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활 쏘다보면 스트레스 사라져”
“전통 활 쏘다보면 스트레스 사라져”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5.03.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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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금덕정 여자 궁사 오안나씨..."입문 2년만에 명사수 돼"

   오안나 금덕정 궁사는 화살에 스트레스를 날려보내면서 입문 2년 만에 전국대회에 입상하는 등 명궁으로 거듭나고 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관중”이라는 외침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다. 궁사가 우리 전통 활로 날린 화살이 145미터 거리를 날아가 과녁에 명중하자, 시관(화살 명중 기록관)의 목소리가 신바람이 났다.

세종시 금남면 성덕영곡길 33(발산리 339-1번지) 소재 대한궁도협회 세종시지부 금덕정(사두 임원수)에는 매일 전통 활쏘기로 건강을 챙기고 있는 궁사들이 있다. 20대부터 80대까지 남녀노소가 회원으로 가입한 금덕정은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활쏘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타인의 활을 당기지 않는다' 등의 궁도 9계훈
금덕정에는 특이하게 여자 회원도 많아 지난해 10월 옥천 관성정 전국궁도대회에서 개인전 준우승을 차지한 오안나(38)씨를 비롯해 8명의 궁사가 주목받고 있다. 오안나씨는 대전 중구 석교동에 살고 있는데 2년 전에 궁도가 필에 꽂혀 세종시 금덕정으로 활을 쏘러 오고 있다. 지난해 전국체전 단체전 우승의 주역인 안문규 사범(궁도 9단. 세종시 국궁 대표선수)의 지도로 오안나씨는 이제는 여자궁사 중에서 유명한 선수가 됐다.

“여자라고 우습게보지 마세요. 이미 전국적인 명사수가 됐사옵니다”

오안나씨는 “2013년 8월에 지인의 소개로 금덕정에 올 때 만해도 여자 궁사가 한 명도 없었다”며 “3개월 간 팔 힘을 기른 후 처음 사대에 올라 화살을 쏘았는데 맞히지 못했고 두발째 관중이라는 소리에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오안나씨는 국궁에 빠져 일주일에 3~4일은 금덕정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안문규 사범의 지도로 실력이 급성장한 오안나씨는 지난해 세종시궁도대회 여자 개인전 우승을 비롯해 옥천 전국대회 준우승까지 차지해 금덕정의 여자 대표선수로 떠올랐다.

 오안나 궁사가 금덕정 초대 회원인 박영하 궁사와 금덕정 각종 상패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처음 국궁을 잡을 때 비해 어깨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허리가 곧아지고 하체가 튼튼해졌다”고 말하는 오안나씨의 국궁 사랑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종시의 궁도 실력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단체전 우승과 개인전 우승이 말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금덕정에 고수들이 많다. 궁도에도 단수가 도입되어 금덕정 안문규 사범이 궁도 최고단수인 9단이다. 9단의 경우 45발을 쏘면 39발 이상이 명중해야 한다. 참고로 1단은 45발중 25발 이상이고, 2단은 45발 중 28발 이상을 맞춰야 한다.

한 달에 회비 2만원 정도…골프와 달리 혼자든 단체든 시간 구애 받지 않아

안문규 사범은 “현재 전국 국궁 인구가 4만 명인데 건강을 위한 운동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나이 드신 분이나 여성들도 무리하지 않고 운동할 수 있다"고 권했다. 회비는 월 2만원으로 처음에는 연습용 화살로 연습을 하다가 남자의 경우 1개월이면 활을 당길 수 있는 근육이 생긴다는 것. 이후 자신만의 활과 화살을 마련하여 본격적으로 수련에 들어갈 수 있다. 요즘은 전통 활이 카본소재의 대중용으로 개발되어 활이 23만원가량 한다. 화살은 15발에 15만원으로 한참 쓸 수 있다. 물소뿔과 소심줄로 장인이 만든 전통 활은 65만 가량 한다. 궁도 9계율 중 하나인 막만타궁(남의 화살로 절대로 쏘지 말라)을 실천해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의 경우 대중용 활만 구입화면 돈 들어갈 일이 별로 없다.

사대에 선 궁사들이 145미터 앞의 과녁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골프를 오래 쳤다는 김명길 금덕정 고문은 골프와 국궁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골프의 경우 부킹이 어렵고, 원하는 시간에 운동하기 어렵다. 모두 4명이 있어야 운동할 수 있다. 장거리 이동을 비롯해 식사까지 10시간이 걸린다. 한번 치는데 20만원 이상으로 돈이 많이 든다. 날씨가 나쁘면 운동을 못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국궁은 최고의 사정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고 혼자이건 단체이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장점이 마음에 든다.

체육공원 내 전국대회 개최구모 국궁장 설립, 세종시가 국궁의 메카 되어야

금덕정은 1982년 지금의 금강교 다리 아래에 궁도장을 마련해 당시 26명의 초창기 멤버가 활을 쏘기 시작했다. 초창기 회원 중에 지금까지 활을 쏘는 사람은 박영하(79)씨 등 5명이다. 금덕정은 이후 2004년 3월 계룡천 옆의 현 위치에 2층 수련장(과녁 3개, 21개 사대)을 마련하여 충남궁도대회 등을 개최한 바 있다. 특히 겨울철과 야간에도 실내에서 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 좋다. 하지만 회원도 늘고 세종특별자치시로 성장한 지금 전국대회를 열기에는 시설이 부족한 상태여서 아쉽다.

 화살을 쏜 후 궁사들이 멀리 과녁을 향해 활을 거두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임원수 금덕정 사두는 “현재 공무원 등 회원 가입 신청이 늘고 있는데 사대 규모가 작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 한다”며 “행복청에서 세종시 금남면 체육공원 근처에 전국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규모의 정을 세워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시에는 현재 국궁제조 장인들에다가 궁도 명사수들이 존재하고 있어 시설만 뒷받침되면 세종특별자치시가 명실상부한 국궁의 메카로 떠오를 전망이다.

  2004년에 연기군 예산으로 지어진 금덕정은 어느새 작은 규모로 전락되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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