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도 나는 다 보인다카이"
"어두워도 나는 다 보인다카이"
  • 임효림
  • 승인 2017.06.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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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림칼럼]자식잃은 애미 맘...짐승도 창자가 열두도막난다는데,..

ㅡ자식을 잃은 애미 맘ㅡ

새끼 잃고 죽은 어느 짐승은

창자가 열 두 토막으로 끊어졌다고 하는데요.

그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슬퍼하는 마음이 얼마였으면

창자가 그렇게 까지 끊어졌을까요.

마음의 희노애락이야

짐승보다 사람이 더 깊겠지만

그 사무치고 간절한 마음이

어디까지 가 닿아 있을까요.

아랫 마을 노보살님은 비오는 궂은 날이면 날 궂이를 하시는데요. 밤새도록 잠도 안자고 그 비를 다 맞으며 이산 저산 골짜기 마다 헤매고 다니십니다.

평소에는 아무일 없이 멀쩡하게 농사일도 잘 하시고 이웃집 할매들하고 이야기도 잘 하시며 온갖 농사를 기름 끼가 자르르 흐르게 잘 하시는데, 날씨가 궂은 날 비오는 날이 되면 그만 정신 줄을 놓고 이산 저산 골짜기 마다 헤매고 다니십니다.

인공 난리 때 마을의 장정들이 국군에게 끌려 산으로 가 학살을 당했는데요. 이때 할머니의 생 때같은 외동아들도 같이 잡혀 갔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돌아 오지 못했습니다.

소문만 흉흉해서, 어디 어느 산골짝에 집단 암매장을 당했다, 구덩이 속에다 몰아넣고 한꺼번에 총살을 했다, 하는 말만 들려 왔지요.

하지만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할머니는 "우리 아들은 죽지 않았다. 우리 아들은 죽지 않았다. 그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그렇게 죽을 리가 없다" 라는 말을 반복 하시며, 산속에 홀로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온 산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 와야 한다며 몇날 며칠을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 다녔습니다.

난리도 끝나고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할머니는 아들이 산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며 날이 궂은 날, 비오는 날 밤이면 어두운 산속을 찾아 헤매고 다니십니다.

어느날 나는 큰 결심을 하고 노보살님께 물어 보았습니다.

"노보살님, 깜깜한 밤에 비를 맞으며 왜 그렇게 돌아다니세요."

"아이고, 이 젊은 스님아! 아들을 찾아 가는데, 비오는 게 뭔 대수고, 어두운 게 뭔 별수가? 나는 환하게 다 보인다카이, 아들을 찾아 가는 길은 아무리 어두워도 환하게 다 보인다카이, 젊은 스님이 어미 맘을 어찌 알꼬, 어미 맘을 모리는데, 관세음 보살 맘을 어찌 알꼬, 염불 백날 천날 해 쌓는 것보담 자식 잃은 어미 맘이 되봐야 된다카이."

하시고는 치마자락에 코를 팽ㅡ하고 풀고는 일어나 가셨습니다.<효림스님은 불교계에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스님으로 불교신문 사장, 조계종 중앙 종회의원, 실천불교 전국 승가회 공동의장을 거쳤다. 2011년 세종시 전동면 청람리로 내려와 경원사 주지를 맡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의장 등 시민운동 참가를 통해 진보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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