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인기, 과연 거품일까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 과연 거품일까
  • 권찬욱
  • 승인 2016.05.1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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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칼럼]권찬욱 배재대 3학년, "트럼프 인기는 현실, 직시해야"

 미디어콘텐츠학과 3학년 권 찬욱
최근 미국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힐러리마저 근소한 차이로 누른 트럼프. 그가 2012년에 이어 이번 대선에도 뛰어들 당시, 아무도 그가 진짜 대통령이 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시도 때도 없는 다른 후보 비방에,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인기가 이렇게 잘 먹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푸어 화이트(가난한 백인)으로 대표되는 신 보수주의자들의 ‘손해 안보는 미국’에 대한 소원을 속 시원하게 주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이 먼저 나서서 우세를 하는 것이 그 증거다. 항상 자본가와 유색인종 우선 정책에 시달려온 그들은 트럼프가 입에 발린 말만 하는 사람과는 다르다며 그는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한다. 자본가와 승자 중심의 사회 재해석이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정치인이 아니다. 트럼프는 내 편, 네 편 할 것 없이 모든 후보들을 도발하며 전혀 대선 후보답지 않은 행보를 보인다. 바보 같지만, 오히려 그의 인기의 주된 요인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내의 정치평론가들이 소위 ‘돌직구’ 같은 말을 하면 할수록 인기가 올라가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특히 현 미국 대선후보 경선에서처럼 여러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던 상황에서는 오히려 지지층의 응집력이 높은 것이 일반 유권자들에겐 더 좋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으레 이런 후보들은 제대로 된 공약이 없이 대선에서 탈락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생각 없고 인종차별적 정책이라고 보이는 공약들이 때론 정상적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멕시코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은 불법 이민 히스패닉을 겨냥해서 발언했기 때문에 공화당후보임에도 흑인들의 지지율이 매우 높다. 히스패닉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다 가져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전체 히스패닉 중 33%가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조사가 있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부하들 중 멕시칸 계 미국인 직원이 있으며 그들이 매우 뛰어나다고 연신 강조하곤 한다. 그는 또한 합법적 이민자들을 위해 장벽 대신 가장 거대한 문을 세우겠다고 공언함으로서 합법적으로 정착한 보수적 히스패닉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그의 포퓰리즘 적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WWE 프로레슬링 명예의 전당 회원이며 다년간 TV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다져진 그의 방송 센스는 6차례의 TV토론에서 드러난다. 그의 주특기는 상대방을 속사포로 비난하면서 얼을 빠지게 만드는 것인데, 다른 후보가 이를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프로레슬링처럼 에너지 넘치는 쇼맨십으로 상대방을 공격해 스트레스를 푸는 대리만족을 주어 인기를 끄는 것으로, 이를 반증하듯 토론회에서 한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질 않았다.

그리고 가장 차별화되는 것이 슈퍼팩 거부. 슈퍼팩이란 이익집단들에게 거액의 선거자금을 후원 받고 선거를 치르는 것인데, 이렇게 될 경우 대통령 당선 시 이익 집단에게 유리하게 정국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트럼프는 모든 대선자금을 자신의 돈과 유권자들의 소액 모금으로 충당하며, 다른 공화당 후보들이 모두 월스트리트에 놀아나는 꼭두각시라고 이야기하고 자신만이 독립된 후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렇게 되니 워싱턴 정치에 완전히 질린 유권자들이 ‘아 트럼프는 최소한 꼭두각시는 아니구나! 해서 지지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 트럼프는 유일무이한 공화당의 경선후보가 되었고, 전 세계는 이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당장 미국을 떠나겠다는 이민자들도 있다. 아직 대선은 후보경선이 끝났을 뿐이고, 공화당 지도부와 힐러리가 아직 트럼프를 놔둘 리도 없으니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정말 만약에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어떠한 방식이든 전 세계는 커다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사회변혁이든, 재앙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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