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안 때 정말 어려웠습니다"
"수정안 때 정말 어려웠습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7.06.3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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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연기군 투쟁]<하>황치환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 사무처장
   황치환행정수도 사수 연기군 대책위 전 사무처장은 "수정안이 나오면서 투쟁에 힘이 들었다"며 당시를 회고하면서 "세종시 건설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수정안을 위한 아바타였습니다. 주민 간 갈등만 조장했습니다. 일당 주고 맞불 집회를 놓도록 했으니 더 할 말이 없죠.”

황치환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원회 전 사무처장(56)은 당시 수정안을 ‘연기군 죽이기’로 보면서 정 전 총리를 이명박 정부의 마스코트 정도로 표현했다.

앞 서 인터뷰를 했던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김일호씨는 ‘진행형’이라는 말로 세종시 건설의 현재를 평가했고 홍석하 상황실장은 ‘열정과 사명감’으로 연기군민들의 지난했던 투쟁 동인(動因)을 부각시켰다.

황치환 전 사무처장은 세종시 건설은 낙후된 지역 발전의 기회였다는 현실적인 상황이 열정과 사명감을 만들어냈다는 사실과 함께 수정안 제시 이후 어려웠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주었다. 그러면서 손바닥 뒤집듯하는 정부 정책과 국가의 존재 이유 등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인 경험을 했다는 것도 강조했다.

“여야 합의에 의회 국회에서 입법한 사항을 관습법이라는 애매한 잣대로 위헌 판결을 내리는 걸 보고 정말 실망했습니다. 정부의 부도덕성, 떳떳하지 못한 국가 운영 행태를 보고 적극적으로 투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홍석하 상황실장과 27일 시차를 달리하면서 ‘세종의 소리’에서 만난 황 전 처장은 참여 동기를 설명하면서 “1931년 대전, 광주와 같은 날 읍으로 승격된 조치원이 쇠락을 거듭하던 중 신행정 수도라는 아젠다는 곧 지역발전의 기폭제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대를 한꺼번에 저버리게 한 정책이 바로 ‘수정안’이었다. 신행정수도를 버리고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으로 거기에 공주 출신의 정운찬 국무총리가 아바타 역할을 자임했다. ‘매향노’(賣鄕奴), 즉‘ 고향을 팔아먹은 사람’이라는 원색적인 말을 덧씌워 공격했으나 그의 지론은 요지부동이었다.

   수정안 제시 당시 충남도청에서 집회에 참가 하고 있는 황 전 사무처장

“연기군청 광장에서 대통령과 대화 생방송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두고 당시 유한식 군수가 인터뷰를 하게 돼 있었는데 작가가 미리 보내준 질문은 너무 밋밋했어요. 그래서 아예 ‘기업도시는 절대 안 된다. 국가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위반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라는 내용으로 준비해서 그냥 읽어버렸습니다.”

MBC 생방송이었는데 시나리오와는 달리 방송이 되었으니 방송 관계자들은 당황했을지 모르나 연기군민에게는 사이다 맛이었다. 하지만 정 총리는 집요했다. 조치원 역에서 대책위가 집회를 하면 대전에서 일당을 주고 동원해서 전통시장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주민들을 포섭, 독일까지 견학을 시키면서 수정안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수정안이 나오면서 힘들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그게 좋다고 동조했으니 주민 간에 갈등이 생기게 됐죠. 정당, 주민,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면서 집요하게 파고 들었습니다. 나중에는 상당수 먹혀들었죠.”

대책위원회에서 마련한 대책은 교육이었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와 이창기 대전대 교수에게 부탁해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수정안의 허구성을 깨우쳐 주었다. 한편으로는 원안과 수정안 비교 분석표를 만들어 주제별로 알기 쉽게 요점 정리를 해서 배포했다. 정부의 호도에 넘어가지 말라는 뜻이 담겼다.

“우선 대통령 대화에서 수정안 내용 자체가 부실해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이명박은 후보시절에 20여 차례에 걸쳐 원안대로 하겠다고 약속했지 않습니까. 신행정 수도에 들어갈 돈을 대운하 건설에 쓰겠다는 저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수도권 이기주의에 편승하고 4대강 사업에 필요한 재원확보를 위해 신행정수도 무산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황 전 처장은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해 “국가를 위해 큰 마음을 가져야 하는 점에서 부족했다” 며 “학자로서 보다 총리로서 백지화를 위한 마스코트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보았다. 당시 수정안 찬성에 앞 장 섰던 일부 인사들이 지역에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쓴 웃음을 지었다.

“지금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절반의 성공이 지금이어서 갈 길이 멀다고 봅니다. 지자체가 못하는 일을 시민의 목소리를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다행이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모임이 결성되어 그 역할을 할 걸로 봅니다.”

화제는 이날 오후에 열렸던 세종시 탄생과정 기록물 회의로 돌아갔다. 전국에서 모인 세종시민 구성원들에게 세종시 생성의 역사적 과정을 보여주는 만큼 의미있는 일이라는 평가를 했다.

황 전 처장은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세종시 건설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구성원들 간에 문화적 차이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함께 나아가는 매개체가 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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