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만의 일이 될까 걱정입니다"
"세종시만의 일이 될까 걱정입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6.03.18 08: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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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춘희 세종시장, "청춘조치원 사업통해 균형개발 이룰 것"

   이춘희 시장은 "세종시가 전국적인 이슈에서 점차 지역의 일로 축소되고 있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세종시장과는 매년 딱 한번씩 인터뷰를 한다.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브리핑에서 시정의 대강을 알 수 있어 굳이 별도로 만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차례 만나는 건 이유가 있다. 정례화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적(私的)인 영역도 아닌 점이지대(漸移地帶) 정도의 말을 듣기 위해서다. 그래서 대담은 편하고 딱히 정해진 주제없이 이것 저것 물어본다. 비서진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시간도 좀 넉넉하게 잡아주곤 한다.

14일 시장실에서 이시장은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50인치 정도 될 법한 모니터에는 ‘세종의 소리 김중규 대표 방문 환영’이라 글귀로 환영을 해주었다. 방문객들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다. 김재근 대변인, 김소라 비서, 그리고 세종의 소리 곽우석 기자가 배석, 또는 사진 촬영을 위해 자리를 함께 했다.

“세종시는 제 운명이죠. 그게 지난 번과 다를 바가 없죠.”

지난 해 대담 때 물어보았던 “세종시는 도대체 무엇이냐” 고 질문하자 ‘운명’이라고 답했다. 1년 전과 똑같은 대답이었다. 곧 이어 “어떤 도시를 만들고 싶은가”에는 “미래 도시지, 산업화된 도시와는 다른 지식 정보화가 살아있는 미래도시지”라고 말했다.

운명으로 만난 세종시를 그는 상상하는 것이 이뤄지는 ‘미래도시’로 만들고 싶었다. 1년 8개월, 2대 세종시장을 맡은 지 그 시간이 지나갔다. 꿈이라는 목표를 향해 이 시장은 어느 정도 살을 만들었을까.

“원래 행복도시는 밑그림은 그려져 있었죠. 살을 붙이고 실행을 하는 거지. 생각에 큰 틀 자체가 바뀐 것은 없죠. 실행과정에서 좀 더 비중을 두어야 할 일들이 생긴거죠. 바로 여성, 아동 정책이죠.”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막상 시장실에서 세종시를 보니 여성과 아동 쪽에 정책의 비중을 좀 더 두어야 할 것 같다는 뜻이었다. 어째든 여성이 행복하고 아이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는 도시는 모두가 그리면서 원하는 모습이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세종시의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생각으로 세종시를 만들어 가는 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시장은 3가지 트랙(Track)으로 시정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신도시 쪽은 계획보다 늦어지니까 빨리 따라잡게 하는 것이 하나고, 두 번째는 청춘 조치원 사업이고 마지막으로 농촌 정책으로 근교 농업을 육성하는 것이죠. 세 가지가 큰 틀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어요.”

인터뷰 중간 전화 벨이 울렸다. 전화 거절을 했는데 또 울리자 이 시장은 “인기가 좋네”라며 웃었다. 발신자가 새누리당 쪽이어서 “박종준 예비후보 공천 확정 소식 전하려는 것”이라고 말하자 “확정됐어요”라고 되물었다. “비서들이 보고 안했어요”라며 짐짓 탓(?)하자 이 시장은 “선거에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라며 활짝 웃었다. 동시대(同時代)인 만이 공감할 수 있는 재치가 곁들인 조크였다.

청춘조치원 사업에 대해 부연(敷衍)했다. 처음 계획보다 실행과정에서 볼룸이 커졌고 중앙정부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일들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조치원으로서는 나쁠 게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로컬 푸드도 그랬다. 도담동 매장을 만들 때 3년 내 하루 매출액 3천만원 달성이 1차 목표였는데 잘하면 금년 내 가능하다는 예측을 내 놓았다. 로컬 푸드 진행 방식에 모두가 공감하는 바는 아니지만 실적으로 보면 괜찮았다. 참여농가도 200가구에서 500가구로 늘릴 계획도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는 시정 전반과 정례 브리핑에서 나오지 않는 사적 영역까지 거론됐다.
청춘조치원 사업에 대해 주민들 얘기를 전할 필요가 있었다. 피부에 와 닿는 게 없다는 불평이다.

“기대가 높으니까 그렇지. 청춘 조치원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보면 많이 다르죠. 공동화 걱정 얼마나 많이 했어요.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또 아직은 계획하고 막 실천하는 단계니까 피부로 느끼는 게 작을 수 있죠.”

이 시장은 옛 시청 밑에 있는 ‘개성만두’를 예로 들었다. 시청 이전 후 문 닫을 걱정을 했던 이 식당이 지금은 ‘할만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대체로 공동화에 대한 걱정이 처음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는 말로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 나갔다. 얼마 전 문을 연 신흥 1리 전국 최초 마을 박물관 얘기도 함께 했다.

시장 취임 이후 목요일마다 브리핑실에서 기자들과 만난다. 지금은 일상화되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 두달 하고 말겠지 하는 그 일이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다.

“브리핑을 하면 정리가 됩니다. 각 실국에서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을 추스리게 되고 정리를 하게 되죠. 저도 발표한 건 꼭 챙기죠. 그러니까 시정이 보다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말입니다.”

교수가 강의 몇 번하면 일목요연하게 내용을 정리하게 된다는 말과 똑같다. 스스로 채찍질을 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바로 기자 브리핑이 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최근 보도가 되고 있는 비판 보도에 대해 “부시장이 그런 일을 했다고요?”라며 “전혀 사실과는 다른 얘기이고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부처 공보관을 했다는 전력이 언론계 생리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 시장은 세종시정에 ‘시민과의 대화’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민원성 얘기만 잔뜩 늘여놓던 대화내용이 이제는 삶의 질이라든가 시정에 필요한 발언을 쏟아놓는다며 시정수요 파악에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목요 정례 브리핑, 시민과의 대화에다 역점을 두는 건 ‘일하는 방식의 변화’다. 행정의 공급자 위치에 있는 공무원들의 업무 방식의 변화다. 인사 때 드래프트 방식으로 함께 일할 직원을 데려간다든가 힘들고 어려운 자리를 선호하는 트랜드의 변화가 시장의 생각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공무원의 업무 능력은 초창기 보다는 확실히 높아졌죠. 특히, 젊은 직원들은 우수하죠. 제대로 배워서 잘하고 있어요. 문제는 일부 선배들이죠. 기본적으로 승진을 너무 빨리 하다 보니 멘토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경험을 못 가진거죠. 왜 신문사도 사회, 경제, 정치부를 거쳐서 편집국장이 되어야 힘이 생기는 아닌가요.”

참 묘하게 신문사를 걸었다. 그렇지만 사실은 맞는 얘기다. '발통' 때는 두루두루 업무를 거치고 '부장' 이후에는 전문성을 가져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젊었을 때는 ‘박이부정’(搏而不精)이고 간부가 되어서는 ‘정이박’(精而博)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청와의 관계도 명확했다. 먼저 국비 예산을 들면서 행복청에서 하는 일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데 지금은 줄어들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입해야 할 예산이 많은 데 국가 사무의 비중은 작아지고 편의상 제공한 지방사무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임 당시 말했던 “행복청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면서 세종시로 흡수되어야 할 조직이 되고 있다는 말이었다. 아름동 학교 문제를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다닐 학교가 없어 난리인데 교육감만 곤욕을 치르고 있잖아요. 도시계획 권한은 행복청이 가지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가서 따지지 않나요. 행복청이나 LH는 교육청만큼 절박하지 않죠. 계획을 수정, 보완해주어야 하는 데 어디 그렇게 됩니까.”

격앙된 어조로, 따지듯이 말하면서 “일시적으로 예산이 줄었다는 말도 있는데 그럼 굵직한 사업을 왜 미룹니까”라고 물었다. 말 끝에 행복청장의 시장 출마설을 슬쩍 얘기하니 “나야 웰컴이죠”라고 웃으면서 넘겼다.

   이 시장은 "균형개발을 통한 세종시의 완성이 필요하다" 며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시민들의 시정 참여를 당부했다
늘 화두가 되고 있는 ‘균형개발’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은 도식적이지만 시장의 답변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신도시와 비교해서 문제를 제기하죠, 그런데 신·구 도시 간에는 개발의 질이 달라요. 요컨대 구도시는 도로, 주차장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반면 신도시는 문화, 예술, 체육, 교육 등을 요구하죠. 요구하는 내용이 다른데서 오는 문제가 그런 거죠. 암튼 전체적인 예산지원을 따지면 구 도시 쪽이 훨씬 많죠.”

이 시장은 “세종시 정상 건설이 가장 걱정거리”라며 “태생적으로 정치적이었던 이 도시인만큼 정치권에서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는 데 점차 지역의 일이 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또, 시장은 행정을 해야 하고 국회의원은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 구분하면서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세종시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새로 이사를 오신 분들 가운데는 여러 가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분들이 계실 겁니다. 이런 분들을 저희 시에서 찾아내기는 정말 힘듭니다. 시정에 관심을 가지시면서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서 함께 세종시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운명은 예고는 않지만 반드시 온다. 운명으로 만난 세종시, 이춘희 시장은 자신에게 현실이 된 운명을 어떻게 만들까. 완성된 세종시로 가느냐 아니면 뒤죽박죽된 신도시가 되느냐는 행정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시민만 생각하는 성숙된 행정,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안목, 그리고 건강한 생각을 가진 시민들의 참여가 한 곳으로 모여질 때 세종시의 운명은 대운(大運)이 될 수 있다. 선정(善政)을 기대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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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2016-03-18 10:14:14
시장님의 의중을 잘엿볼수 있었습니다.
잘읽었구요 앞으로 기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