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여기 이 작품 멋진데요, 이거 어떻게 하셨어요? 누가 그린 거예요? 여기 물고기 벽화도 신기해요! 마치 예술학교 와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이구동성 한마디씩 하신다. 와우! 그렇다. 바로 이런 반응을 기대했기 때문이리라.
조치원여중에 발을 디딘지 어느덧 5년째. 나는 해마다 3월초에 미술동아리 '미남미녀4' 학생들을 모집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미남미녀4'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미술을 사랑하는 남자(내 별명이 진짜 남자이다)와 미술을 사랑하는 여자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미남미녀1은 금산 추부중에서 2000년 결성되어서 강경여중, 논산여중을 거쳐 지금까지 연결되고 있는 동아리이다. 처음 본교에서 미술동아리를 모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어느덧 2012년 함께 했던 중3 학생들이 이번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문득 '미남미녀4'와 함께한 4년의 세월과 아이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중3때 만나서 올해 만화창작과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청강문화산업대학에 입학한 O린이와 은O, 미국 유명한 미술고등학교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고,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장차 하버드대에 진학하겠다는 해O.
해O는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중2때 인도에서 살다가 전학 와서 처음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아 급우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지내다가 미술동아리와 인연을 맺은 후 유머러스한 행동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미술반의 마스코트로 활동하고 성남고 애니메이션과를 거쳐 미국으로 갔다.
올해 고3으로 성남고 만화창작과 입시에 실패했던 OO이는 도담고로 진학해서 미술부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미래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이제 중2가 된 대전 예술중점학교에서 가정사정 때문에 전학와서 힘들어하던 은O이, 세종예술고를 목표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O연이, 부모님이 안계셔서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마음의 병을 심하게 앓으면서 세상과 소통이 어려운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있던 OO이, 작년에 경기예술고에 입학한 수O이도 중학교 3년동안 전시회 준비한다고 주말과 새벽에도 나와서 열정적으로 동아리활동을 하더니 좋은 결과를 이루었다.
이렇게 17년 동안 '미남미녀' 미술동아리를 함께한 수 많은 아이들이 미술교사, 미술학원, 만화애니메이션 작가, 금속공예가, 일러스트레이터, 초등학교 교사, 산업디자이너, 조각가, 화가 등 다양한 방면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고 활동하고 있다.
2012년 3월 1일자로 조치원여자중학교에 발령 받았을 때 60년 이상 역사가 있는 학교로 전체적으로 낡은 건물과 시설들로 여학교 분위기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나는 먼저 미술동아리 아이들과 미술을 활용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학교 현관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 600장의 10센치*10센치 나무토막에 'Dream up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1학년 전체학생들과 미술동아리가 앞장서서 2개의 대형액자를 멋지게 완성하였다.그 다음에는 학교 운동장 옆 낡은 회색빛 콘크리트 담장 100미터에 주말을 활용하여 벽화를 그렸다. 몇 주 동안 꼬박 매달려 그림을 그리면서 아이들은 힘들어하면서도 점점 아름답게 변해가는 담장을 보면서 힘을 내어 완성했고 가을날 노랑 은행잎과 어우러진 벽화는 학교의 명물이 되었다.
아이들은 뿌듯해했고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아이들이 먼저 제안을 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350장의 목판 물고기에 아크릴 물감으로 1학년 전교생 210명과 미술동아리 학생들이 한 마리 한 마리 정성을 다하여 그림을 그려서 '꿈을 향해 헤엄치다'라는 주제로 2층 연결통로에 설치하였다.
학교 2,3층에 설치되어있는 대형거울 주변에도 나비가 날고, 꽃향기가 가득한 벽화를 그렸고, 미술실벽에도 함께 비빔밥을 해먹으며 웃고 떠들면서 벽화를 그렸는데 그린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 웃음 짓게 한다.
오늘은 새학기 준비로 바쁜 나에게 교무실로 아이들이 먼저 찾아왔다. “선생님! 올해 미술동아리 신입생모집 홍보 포스터 안 그려요?”하고, 어제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세O이가 전화를 해서 “선생님! 대학 너무 재밌어요. 선생님을 만난 것은 진짜 행운이었어요. 감사합니다. 토요일에 미술실로 놀러 갈께요”한다.
이런 보람 때문에 나는 내가 미술선생님인 것이 자랑스럽다. 아이들의 진로여행 스케치에 동행하면서 꿈을 design해 나가는 우리 아이들을 나는 응원한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음에 아이들이 지어준 별명의 '미술쌤 진남짱'은 교단에서 오늘도 행복하다. “얘들아! 네 꿈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