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입으니 어른이 된 것 같아요"
"한복입으니 어른이 된 것 같아요"
  • 우종윤 기자
  • 승인 2015.05.29 08: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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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한복입고 다도 가르치는 서대전여고 '전통문화교실'

   "자아~ 옷 고름은 이렇게 매는 겁니다"
“한복을 입으니 몸가짐이 조심스럽고 조금은 어른이 된 느낌이에요”

힙 팝 패션에 콜라, 커피를 즐겨 찾는 요즘 학생들에게 한복 바르게 입기, 절 예절, 다도 등 전통문화예절을 가르치는 학교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대전시 서구 도마동에 위치 서대전여고(교장 박지원)는 지난해부터 학교 특색화교육의 일환으로 1,2학년 전 학생을 대상으로 전통예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5일 오전 10시 30분.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2학년 5반 26명의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오늘 수업을 맡은 이영옥 선생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옷고름은 왼쪽이 길고, 오른쪽이 짧아요”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자기 옷고름과 친구 옷고름을 서로 비교해 가며 수업에 열중이다. 한복 바르게 입는 법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 직접 옷고름을 매보기도 하고 또 친구 옷고름을 살피는 등 신기한 표정들이다.

   "그렇지, 다소곳하면서 공손하게 따러야지"

그런데 궁금증이 생겼다. 한복을 입어 보지 않은 학생들이 대 다수일 텐데 수업에 참석한 학생 전원이 한복을 입고 있다. 자신의 한복을 입고 있는 학생은 전체의 3분의1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전체 학생들의 한복 착용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학교와 선생님들, 그리고 대전시 국제교류센터의 배려가 있었다. 이번 예절수업을 위해 선생님들은 자신이 입었던 한복을 기증해주었는데다가 국제교류센터에서도 예쁜 한복 20여벌을 빌려주어 학생들이 몸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전통예절수업에 대한 학교와 선생님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한복 입기에 이어 계속된 ‘절하는 법’에 대한 수업이 실시될 때 이쪽저쪽에서 아이들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매일 책상에만 앉아 하루 종일 공부하던 아이들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으려니 다리에 쥐가 나는 모양이다. 그렇게 어렵게 절하는 법까지 배우고 나니 이제는 다도(茶道)시간.

콜라나 커피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음료와는 달리 차 한잔 마시는데 예절을 배워야한다는 것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이해할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학생들의 태도를 보면서 그런 궁금증은 단지 어른들의 기우에 불과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우려내는 주전자인 다관, 찻잔을 뜻하는 다잔, 차를 보관하는 차호 등 어려운 이름들이 나오는 데도 학생들이 거침이 없다. 작년에 들었던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을 기억하는 학생들이 많은 듯 하다. 그만큼 전통예절 수업이 학생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다도를 배우며 친구들에게 차를 대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제법 대견해 보인다.

수업시간 내내 진지한 모습을 보인 김지아 학생은 나이답지 않게 의젓해 보이기까지 하다.

“한복을 입으니 몸가짐이 경건해 지는 느낌이고, 행동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요. 원래 메밀차를 좋아했는데 녹차도 맛있는 것 같아요. 작년에 한번 해봐서 그런지 쉽게 따라 할 수 있었어요.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게 한복입고 수업했다고 하면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몰라요. 그럴 때는 제가 서대전여고 학생인게 자랑스럽기도 해요”

지아 학생이 대접한 차를 받은 혜아 친구도 기분이 좋은 듯하다.

   "여러분 ! 다 모였죠. 이제 차 마시는 법을 배워봅시다"
“친구한테 차를 받으니 대접 받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이런 좋은 수업 내년에는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조금은 서운하지만, 후배들한테 계속 수업이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오늘 수업을 담당한 이영옥 선생은 “서대전여고 학생들이 다른 학교의 학생들 보다 수업태도나 이해도가 뛰어나다”며 “학생들이 우수해 나중에 커서 교환학생이나 유학생이 많을 것 같은데 그때 한복에 대한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려 줬으면 좋겠다”라고 수업 소감을 전했다.

수업 시간 내내 흐뭇하게 제자들의 모습을 지켜본 백연희 담임선생은 “예절 수업을 하고 나면 학생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것 같다”며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예절수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 학생들의 수업태도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수업을 평가 했다.

서대전여고 신만섭 교감은 “자율형 사립고라 해서 학생들의 성적에만 신경 쓸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 학교는 학생들의 인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특색사업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전통예절교육과 1인1기 수업은 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할 때는 좀 전과의 모습과는 180도로 달라진 밝고 활발한 여고생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 온 서대전여고 학생들의 모습이 5월의 계절만큼 싱그럽고 상쾌해 보인다.

서대전여고는 1984년 개교하였으며 2011년부터는 일반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여 운영되고 있다.

   "큰 절은 동작도 중요하지만 어른에 대한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
   "후유~ 오늘 하루 정말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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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2015-06-01 11:16:47
한복을 입는 순간 학생들의 얼굴은 꽃보다 더 아름답게 피어납니다. 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다도와 예절교육을 받는 2시간 동안 흐트러짐 없이 정말 진지하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학생들이 우리 문화와 한복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갖게 되고 더불어 아름다운 한복과 우리의 전통 예절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