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한 학교가 다시 생기면 다른 학교일까
폐교한 학교가 다시 생기면 다른 학교일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4.11.19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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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기수 승계, 교명 변경 등 갈등으로 부각, 신·구주민 간 마찰 심화

   올해 초 어진동에 개교한 '성남중학교'는 최근 학부모들이 학교 이름을 '어진중학교'로 변경하려하자 총 동문회에서 강력 반발하며 들고 일어서 마찰이 일고 있다.
폐교한 학교가 같은 지역에 같은 이름으로 다시 설립된다면, 이 학교는 같은 학교일까, 다른 학교일까.

세종시 신도시 건설로 인해 문을 닫았던 학교가 다시 세워지면서 학교의 기수 승계, 교명 변경 등이 갈등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른바 새로운 학교가 이전 학교와 ‘같은 학교인지, 다른 학교인지’ 논란이다. 이는 곧 원주민과 이주민 간의 마찰로 비화되면서 이질감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학교는 기존 학교와 전혀 다른 학교라고요.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교명을 이어받고 기수를 이어간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외지에서 이주한 주민)

“교육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지식과 진리를 터득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는 역사와 전통을 단절시키면 안 됩니다. 그런 면에서 지역 주민들의 단결과 화합 도모 차원에서 교명과 기수는 승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신도시가 건설되기 전 거주했던 원주민)

이처럼 신도시로 새로 이주한 이주민의 경우 대체적으로 쉬운 한글 이름 선호, 학교의 대외 이미지 문제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교명 변경을 적극 주도하고 있다. 이에 반에 기존 원주민들은 교명과 기수 승계 문제는 역사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까지 신도시에 지역에 없어졌던 학교가 다시 설립됐거나, 설립 예정인 학교는 성남중, 연세초, 연양초, 당암초 등 4개교다. 각 학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교명과 기수 승계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마찰이 불거져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08년 폐교한 후 올해 초 다시 개교한 연양초등학교 역시 기수 승계를 둘러싸고 마찰을 빚어왔다. 학부모들은 새로 설립된 학교인 만큼 1회 졸업생부터 새로 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총 동문회 측은 과거 학교의 기수를 승계해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연양초는 최근 총 동문회 측의 끈질긴 설득 끝에 이 같은 갈등을 딛고, 과거 학교의 기수를 승계키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65회 졸업생을 끝으로 명맥이 끊길 뻔했던 위기를 넘기고 올해부터 66번째 졸업생을 배출키로 극적 합의했다.

반면 올해 초 어진동에 개교한 성남중학교는 교명을 둘러싼 신구주민 간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주민들이 주축이 된 학부모들이 최근 학교 이름을 ‘어진중학교’로 변경하려하자 총 동문회에서 강력 반발하며 들고 일어선 것이다.

이 학교 학부모들 역시 신설된 학교가 새로운 학교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성남중학교 총동문회는 과거 행복청 등 관계기관과 맺은 협약 등을 근거로 교명변경 반대 서명운동을 추진키로 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총동문회 측은 옛 연기군 성남중학교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로 인해 폐교되기 직전인 지난 2008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충남도교육청, 학교법인 대성학원이 합의한 ‘성남중고등학교 이전 등에 관한 협약서’를 근거로 들며 교명 변경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다. 협약서에는 ‘주민과 합의하에 행복도시 내에 설립하는 공립중학교 1개교의 명칭을 성남중학교로 하고 폐교된 성남중의 학적부 등을 승계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중학교의 경우 앞서 연양초등학교와는 달리 마찰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기존 성남중학교가 사립학교였던 반면, 현 성남중학교는 공립학교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새로 설립된 학교가 예전 학교와는 전혀 다른 학교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부모 측은 “다른 학교인 만큼 교명 변경도 당연히 할 수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마찰이 생기자 향후 이 같은 문제가 곳곳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존 사라졌던 당암초등학교는 오는 2017년 개교 예정이고, 폐교됐던 다른 학교가 다시 설립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이처럼 갈등이 수면위로 드러나자 관계기관의 확실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옛 연기군 남면에 거주했던 한 주민은 “교명이나 기수 승계 등의 문제로 신구주민들 간 마찰이 생겨 안타깝다”면서 “교명과 관련해 세종시에서 조례로 정해놓는 것이 향후 지역민 간 화합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교명 변경이 어느 한쪽의 의견만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면서 “지역사회 의견 수렴을 통해 공감대를 이루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세초등학교의 경우 교명은 이어받았지만 기수 승계는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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