에 대한 위문을 실시하는 등 이웃돕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시설 입소자, 저소득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 평소 소외되고 외로이 지내는 이웃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미화하고 있지만 연례 행사일뿐이다.

문제는 얼마나 외로운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 명절만 되면 잠시 생색내는 것은 외로운 이들에게 후폭풍으로 상실감과 허전함만 커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 명절만 되면 괴로운 사람으로 ‘혼자 사시는 할머니·할아버지’ ‘노숙자분들’‘노처녀와 노총각들’‘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들’‘작년 입시시험을 망친 수험생들’‘자식이 없는 부부들’‘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고향을 가지 못하는 실향민들’‘소년소녀 가장들’‘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관에서 파악한 지원대상자보다 더 외로운 이 찾아 지원

명절만 되면 우리사회가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다 보니 해외여행이나 골프를 치러 나가는 사람들로 공항이 북적거리는가 하면,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아쉬운 고독한 이웃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미국과 멕시코 다음에 빈부격차가 큰 나라가 되어 정부에서 복지정책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취업난과 실업으로 갈 곳 없는 인력이 넘쳐나고 소외된 아동과 노인·장애인들의 한숨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종시의 개발 이면에서 소외되고 외롭게 사는 이들을 위한 지역민의 정성도 종종 보여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 전동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창현씨는 수시로 관내 독거노인을 모시고 정성껏 식사를 대접하는 선행을 생활화하고 있다. 금남면 새마을지도자협의회에서는 올 겨울 김장김치를 담아 어려운 분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분들은 김치를 나누어줄 때 관에서 파악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보다 정말 외로운 이웃을 파악하여 정을 나눴다. 자식은 있어도 왕래가 끊어진 붙잡고 호소할 데도 없는 고독한 분들에게 김치 한 조각과 따뜻한 인사 한 마디는 큰 힘이 되는 것이다.

60,70년대 명절만 하더라도 이웃과 친척 간에 나눠먹는 문화가 있었다. 이제는 나홀로 세대가 많아지다 보니 이웃 간에 교류가 끊겨 고독한 삶에다가 고독사(孤獨死)도 늘고 있다.

우리사회의 고독한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 문화를 생활화 해 남을 위해 십시일반 보태는 일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좀 더 체계적인 지원 활동으로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 어려서부터 생활화 시켜야

‘어려운 이웃이 바로 또 다른 나’라는 인식을 가정과 사회 교육에서 가르쳐 어려운 이를 돕는 봉사활동을 어려서부터 생활화시켜야 한다. 명절마다 바로 이웃의 고독한 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를 조성해나가야 우리 모두에게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

 
명절 때 해외여행을 가면서 즐겁게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가진 것을 혼자 누린다면 빈부 차이와 갈등만 벌어질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고독사(孤獨死)와 고독생(孤獨生)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가족 해체 등으로 인해 고독하게 살아가며 고독사의 두려움에 떠는 고독생(孤獨生)을 바로 우리 이웃이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사가 동네마다 독거노인 관리를 하고 있지만 1인당 관리해야할 주민이 수 백명에 이르러 한계가 있다.

일본에서는 주민으로부터 시작하는 '지역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고독사 예방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호주에서는 텔레크로스(Telecross) 서비스를 시행하여 혼자 살거나 몸이 불편한 노인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응답이 없을 때 조치를 취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명절이 되면 더욱 외로운 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는 ‘예방형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좋은 의견이다. 고독사를 막기 위해 ‘사람과의 교류가 가벼운 마음으로 이뤄질 수 있는 마을 만들기’‘인사를 주고 받는 지역 만들기’‘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거점 만들기’‘적당히 간섭이 가능한 인간관계 만들기’ 등이 어우러진다면 나홀로 사는 분들이 고독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게 아니다”라며 고독사나 자살을 택하는 안타까운 어르신들의 사정을 접하면서 뭔가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설 명절에 외로움에 떨고 있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노숙인 등에게 조그만 정을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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