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느냐고 묻거든…
왜 사느냐고 묻거든…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1.12.20 13:36
  • 댓글 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도성칼럼]외상값만은 남기지 말아야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 준비에 바쁘다. 세수하랴, 해우소(解憂所)에 가랴, 밥 먹으랴, 차 타랴 시간이 부족하다. 주말이 어제인데 ‘월요일이다’싶으면 금요일이다. 신묘년 새해를 맞아 할 일에 대한 구상도 많았건만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임진년이 목전에 다가와 있다.

그뿐인가. 마음은 20대인데 며칠만 지나면 우리나이로 이순(耳順)이 된다. 어르신들이 “세월이 화살처럼 빠르다”고 하신 말씀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힘든 일을 겪고 있는 한 친구가 문득 “왜 사느냐?”고 묻는다. 바로 정리가 안 되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집에 퇴근해서 창밖을 보며 ‘이 나이 먹도록 살긴 살았는데 뭘 하고 살았던가?’지나간 세월 생각나는 것들을 회상해 보았다.

각자의 업이 있어 나름대로 살아왔겠지만 필자는 대학을 마치고 전방에서 군복무를 마친 후, 첫 직업으로 유성여고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교사를 2년 간 하며 꿈 많은 여학생들과 청춘을 보냈다. 이후 대전일보에 입사하여 20여 년을 근무하는 등 언론인으로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간에 충청대학 스포츠외교학과 겸임교수를 10년 동안 하며 태권도 등 무술을 연마하는 제자들과 땀을 흘린 것도 보람이었다. 대전 중구청에서 공무원으로 4년간 중구소식을 만든 일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이제까지 이 세상에서 그런대로 살아온 것에 대하여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이승의 재산 못지 않게  "음덕을 쌓는" 저승의 재산도 중요 

사람에게는 두 가지 재산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이승의 재산이고, 또 하나는 저승의 재산이다. 이승의 곳간에는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어도 저승의 곳간은 비어있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중국 당나라 태종이 저승에 갔었는데 염라대왕이 보고 “당신은 아직 올 때가 안 됐는데 왜 왔느냐”며 돌아가라고 하자, 당태종은 “이왕에 온 거 저승구경이나 시켜 달라”고 요청하고 저승사자의 안내로 지옥에 갔더니 죄인들의 고통 받는 참상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당태종은 저승사자를 보고 “내가 이승에서는 많은 재물을 가진 큰 나라의 왕인데 저 죄인들을 도울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그렇다면 당신의 곳간에 가보자고 안내하여, 당태종의 곳간을 보니 텅 비어 있었다. 이를 본 저승사자는 “지금 당신은 남을 도와주는 것보다 당신의 곳간부터 채우는 일이 시급하다. 당신은 왕이 되어 전쟁을 일으켜 살생만 일삼았지, 한 번도 공덕을 쌓지 않았다. 당신이 지금 왕이 된 것은 임금이 되기 전에 해산하는 여인을 보고 지푸라기를 깔아 여인의 해산을 도와준 공덕으로 왕위에 오른 것이지 나머지 공덕은 하나도 없다.”고 일러줬다.

당태종이 저승곳간을 돌아보던 중 재물이 가득 쌓인 곳간이 있어 누구의 것이냐고 사자에게 물어보니, 왕이 사는 궁궐 뒷산에 움막을 짓고 짚신을 삼아 생계를 꾸리는 늙은 노인의 곳간이라고 한다. 그 노인은 홀로 사는 몸이지만 짚신을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짚신을 판돈으로 굶주리는 거지들에게 양식을 나눠주고 사는 분이라는 것이다.

혼자서는 못 산다. 세상의 은혜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두 종류의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하나는 혼자만 잘 살려고 욕심을 내는 독불장군(獨不將軍)형이고, 또 하나는 상대를 배려하며 도와주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상생(相生)형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게 철칙이다. 한사람이 삶을 어떻게 보냈는가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왜 사는가?/왜 사는가……/외상값.”이라는 황인숙 시인이 읊은 ‘삶’의 짧은 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을 주고 있다.

이 땅에 태어나게 해준 조상의 은혜, 나라의 은혜, 천지만물의 은혜를 얼마나 갚고 가는지 한번쯤은 헤아려 볼 일이다.

북한 땅에서 37년간 철권통치를 해왔던 김정일이 갑자기 객사했다. 북한인민들을 고통 속으로 빠뜨린 그 엄청난 외상값은 누가 갚아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왜 사느냐고 물어오면 정말 이 세상을 떠날 때 외상값만은 남기지 않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하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백성희 2011-12-20 23:19:03
감동백배!!저는이승에사는동안맛있는향기와저로인해사람들이행복해질수있도노력며살고싶네좋은글보고감다^^

seoboss 2011-12-21 09:08:02
즐감했습니다 왜사느냐고요? 먹기위해서죠,,,ㅋㅋ
혼자서는 못 살고 더불어 사는 은혜로운 좋은 세상을 어루만지며 살고퍼요
도사님! 나눔은 모든행복의 근원이래요 空手來 空手去가 생각나고... 외상값은 없어요.

윤석영 2011-12-21 09:16:32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인생을 깨우치게 하는 귀한 칼럼 자주 애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산댁 2011-12-21 19:55:10
역시...보약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칼럼에 이 올라와 있으면 얼마나 반가운지^^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도사님!
저도 상값은 없이 갈래요^^
화이팅~~

까망 2011-12-23 10:48:24
이승에서의 재산도 저승에서의 재산도 많았으면 좋겠습니다...ㅎㅎㅎ

하루...하루...지나다보니 어느새 일년이 다 되었는데...

뒤돌아 보는 일년의 세월 흔적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