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산맥, 이건 어떻게 하죠"
"끊어진 산맥, 이건 어떻게 하죠"
  • 임비호
  • 승인 2017.02.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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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호 칼럼]자연의 길, 인간의 길..."쇠말뚝이 문제가 아니다"

 

   세종시 산지 관리 계획에 제시된 산줄기 복원장소인 소정면 고등면 매실로 모습

일제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서 쇠말뚝을 박았다구요?
언론에 간간히 나오는 기사가 있다. 일제가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서 큰 인물이 나올만한 영산(靈山)에 쇠말뚝을 박았고, 이제 그 쇠말뚝을 뽑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볼 때마다 우린 본능적으로 일본 욕을 하고, 쇠말뚝을 뽑는 단체나 인사들을 맘으로라도 응원한다.

그런데 만약 쇠말뚝을 박은 일보다 더 큰 사건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주요 산줄기를 절단 한 일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한다. 쇠말뚝이 민족정기의 혈자리에 침(?)을 놓은 것이라면 산줄기 절단은 신체의 일부를 부러뜨리는 것과 같다.

이 사업은 경부철도를 건설할 때부터 시작하여 국가 개발과 인간 편리라는 명목으로 90년 전후까지 긴박하게 진행되었다. 새로운 도로와 길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나라 등줄기인 백두대간과 팔 다리에 해당되는 주요 정맥 산줄기들을 마구 파헤치며 절단한 것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 세종시에도 이런 흔적들이 고스란히 아직 남아 있다. 표1)은 2012년 기준 세종시 주요 산줄기 단절 현황이다.

위 치 명
단위
현황(2012)
비 고
광역생태축 
단절 지점
호서(금북)정맥
3
 
보전산지축
단절 지점
동림 지맥
3
 
전월 지맥
5
 
팔봉 지맥
3
제1차 산지관리 
지역계획 참조
관암 지맥
2
제1차 산지관리 
지역계획 참조
강변도로 생태통로
0
 

세종시의 주요 산줄기 단절의 문제는 명품 생태도시가 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거시적인 기초에 해당한다. 또한 야생 동물 출몰에 의한 시민 안전, 농작물 훼손에 따른 농가 피해, 로드 킬로 인한 환경문제의 기본 전제가 되기도 한다. 현재 정부는 백두대간 단절 축 복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세종시도 난개발 방지, 도시 재생 등의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에 이 문제도 주요 의제로 상정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제1차 세종특별자치시 산지관리지역계획(2013~2017년)에서는 이 문제를 다루었는데, 세종시의 생태축과 산지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 산줄기 단절 지역의 복원을 제시하였다. 이 보고서에서는 세종시 산줄기 단절 여러 곳 중에서 복원해야 할 1순위로 소정면 고등리 614-1의 도로를 선정하였다(P98 참조). 이곳이 금북정맥(박성대님은 호서정맥으로 명명함)의 본 줄기이기에 중요성도 있고, 지금은 거의 사용이 드문 도로이기에 복원 현실성도 높은 곳이라 선정 된 것으로 보인다.

멧돼지가 출몰하여 위험하고, 고라니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크다(?)
산줄기 단절의 문제는 인근 인가의 안전과 피해와도 관련이 있다. 뉴스에서 간간히 멧돼지가 도심에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보도를 종종 내 보낸다. 멧돼지 출현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없길 바라지만 이 문제를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현실임도 알 수 있다.

   원수산에서 전월산을 잇는 원수산로 생태통로

멧돼지도 사람을 두려워한다. 멧돼지의 행동반경이 적어도 몇 십 킬로는 될 터인데 사람들이 횡단 도로를 만든다고 산줄기를 단절시키었기에 평소에 다니던 길이 졸지에 낭떠러지로 변한 것이다. 낭떠러지로는 갈 수 없으니 인가나 도심 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고라니의 경우도 비슷하다. 고라니는 영명으로 Water deep이다 즉 물 사슴이란 말이다. 습성상 하루에 7~8번의 물을 먹어야 한다. 그러니 고라니는 물을 찾아 산을 내려왔다 올라갔다를 반복해야 한다. 멧돼지와 마찬가지로 산줄기 횡단 도로로 인해 자신의 생활 터전이 섬처럼 고립·축소되었으니 낭떠러지가 되지 않은 인가나 농장 쪽으로 새로운 행동반경을 넓혀야 하는 것이다.

낭떠러지를 피해 내려오다 보니 고라니들은 좋은 먹이감들을 발견한다. 인간에게는 농작물이지만 고라니에게는 그냥 좋은 먹이이다. 본능적으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농작물을 뜯어 먹는 것이다. 고라니들은 농작물이 농민들이 힘들게 지은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또한 산과 강가를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해야 하기에 인간이 만든 강변도로의 차에 로드킬 당하기도 하고, 운전자들을 놀래 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결국 멧돼지 도심 출현으로 인한 위험이나 고라니의 농작물 훼손·로드킬 등은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산줄기 횡단 도로와 강변도로가 가져 온 당연한 결과로 봐야 한다.

세종시 최대 과제가 신도심 원도심 균형발전...
세종시 신도심은 계획도시이다. 2000년 이후에 도심을 계획하였기에 비교적 녹지축, 생태축, 바람길 등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도시계획이 이루어 졌다. 현재 신도심에 가면 도로를 개설하면서 많은 곳에 생태통로를 설치 된 것을 볼 수 있다. 굉장히 긍정적인 도시 개발이다. 이런 도심의 설계는 신도심뿐만 아니라 세종시 전체로 확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종 해밀리에 마련된 연기고개에서 전월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생태통로 상층부

세종시의 최대 과제가 신도심 원도심 균형발전이라고 한다면 원도심의 도시 재생과 인구 유입뿐만 아니라 산줄기 보전을 위한 정책도 신도심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원도심이 자연발전적인 도시의 형태를 띠고 있고, 2000년 이전의 도시 계획으로 산줄기 보전에 대한 개념이 반영 되지 못하였기에 지금이라도 이를 위한 배려를 해야지 제대로 된 균형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야만 원도심도 좀 더 생태·환경적 혜택과 쾌적한 생활을 보장 받으면서 발전할 수 있다.

발전은 보전과 개발의 조화다
유엔에서는 발전을 우리 후손들도 현 세대가 누린 만큼 자연의 혜택과 자원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한도 내에서의 개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자연의 혜택과 자원은 무한한 것이 아니기에 당연히 후손들과 함께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개발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즉 현재의 우리 세대는 보전과 개발이라는 양쪽 면을 동시에 봐야 하는 책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도로나 길을 내면서도 인간의 편리와 이익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동물의 길, 자연의 길도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까지 이행 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수정 보완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고, 사회도 자연을 따를 때 무탈하기에 자연의 길과 인간의 길이 상생 공존하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임비호, 조치원 출생, 공주대 환경과학과 졸업, 세종 YMCA시민환경분과위원장(현), 세종생태도시시민협의회 집행위원장, 세종시 환경정책위원, 금강청 금강수계자문위원, 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전), 연기사랑청년회장(전),이메일 : bibo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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