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판 '헤이리 예술마을', 속빈 강정 전락하나
세종시판 '헤이리 예술마을', 속빈 강정 전락하나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11.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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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 S-1생활권 ‘아트빌리지’ 특혜논란 속 예술인들 반응도 엇갈려
   세종시판 ‘헤이리 예술마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문화예술인마을' 조성 사업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파주 헤이리 문화예술마을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다양한 미술작품들이 자연의 생생한 숨결과 어우러져 또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을 만들어 내고 있는 파주시 ‘헤이리 문화예술마을’. 세종시판 ‘헤이리 예술마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문화예술인마을'(아트빌리지) 조성 사업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행복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원대한 구상과는 달리 현실적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해 우려를 키우고 있어서다. 특히 지역 문화예술인들 조차도 사업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어 사업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행복도시 아트빌리지, 어떻게 추진되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는 행복도시 S-1생활권(B1‧C1블록)에 가칭 ‘창조문화마을’이란 이름으로 문화예술인 거주단지를 조성 중이다. 통상 ‘아트빌리지’로 불려진다.

현재 국무총리 공관 맞은편 호수공원과 인접한 지역으로 행복도시 내에선 핵심 노른자위로 평가되는 곳이다. 문화예술인들을 유치해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영위하도록 해 일반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행복도시 아트빌리지 조성사업 위치도, 행복청 제공

아트빌리지를 기점으로 대통령기록관-세종컨벤션센터-국립세종도서관-세종아트센터-국립박물관단지를 잇는 이른바 ‘문화벨트’를 구축하겠단 계획이기도 하다. 인근에는 세종호수공원-국립수목원-중앙공원도 위치해 문화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아트빌리지에는 문화예술인들의 생활 스타일에 부합하는 주거‧상업공간을 마련하고, 창의적인 공간 배치계획과 건축계획을 수립한다는 구상이다. 부지는 ▲블록형 단독주택용지(B1, 43,323㎡) ▲상업업무용지(C1, 7,796㎡) ▲보행자전용도로(1,092㎡) ▲도로(4,826㎡) 등 총 57,037㎡가 지정됐다.

행복청과 LH는 해당 부지를 '아이디어 및 사업제안공모'로 추진할 방침이다. 사업신청자가 제출하는 아이디어와 사업제안서를 평가해 평가점수가 가장 높은 사업신청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당선자를 상대로 설계조정 및 2차 평가 이후 사업제안서에 제시한 토지가격으로 부지를 공급하게 된다.

분양 예정가는 단독주택용지의 경우 3.3㎡당 215만 4900원, 상업업무용지는 858만 원이 제시됐다. 여기에는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인정하는 문학‧미술(응용미술 포함)‧음악‧무용‧연극‧영화‧연예‧국악‧사진‧건축‧만화 등 11개 분야 종사자만이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1년여 넘게 사업 진척 깜깜 무소식...왜?

행복청과 LH는 지난해 11월 사전설명회까지 개최하고 사업 추진에 의지를 드러냈다. 계획대로라면 올 여름 이미 사업자가 선정됐어야 하지만, 사업은 1년여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어수선했던 대선 국면과 함께 국회분원의 세종시 설치 논의가 본격화 되면서 사업이 후순위로 밀린 게 주요인이다. 국회 분원의 유력 후보지 옆에 부지가 위치해 있다 보니 용역 결과 여하에 따라 아트빌리지 또한 재검토 되어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의 재추진 여부는 아직까지도 오리무중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용역을 마친 후) 국회분원의 위치나 규모가 정해지면 주변에 대한 교통계획이나 토지이용계획 등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면서 "현재로써는 사업이 언제쯤 재개될 지 구체적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파주 헤이리 문화예술마을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사업부지가 노른자위 핵심부지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진 것도 논란이 됐다. 일부 시민들은 "왜 예술인들에게만 좋은 자리에 주택을 공급하느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명칭 또한 논란거리가 됐다. 행복청이 문화예술인마을을 가칭 '창조문화마을'로 명명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핵심 '창조경제'와 연관성이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 지역 문화예술인들, 아트빌리지에 '쓴소리' 일색

행복도시 아트빌리지는 파주의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을 롤모델로 하고 있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문화와 예술의 창작, 전시, 공연, 축제, 교육이 모두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종합적인 예술문화마을이다. 1997년 파주출판도시와 연계한 '책마을'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다른 분야의 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하면서 '문화예술마을'로 개념이 확장됐다. 가수 윤도현, 소설가 박범신, 방송인 황인용, 영화감독 강제규, 강우석 등 문화 예술계의 저명한 인사들을 포함해 다양한 예술분야 총 370여 회원들이 있다.

행복도시 아트빌리지 역시 '세종시판 헤이리 문화예술마을'로 불리우며 지역 문화예술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창작활동을 하며 시민들과 소통·공감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점에서 구미를 당기게 했다. 예술인들끼리 집단을 이뤄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됐다.

   행복청은 아트빌리지를 기점으로 대통령기록관-세종컨벤션센터-국립세종도서관-세종아트센터-국립박물관단지를 잇는 ‘문화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예술인들의 반응은 차가운 모양새다.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만들지 않는 게 낫다"는 쓴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개인당 부지 면적이 비좁아 제대로 된 창작 공간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토지 규모 등 공급 여건을 감안하면 개인 당 배정 토지 규모가 90~100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결국 공간에 개의치 않는 특정 직종의 예술인들만이 기거하는 곳이 될 것이란 우려다. 갤러리나 공연장, 전시장 등을 필요로 하는 직종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종지역의 한 저명한 예술인은 "문화예술마을에서는 작업을 하면서 일부 공간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등 공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현 상황이라면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일부 직종의 예술인들이 독점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예술인 역시 "작품 활동을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유명 작가들이 올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며 "현 부지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성냥갑'에 불과해 보인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예술인들이 쫓겨난 서울의 인사동' 같은 장소로 전락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인 창작공간이 좁다보니 정작 작가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다.

   파주 헤이리 문화예술마을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토지 투기지역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세종시지회 관계자는 "현 부지가 특혜의혹이 있긴 하지만 예술인들 입장에선 비싸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진짜 예술인들이 아닌 소위 '예술인 흉내를 내는', '돈 있는' 예술인들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부지 위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문화벨트를 구축하는 사업이니만큼, 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예술인은 "문화예술은 특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문화가 활성화된다면 그 어떤 것보다 투자 대비 관광수입이 많을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에도 문화가 필수적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예술인들의 입주를 유도하기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복도시 문화 생태계 구축의 첨병 역할을 할 '아트빌리지'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창조문화마을 위치에 대한 특혜 의혹도 있는 만큼 위치변경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분원 등 대규모 시설이 들어올 경우 아트빌리지 배치계획이나 규모 등이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적으로 문화마을은 ▲헤이리 문화마을 ▲고평 생태교통 문화마을 ▲단대동 문화마을-함께 GREEN 마을 논골 ▲제주시 문화마을 ▲문경 문화마을 ▲대봉동 문화마을 등 32개소 가량이 조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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