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등산하면서 바위마다 명필에 취해"
"힘들게 등산하면서 바위마다 명필에 취해"
  • 김장수 유성태극무술관장
  • 승인 2016.04.01 13:38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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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무인들, 공맹고도(孔孟古都) 가다 <10> 태산 중천문에서 남천문까지

 바위에 새긴 초서 글씨를 해독하기는 어렵지만 필체는 날아가듯이 아름답다.
중국 산동성(山東城)에 위치한 태산(해발 1545m)은 중국 오악(五岳) 중 하나인 동악태산(東岳泰山)이다. 오악이란 동쪽으로 동악(東岳)은 태산(泰山)이며, 서쪽의 서악(西岳)은 화산(華山)이고, 남쪽은 형산(衡山), 북쪽은 항산(恒山), 중앙은 숭산(嵩山)이다. 이 모두가 중국에서 제일가는 험난한 산이라 한다. 중국의 중원무림(中原武林)에서 숭산 소림사(嵩山少林寺)를 소림파, 화산을 화산파, 태산은 당연히 태산파가 있다.

김용소설 ‘소호강호’에 보면 태산은 여러 문파중 하나이며(金庸小说“笑傲江湖”中的一个门派,位于天下第一山泰山, 有道教渊源, 创始人为东灵道长,) 천하제일산으로 도교유파이며 창시인은 동영도장이다.

그리고 최신자료에 보면 “2000년 1월1일에 동악태극권 창시인 문혜봉(门惠丰)이 이곳 태산에서 동악태극권을 시연했다”(东岳太极拳 创始于山东泰山, 2000年1月1日. 我国庆典进入 新世纪重要的一项是在 五岳之首的泰山 演练太极拳.)고 하였다. 하지만 확인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직접 본 사실은 숭산 소림사와 화산의 화산파이다. 따라서 소림사에는 소림파가 있으며 화산파는 화산에 있다. 또한 화산정상에 올라서면 화산논검(華山論劍)이라는 비문이 한 둘이 아니었다.

중국인들의 일반적으로 명산(名山)을 볼 때, 태산(泰山)을 오악지장(五岳之長) 또는 오악독존(五岳獨尊)으로 천하제일명산으로 불렀으며, 역대 제왕들은 이곳 태산에서 하늘의 뜻을 받드는 “봉선”(封禪)이라는 제 의식을 거행했기 때문에 명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황제(皇帝)를 천자(天子)라고 하였다. 천자란 하늘의 자식이라 해서 자식인 황제가 하늘 아버지에게 제사 즉 봉선이라는 제 의식에서 비롯되었다.

태산등정에는 정상까지 올라가는 곳에 크게 세 곳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동로(東路)코스로는 천외촌(天外村) 태산입구(泰山入口)와 등산로인 홍문(紅門)이 있으며, 서로(西路)와 북로(北路) 코스가 있다. 우리들의 선택은 천외촌 입구로 정하여 중천문(中天門)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였다.

처음에 태산등정계획에서는 바닥서부터 등정하기로 하였는데 막상 와서 보니 천하(天下)의 명산(名山)을 쉽게 생각 했던 것에 할 말을 잊어 버렸다. 셔틀버스를 타고 약 30분정도 꼬불꼬불 험한 산길을 따라 중천문(中天門)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하차를 하였다. 우리 일행 10명은 여성분들은 남천문(南天門)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먼저 올라가고 남자 분들은 여기서부터 등산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힘들면 쉬었다 가야지...용문 앞에서 우경명, 정두환, 오원근 수련생이 포즈를 취했다.
이번 기행의 최고령자인 신원기 수련생을 필두로 등정을 하는 순간 우경명 수련생 부인이 함께 동행 하겠다고 하여 뒤늦게 출발하였다. 중천문에서 남천문까지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하지만 올라가는 기암절벽 또는 바위에다 글씨를 새겨 놓았는데 서예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마도 좋은 등산코스라고 본다. 주로 글씨체는 해서(楷書)와 행서(行書)로 쓰여져 있다. 가끔은 초서(草書)로도 새겨져 있고 때로는 회화(繪畵)식으로도 수놓아져 있는데 내가 보기엔 천하(天下)의 명필(名筆)이 아닌가 싶다.

태산 등정을 하는 순간 문득 스치는 것이 있었다. 내가 왜 산에 오르는가 되 묻는 것이었다. 중천문에서 남천문까지 오르는 기암절벽에 무엇 때문에 병풍처럼 바위에다 글씨를 새겨 놓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어떤 글씨는 그 지형에 맞는 문맥으로 되어 있고 어떤 글씨는 지형과 형세와 상관없이 쓰여 있고 어떤 곳은 울퉁불퉁한 곳에 표면을 백지장처럼 깎아 글씨를 새겨 놓았다. 그런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올라가는 계단 양옆으로 새길 수 있는 곳은 모두 새겼으며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서로 자랑하듯 특색과 개성이 충만하였다. 산을 오르는 이에 여유를 시험하듯 역대 중국의 황제들과 문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빼곡히 수를 놓았다. 나는 무엇을 남기기 위해 산에 오르는가? 나는 지금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오부대송 문
중국무술(中國武術)의 특징을 보면 동작은 단순한데 명칭은 대단히 호화롭다. 예를 들어 태극권(太極拳)에서 람작미(攬雀尾), 수휘비파(手揮琵琶), 금강도대(金剛搗硾), 청룡출수(靑龍出水)등 명칭 하나하나가 문무(文武)를 겸비(兼備)하더라도 권법을 창안하기 위해서는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대단한 문장력(文章力)이 있어야 가능하다.

태산은 오르고 또 오르면 중간 중간에 통과하는 돌로 만들어진 문(門)들이 많다. 중천문(中天門)버스정류장에서 영천문(迎天門)을 시작으로 오르면 운보교(雲步橋)가 나오며 다음으로는 오송정(五松亭 :진시황제가 이곳 태산에서 봉선(封禪)의식을 하기위해 오르던 중 갑자기 쏟아진 비를 피하기 위해 소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게 되었다. 

그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소나무에게 오대부라는 작위를 내렸다 한다) 나오며, 조금 더 올라가면 오대부송(五大夫松)과 비래석(飛來石)이 있으며 특히 망인송(望人松) 주변은 올라가는 이에 발길을 멈추는 곳이다. 대송산문(大松山門) 까지는 그래도 오를만하다. 여기서부터는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용문(龍門)을 통과하면 마지막 승선방(昇仙坊)이 나온다. 태산등정에서 용문부터 남천문까지가 제일 가파른 돌계단이다. 이곳 올라가는 길을 십팔반(十八盤)이라고도 불린다.

힘들게 등반을 한 후 남천문을 통과하는 순간 미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오원근 수련생 부인이 나를 보고 “관장님은 1시간 15분, 신원기 선생님은 1시간 5분 김양태 선생님은 1시간 10분”이라며 각자의 등반 시간을 알려주었다. 이제부터는 마지막 태산 정상을 행해 간다. 문득 학창시절에 배운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라는 시가 떠오른다.

  다람쥐 같은 서체가 등반객의 시선을 끈다. 
 망인송 앞에서 잠시 망중한에 취한 필자
 장자의 소요유 첫 구절 글씨가 멋지다.

 태산이야말로 인간계의 천상이라는 글씨

 날아온 돌이라는 뜻의 비래석
 
운보교 아래 물을 바라보면서 잠시 휴식하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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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푸사랑 2016-04-06 22:38:33
관장님의 글을 읽을수록 중국무술에 대한 견해가 남다르게 많이생기네요.

정사범 2016-04-07 17:45:26
공자 제자들도 모두 처음에는 배우고 싶다는 열망으로 공자 문하에 들어섰지만 시간이 지나자 두 부류, 즉 중도이폐와 욕파불능으로 나뉘었다.

안연의 말에 따르면 학생은 선생이 따라가고자 노력해서 원래 있던 간격을 메우고자 하지만 학생이 다가가면 선생은 어느 틈에 저만치 멀리 가 있다. 이처럼 줄어들지 않는 차이를 보고서 어떤 이는 더 이상 따라갈 엄두를 내지 못하며 지쳐 주저앉게 되는 반면 어떤 이는 자신이 도달한 지평을 점검하고 다시 신발 끈 조여매고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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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범 2016-04-07 17:46:23
이제 제주도 유채꽃밭을 보라. 멀리서 보면 세상이 온통 노란 물감으로 물들어 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유채꽃 나무에는 꽃을 피우지 못한 가지도 많다. 그리고 꽃이 피었지만 열매를 맺지 못한 것도 많다. 그들은 함께 결실의 시간을 달려온 녀석들이다. 마지막 순간에만 집중하지 마라. 그 앞의 시간도, 꽃을 피우지 못한 놈도 열매를 맺지 못한 놈도 우주의 한 식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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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살이에는 여러 가지 필수품들이 많다. 먼저 먹고 자며 입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인생을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향기가 나도록 가꾸어야 한다.

...

누구에게나 군자의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소인의 측면이 있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인을 소인으로 지목해놓고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의 전형인 것처럼 비난하고 공격한다면 그것은 도덕의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학교나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한두 번 실수한 전례를 가지고 그 사람을 무능력자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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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범 2016-04-07 17:48:15
자하가 들려주었다. “비록 자잘한 것일지라도 반드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멀고 큰 꿈을 이루는 데 진흙처럼 발목을 잡을까봐 염려한다. 이 때문에 자율적 인간은 자잘한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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