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귀성길, 책 한권으로 힐링을...
한가위 귀성길, 책 한권으로 힐링을...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6.09.13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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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세종도서관 사서가 추천하는 추석 연휴 필독 도서, 책과 함께 고향으로

이번 한가위는 5일간의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모여 앉아 송편을 만들고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고향으로 내려가는 꽉 막힌 귀성길은 으레 무료하다. 차 안에 있어야 하는 시간도 길다. 교통 체증으로 지루할 때는 한 권의 책을 손에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추석 연휴 때 읽을 만한 좋은 책들을 국립세종도서관 사서들의 도움을 받아 추천한다. '추석맞이 국립세종도서관 사서추천도서'. 꼭 연휴 때가 아니라도 평상시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도록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 등 연령대별 추천도서를 각각 두 권씩 소개한다. 설명은 사서들의 의견을 인용했다. <편집자 주>

 국립세종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한 추석 연휴 때 읽을 만한 좋은 책들. <왼쪽부터 '아저씨 진짜 변호사 맞아요?',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여행자의 서재'>
▲ 아저씨 진짜 변호사 맞아요? (어린이 추천 도서)
학교 다닐 때 1등을 놓친 적이 없고 최연소 변호사가 된 빙빙씨. 현재는 변호사 사무실의 월세도 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패소전문 변호사이다.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건물주인 가족의 고문변호사가 되기로 하는데! 아이를 싫어하는 빙빙씨는 건물주인의 손자인 천방지축 전교 꼴찌 하록과 만나게 된다. 앙숙관계로 시작된 빙빙씨와 하록. 그러나 빙빙씨는 하록과 함께 사채업자에 시달리는 잉어빵 아줌마도 도와주고 꼴찌라고 놀림받는 하록도 도와주며 인간적인 변호사가 되어간다.

이 책은 1등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승승장구 할 것 같았던 빙빙씨가 겪는 시행착오들을 보며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꼴찌가 인생꼴찌가 아니며 1등이 인생1등이 아니라는 간단한 진리를 느끼게 해주는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책 속 한 문장 ☞ “꼴찌라고 다 인생의 실패자, 노숙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109쪽)

▲ 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청소년 추천도서)
이 책은 한 청년이 처음 우리의 전통공예를 마주한 다음 그 아름다움에 대해 남긴 기록이자 여행 에세이이다. 작가는 우리가 흔히 ‘인간문화재’라 부르는 공예 무형문화재 12인을 찾아 여행길을 떠나고 그들과 만나 인터뷰 한다. 작가가 만난 장인들은 동네 아주머니나 할아버지 같이 친근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삶을 옛이야기 하듯 들려준다. 5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장인들은 그렇게 20대 젊은 작가와 소통하며 전통공예가 힘들고 어려운 일만이 아닌 누구나 해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성공이나 대가를 바라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온 무형문화재의 아름다운 삶은, 경쟁에 내몰려 직업의 사다리를 오르다 지친 현대인들에게 감동을 준다.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 삶의 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는 청춘,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보여주고 싶은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선정한 ‘청소년권장도서’이기도 하다. 책에는 또한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에 대한 소개와 한국공예원형지도가 수록되어 있다. 전수교육장에서는 장인의 시연과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방문객을 위한 체험 교실에서 전통 공예를 경험해 볼 수도 있다고 하니 전수교육관을 찾아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겠다.

▒책 속 한 문장 ☞ “남보다 뒤처진다는 것은 당신에게 중요치 않았다. 더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결국 조금 늦게 도착했을 뿐 실력은 뒤지지 않았다.” (107쪽)

▲ 여행자의 서재 (일반인 추천도서)
‘여행자의 서재’라는 제목만 보면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여행 전 읽어볼만한 도서를 추천해주려고 하는 것인지, 저자가 여행을 통해 얻은 풍광이나 경험을 나열한 여행 에세이인지 전혀 감 잡을 수 없다. 이 책은 저자가 읽은 유명한 여행기 24권을 서평처럼 작성한 것으로, 여행기를 읽고 저자가 느낀 감정이나, 에피소드 등을 나열한 단순한 서평이 아닌, 책에 나오는 지역의 역사, 문화, 사회상 등 저자의 철학을 녹여 담은 책이다.

이 책에서 다룬 24권 중, 읽어본 책이 있다면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비교해보는 즐거움이 느껴질 것이고, 읽어보지 않은 도서가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 수 있도록 추천받은 기분이 들것이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나오는 유명한 구절을 소개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이다.

▒책 속 한 문장 ☞ “행복한 여행의 가장 큰 준비물은 가벼운 마음이다. - 생텍쥐페리” (132쪽)

 국립세종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한 추석 연휴 때 읽을 만한 좋은 책들. <왼쪽부터 '안녕하세요!',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 안녕하세요! (어린이 추천도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반가운 인사말! “안녕하세요!” 이 한마디로 세상을 환하게 밝힐 수 있을까? 여기 초롱초롱한 맑은 눈망울에 순수함을 가득 담은 미소로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부엉이 형제가 있다. 아빠 생일 선물로 꽃을 구하려고 부모 품을 벗어나 처음 길을 나서는 중이다. 길을 잃고 헤매면서도 예의 바른 인사를 놓치지 않는다. 가시 돋친 고슴도치도, 시시탐탐 먹이를 노리는 늑대도, 제 일에만 바쁜 심술궂은 돼지도 부엉이 형제의 따뜻한 인사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처음 자식을 바깥에 내보내고 몰래 뒤따라 나선 부엉이 엄마의 시선도 숨은 그림으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부엉이 가족을 비추는 노란 달빛만큼 따뜻하고 포근한 그림책이다.

▒책 속 한 문장 ☞그때 가시를 뾰족뾰족 세운 고슴도치가 나타났어요. “안녕하세요!” 아기 부엉이들이 인사했어요. “아, 안녕.” 고슴도치가 가시를 내리며 대답했어요. (12~16쪽)
 
▲ 연암이 나를 구하러 왔다 (청소년 추천도서)
미노는 은둔형 외톨이이다. 고2때 아버지와 친구로부터 상처를 받은 뒤, 학교를 그만두고 2년째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고 있다. 미노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선생님을 비롯하여 심리 상담사,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 등이 미노를 방문했으나 모두 허사로 끝났다. 그러던 어느 날, 앞니 하나가 없고, 후줄근한 셔츠에 시체냄새가 나는 거대한 몸집의 ‘이야기 선생’이 찾아온다.
‘이야기 선생’은 미노에게 세 차례나 세상을 등지고 혼자 틀어박혔던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연암은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개성과 연암협으로 숨어들었었지만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당당히 마주함으로써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다. 자신을 닮은 연암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노는 조금씩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게 된다. 이야기 선생 또한 깊게 좌절해본 경험을 안고 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래서 미노는 선생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섣부른 조언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일 것이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연암의 이야기가 치유의 손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책 속 한 문장 ☞ “맞서서 주먹을 주고받지 않는 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지 않는 한, 고통은 절대 물러나지 않는 법이더구나.” (206쪽)

▲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일반인 추천도서)
기생충은 우리에게 생소하고 두려운 생물이지만, 이 책은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서민의 기생충 열전」에 나오지 않는 새로운 기생충들의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재미있게 소개되어 있다.
기생충에도 착한 놈, 이상한 놈, 나쁜 놈이 있다. 물고기 혀의 피를 빨아 떨어져 나가게 만들고 물고기가 죽을 때까지 자신이 혀 노릇을 하는 ‘시모토아 엑시구아’를 책임감의 상징으로, 착한 기생충으로 꼽았다. 성병으로 분류되는 기생충으로 오직 사람만을 숙주로 삼는 요상한 ‘질편모충’, 물을 통해 사람의 코로 침입하여 치사율 95%에 달하고, ‘뇌를 먹는 아메바’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파울러자유아메바’등 다양한 범위의 기생충에 대해 알기 쉽게 풀었다. 또한, 우리가 흔히 기생충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다르게 기생충이 알레르기치료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기생충 또한 다른 생물에 조용히 기생하며 지구 생태계 서열 2위가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기생충의 세계에 빠져보자.

▒책 속 한 문장 ☞ “주위 사람들에게 기생충은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생명체고, 볼수록 매력이 있다고 말해 주십시오. 기생충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때, 우리나라도 과학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겁니다.” (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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