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방문을 환영합니다
고향방문을 환영합니다
  • 안승서
  • 승인 2014.09.03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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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서의 소소한 수다]한가위에 얽힌 아련한 추억...'때때 옷'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추석추석 돌아온다.
날씨도 좋고 달도 밝고 들녘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다.
어렸을 적의 기억으로는 설날보다 추석 때가 마음이 더 분주하고 몸도 바빴으며 아이들은 몇 밤 남았다고 손가락을 꼽으며 기다렸었다. 평소 잘 먹고 잘 입지 못 먹던 것을 그나마도 명절 때나 되어서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추석빔을 얻어 입을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추석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어머니께서 장에서 돌아오실 때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가 받은 양말 한 켤레 운동화 한 켤레가 어찌나 기쁘던지……. 그것을 가슴에 품고 잠을 자거나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잤다. 명절 때면 옷 한 벌은 못 사더라도 양말이나 운동화쯤은 꼭 사주셨다. 그것도 못 얻은 집 아이들은 자기도 사달라고 밤새 울기도 했었고.

어머니들의 손길은 또 어떠했나.
햇볕 좋은 날에는 도배를 새로 하고 창호지로 부쳐진 집안 문이란 문은 다 뜯어서 마당에 새워놓고 헌 종이를 찢어내고 물 묻은 솔로 박박 닥아 낸 뒤 새 종이로 붙였다. 손이 많이 가서 잘 찢어지는 손잡이 쪽으로 한 겹을 더 붙였는데 마당 가운데 꽃밭에 피어있는 가을 국화 꽃잎을 따서 꽃모양을 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들의 지혜가 참으로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모양을 내서 햇볕에 바짝 마르면 눈이 부셨다. 그렇게 추석이 돌아오면 집안 대청소는 물론 동네 대청소까지 하고 손님맞이할 준비를 했다.

필자가 어려서 가장 부러웠던 모습은 도시에서 일하는 언니 오빠들이 새 옷을 쫙 뽑아 입고 양손에 선물꾸러미를 들고 오는 것이었다. 나도 얼른 커서 저런 모습으로 오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도시에 나가있던 언니 오빠들을 정류장까지 나가서 기다리기는 아이들도 많았었고 부엌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들은 연신 대문 밖을 내다보시곤 하셨다.

반면에 안 좋은 기억은 평소에 먹지 못하는 맛난 음식들을 배부르게 먹어서 명절 때면 꼭 배탈이 나는 사람들도 많았었다는 것. 아무튼 옛날 추석 명절은 이웃이 따뜻했고 형제가 따뜻했고 집안이 따뜻했고 온 동네가 따뜻했었다. 그래서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고 했는데 요즈음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의 미풍양속을 헤치는 일들뿐이다.

물가는 오르고, 귀향길은 고행길이고, 고향에 가는 대신 연휴를 이용해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고, 여행지에서 차례를 지낸다고도 하고, 차례음식을 인터넷으로 예약해서 불량음식으로 조상님들께 차례를 지낸다. 솔직히 필자인 나부터도 즐겁다는 생각보다는 또 며칠을 어떻게 지낼까? 해서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다 문득 어렸을 때의 명절의 풍습을 생각하며 자책을 했다.
지금도 고향 어귀에 들어서면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맞이한다. 2005년의 추석이었다. 처음 운전을 배워서 차를 사고 내 스스로 운전을 해서 고향을 소아마비 장애인이었기에 더욱 감회가 깊었다. 대전광역시와 연기군의 경계선을 들어서자 앞에 커다랗게 쓰여 진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연기군입니다.”
너무도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운전을 해서 내 고향에 가는구나.
어려서 언니 오빠들이 양손 가득 들고 오던 선물 꾸러미는 내 차 안 옆자리에 실려 있었고 동네 어귀에 피

     
안승서, 세종시 금남 출생, 초등학교 졸업(검정고시),대전장애인인권포럼 대표(현), 금강일보 시민기자,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소설 최우수상(2008년), 한빛 대상(사회봉사부문), 장애인 대통령상 수상,이메일: anss8834@hanmail.net
어있던 코스모스는 유난히도 정답게 한들거렸다. 그 풍경들은 참 아름다웠고 그 풍경을 바라보던 필자는 참 행복했었는데…….

며칠 후면 다시 고향에 가는데 아무리 바쁘고, 아무리 세상이 변해간다고 해도 아름다웠던 추억만큼은 잊혀 지지 않고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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