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990번 노선 반환 소송', 왜 패소했을까
세종시 '990번 노선 반환 소송', 왜 패소했을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7.07.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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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절차법상 제대로 된 절차 거치지 않아, 노선 반환 사실상 힘들 것이란 분석도
   세종교통이 갖고 있던 990번 비알티(BRT) 운영권 반환 법적공방에서 세종시가 패소하면서, 세종도시교통공사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체계 전환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세종시가 세종교통이 갖고 있던 990번 비알티(BRT) 운영권 반환 법적공방에서 패소하면서, 버스공영제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세종도시교통공사를 중심으로 한 대중교통 체계 전환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대전지방법원은 20일 세종시가 지난 3월 세종교통에 요구한 '990번 BRT노선 종료 명령'(이하 노선종료명령)을 취소할 것을 판시했다. 노선을 회수하겠다는 시의 계획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세종시가 왜 패소했는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미흡한 행정, 문제점 곳곳에...

앞서 세종시는 2013년 4월 10일 세종교통에게 990번 BRT 노선(오송역~첫마을 구간) 신설 운행 개선명령(이하 개선명령)을 내렸다. 이후 올해 1월 세종도시교통공사를 설립한 시는, 3월경 세종교통에 990번 노선과 BRT 차량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세종교통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맞섰다.

재판 과정에서 세종시의 미흡한 행정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판결문을 보면, 판결의 승패를 가른 핵심은 '절차상 하자' 문제였다.

시는 990번 노선은 '한정면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간선법(간선급행버스체계의 건설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2014년 6월 3일 신규제정)을 근거로 들었다. 간선법은 운송사업 면허를 ‘6년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세종교통은 "노선종료 명령 전 세종시가 의견 제출의 기회 등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재판부는 세종교통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세종시의 노선종료명령은 '세종교통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에 해당하므로, 명령에 앞서 '행정절차법'상 정한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등의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했다.

시는 "노선종료명령을 한 후 2회에 걸쳐 공문을 보내고 회의 및 논의를 하는 등 충분한 의견 제출의 기회를 부여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추후 BRT 운영사업자가 선정될 경우, 노선과 BRT 차량을 세종시에 반납하기로 (세종교통과) 합의했다"는 점도 노선 반환의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의 행정이) 노선 반환 명령 이후에 이뤄져 제대로 된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세종시가 2014년 12월 18일 세종교통에 보낸 '약속 이행 각서'에 서명·날인이 되지 않은 점도 근거로 작용했다. 각서에는 '운행중인 BRT 차량과 운영장비에 대해 BRT 운송사업자 선정 시(운행명령 종료 등) 이의 없이 반납 이행할 것을 각서로 제출합니다'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세종교통 측 도장은 찍히지 않았다.

   세종시는 세종교통에 990번 BRT노선에 대한 신규 운행명령을 하면서 '운행 종료 시점'을 명기하지 않았다. <사진은 사업개선명령서>

노선에 대한 신규 운행명령을 하면서 '종료 시점'을 명기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

시는 2013년 4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세종교통에 990번 노선(오송역~첫마을 구간)에 대한 운행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시 명령서를 보면 운행 개시 시점만 4월 15일로 명시되어 있을 뿐 종료 시점은 빠져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시는 사업계획변경인가를 통해 세종교통의 990번 노선 운행기간을 '한정'하지도 않아 기회를 날려버렸다.

노선이 '면허'인지 '인가'인지 여부도 쟁점이 됐다.

세종교통은 사업면허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른 면허이고, 노선은 면허가 아니라 인가”라며 “인가 노선의 소유권은 업체에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주장했다. 반면 세종시는 ‘한정면허’란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세종교통의 손을 들어줬다.

운행을 시작한 3년 6개월간 세종교통이 노선을 운행하는 과정에서 세종시가 수차례에 걸쳐 운행 횟수와 시간, 및 구간 변경 등에 관한 사업계획변경 인가를 한 것은 노선 '인가'가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세종교통이 노선의 운행에 관한 법적 지위를 취득한 것은 개선명령의 효력이 아니라 그 이행행위인 '사업계획변경신청' 및 '인가'의 효력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개선명령의 효력은 세종교통의 사업계획변경인가 신청행위가 완료된 지난 2013년 4월 이미 소멸했으므로, 그 후에 세종시가 다시 개선명령을 철회(운행종료명령)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노선 반환 물거품에 공사 존립 '흔들'... 광역BRT 교통망 구축도 삐걱?

판결 내용에 비춰보면 990번 노선 반환이 사실상 물거품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치밀한 준비작업 없이 공사 설립을 너무 서두른 것 아니냐는 비판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공사 설립과정에서의 파열음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세종교통 관계자는 "990번 노선반환 문제 뿐 아니라 꼬꼬버스, 1000번, 1004번 버스 노선에 대한 반환 문제도 시는 우리와 일언반구 협의도 없이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시의 준비가 미흡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세종시가 전국 최초로 설립한 버스 중심 교통공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BRT 등 간선노선 운영을 염두에 두고 공사를 설립했기에, BRT노선을 반환받지 못한다면 공사 설립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광역BRT 교통망' 구축이 매끄럽지 못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여기에는 대전, 충남, 충북, 천안, 공주, 청주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세종교통이 BRT 노선을 운영할 경우 타 지자체와 협의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세종교통에 노선을 한정 면허로 준 걸로 아는데, 그 기한을 명확하게 해 노선을 회수했어야 했다"면서 "교통공사 설립 전 이런 부분을 전달하고 제대로 인수인계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BRT노선을 세종교통에서 가지고 간다면 향후 광역교통망 구축에도 발목이 잡힐 수밖에 없다"며 "출퇴근 시간 때 많은 사람이 몰려 증차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법적 문제로 (교통공사가) 일을 못하고 있다.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항소하거나, 또는 절차적 하자를 보완해 재처분에 나설 지 2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간선급행버스체계의 건설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는 노선을 사유재산으로 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한정면허’를 규정하고 있다"며 "BRT가 막대한 국비를 투입해 아예 별도의 노선을 철도처럼 깐 것인만큼 노선을 사유재산화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세종교통이 990번 노선을 확보하더라도 6년이 경과한 2019년에는 간선법에 맞게 바로 잡아야 한다"며 "법리를 검토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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