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업무 잘하자는 뜻이죠"
"스스로 업무 잘하자는 뜻이죠"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6.06.16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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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윤 세종시 소방본부장 사무실에 CCTV가 있는 이유

   세종시 소방본부장실에 설치된 CCTV
세종시청 6층 소방본부장실.
이곳에는 여느 사무실과는 다른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본부장 집무 공간 머리 위에서 24시간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는 CCTV다.

이 방 주인은 권대윤 세종시 소방본부장.
안동 권씨 후손으로 지난 해 7월 국민안전처 구조기획팀장에서 세종시로 자리를 옮겨왔다. 정통 소방인으로서 강직하면서 국가관이 투철한 공직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런 그가 머리 위에 카메라를 돌리는 이유는 뭘까.
직접 언급한 건 아니지만 쓸데없는 오해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업무 처리에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것을 스스로 다짐하는 마음이 CCTV안에 들어 있다. 내가 하는 행동을 공식적으로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사실은 ‘신독’(愼獨)을 강요하게 된다. 그걸 계산해서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두 번째는 말이 안 되는 민원 퇴치용이다.
억지 춘향격인 민원인에게는 감시카메라는 정신 줄(?)을 잡아주고 헛소리를 멈추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욕설을 섞어가며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악질 민원인에게 “자, 지금부터 녹음을 시작합니다”라고 주의를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뚝 그친다는 한 방송기자의 얘기가 생각났다. 그것과 같은 이치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구청장이 똑같이 CCTV를 집무실 안에 들여놓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이 구청장은 ‘돈’과 연관시켜 설치 이유를 아주 흥미롭게 설명했었다.

그는 돈 봉투는 원래 알던 사람이 그냥 격려차 드리는 것이라며 내민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사람일수록 알고 보면 뭔가 민원거리가 있어 당연히 안 받아야 하지만 안 받아도 꺼림칙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궁지에 몰리면 돈을 안주고도 주었다고 얘기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 구청장의 CCTV 설치 이유는 ‘나 살려고’였다.

세종시 소방본부장에게 돈을 싸들고 올 사람이야 없겠지만 스스로에게 경계의 의미가 가장 큰 설치 이유일 것 같다. 혹여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수단이라는 것이다.

권대윤 본부장은 “아무래도 제가 우선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하게 해 준다” 며 “오시는 분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느냐”라는 말로 설명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서 함께 들었던 말이 입장에 따라 180도로 바뀐다. 못 믿을 게 세상이고 사람이다. 신뢰로 쌓아야 할 인간관계가 이해타산에 따라 너무 쉽게 무너지고 있다. 작은 기계지만 그 힘을 빌어서 라도 쓸데없는 오해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권 본부장의 뜻이 시대상과 맞물려 묘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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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웃음 2016-06-17 11:33:46
너무 미화를 한것 같다는 느낌
나는 요즘 소방쪽 이야기를 듣고는 하는데
이기사는 너무 미화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