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장·길국장? 우리는 ‘길 경찰’ 세종경찰 이중고
길과장·길국장? 우리는 ‘길 경찰’ 세종경찰 이중고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10.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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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공백 우려되지만 유치장 운영하지 않아 어려움, 길 위에서 수사력 낭비 지적
   치안수요가 급증하는 세종경찰서가 유치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길 과장’과 ‘길 국장’.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입에 줄곧 오르내리는 신조어다. 국회 등의 업무처리로 인해 과장이나 국장급 간부들이 주로 세종과 서울 여의도를 오가는 '길'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데에서 따온 말이다. 이분화된 행정의 비효율을 꼬집는 대표적 수식어다.

치안인력 부족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세종경찰도 비슷한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른바 ‘길 경찰’이다.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이 늘면서 수사력 낭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유치장'을 운영하지 않아 빚어지는 현상이다.

◆세종경찰, 세종→공주→대전→공주→세종...왜???

세종경찰은 현재 인접한 공주경찰서 광역유치장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피의자 수감이나 조사를 위해선 조치원읍에 위치한 본청에서 공주서까지 30여㎞의 거리를 오가야 하는 실정이다.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경우 광역유치장을 다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게다가 영장실질심사라도 있는 날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피의자를 호송하기 위해 공주 유치장을 찾아 법원이 있는 대전까지 이동해야 하고, 업무를 마친 후엔 공주에 피의자를 입감하고 다시 세종으로 돌아와야 한다. 왕복 100여km가 넘는 거리를 길 위에서 허비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직원들은 공주와 세종을 오가는 불편을 덜기 위해 '남의 집'인 공주서에서 피의자 조사를 벌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송 절차와 이동거리를 감안하면 불편하지만 이곳에서 업무를 보는 게 편하다는 것이다.

경찰뿐 아니라 민원인들의 불편도 크다. 면회를 온 일부 시민들은 조사 중인 세종서를 찾았다가, 피의자를 만날 수 없어 공주서로 발길을 돌리는 일도 잦다.

   세종경찰서 1층 복도 끝에 유치장이 있지만 현재는 운영되고 있지 않다.

◆사건사고 늘지만 치안인력 태부족...유치장 없어 '이중고'

경찰은 지난 2010년경부터 기존 경찰서별로 운영하던 3~4개의 유치장을 통합해 광역유치장을 본격 도입하기 시작했다. 인력의 효율적 운영과 경비절감 등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세종은 공주, 청양과 함께 공주 광역유치장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세종경찰 조직이 확대되면서 세종서에도 유치장 운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주 광역유치장을 사용하기 시작했을 당시 세종서(기존 연기군)는 공주서보다 작은 조직이었다. 하지만 현재(10월 기준) 세종서의 치안 인력은 267명으로 공주서(247명) 규모를 뛰어 넘은 상황이다.

세종시 인구도 28만명에 달해 각종 사건사고도 늘고 있다. 실제 112신고 건수는 지난해 2만 4118건에서→2만 6364건(8월말 기준)으로 9.3% 늘어 지난해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고소고발도 906건에서→991건으로 6.4%, 교통사고는 671건에서→1245건으로 85% 급증했다.

5대 범죄 발생도 증가 추세다. 강간 사건은 2016년 39건에서→2017년 47건으로 20%, 살인도 2건에서→3건으로 늘었다. 강도와 절도, 폭력도 지난해 건수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부세종청사 입주로 각종 집회시위 건수도 지난해 165건에서→올해 172건으로 4.2% 상승했다.

이에 따라 공주서 광역유치장 사용 건수도 정작 공주서보다도 세종서가 월등히 많은 상황. 공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공주 광역유치장 입감 건수는 530여명 정도인데 이중 세종이 300명, 공주가 200명, 청양이 30명 정도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세종서에 경찰 인력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이달 기준 세종경찰의 1인당 담당인구는 1023명으로 전국 평균(456명) 대비 124%, 충남청 평균(507명) 보다 101%나 높아 치안 공백 우려가 크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공주 광역유치장을 오가는 데 시간과 인력이 낭비되다 보니 정작 세종시 관내 사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안행정 비효율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피의자 1명을 호송할 경우 기본적으로 운전원 한명에 경찰 2명이 동승해야 한다. 2명일 경우 5명이 따라 붙어야 해서, 피의자 호송이 있는 날에는 현장 대응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세종서 한 직원은 "세종에 유치장이 없어 직원들이 공주와 대전 등을 오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건사고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치안 공백 조짐마저도...'길 경찰' 3년여 불가피

열악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곳곳에선 치안 공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사기·감금 피해여성을 외면해 무더기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경찰관들의 얘기가 대표적 사례다. 물론 1차적인 잘못은 경찰에게 있지만, 이를 단순히 업무 소홀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련의 치안인력 부족 등이 근본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종서를 관할하고 있는 충남지방경찰청은 당장 세종에 유치장을 운영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에 세종남부경찰서가 2020년경 준공하는 만큼 이곳 유치장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충남청 관계자는 "유치장을 운영하는데에는 최소 6~7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세종남부경찰서 개서 전까지 세종에 유치장을 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부서 개서가 2021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길 경찰'의 불편함은 3년여 이상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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