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가 파뿌리됐습니다"...연동면 노부부 두쌍 '회혼례'
"검은 머리가 파뿌리됐습니다"...연동면 노부부 두쌍 '회혼례'
  • 한오희 기자
  • 승인 2021.11.03 2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혼 60주년에 부부 모두 건강하고 금슬 좋아야 축복 속에 회혼례 가능
허종행-김종화, 장벽순-홍종영 부부, 새신랑, 새신부 돼 설레는 시간 가져
결혼 60주년을 건강하게 맞는 것을 기념하는 회혼례가 세종시 연동면에서 열려 주민들의 축복 속에 앞으로 백년해로를 기약했다. 

결혼 예순 돌을 기념하는 노부부 두 쌍의 ‘회혼례’가 지난 달 31일 세종시 연동면에서 열려 이웃의 축하와 함께 화제를 낳고 있다.

세종시 연동면 향토문화유산 제39호인 육영재에서 열린 회혼례의 주인공은 허종행(89)·김종화(88) 부부와, 장벽순(88)·홍종영(88) 부부로 두 쌍 모두 올해로 결혼 60주년을 맞았다.

혼례식을 올린 지 60년을 온전하게 지내온다는 사실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다가 모두 건강해야 회혼례를 올릴 수 있어 평균수명이 길지 않았던 조선시대에는 드문 일이어서 기념식을 갖고 축복의 시간을 마련했다.

전통문화 계승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인앤인연구소(대표 윤선희) 주관으로 열린 이날 회혼례에는 아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마치 새색시와 새신랑이 된 듯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 회혼례를 축하하러온 이웃 주민들은 신랑·신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흐뭇해 하면서 “부부가 해로한다는 건 축복받을 일이며 소중한 문화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는 말로 축하를 해주었다.

연동지역 어르신인 허종행·김종화 부부는 “이 나이에 연지곤지가 쑥스럽긴 하지만 자식들 앞에서 60년을 함께 산 세월을 돌아보니 감개가 무량하다”며 “함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로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허종행, 김종화 부부가 회혼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벽순, 홍종영 부부가 60년 전 결혼 장면을 새롭게 연출했다. 

노부부의 결혼 6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세 아들과 두 딸 부부와 손자, 손녀들이 꽃다발을 전하고 ”장수하시라“는 덕담으로 축하를 해, 장중은 가족잔치 같은 화목한 장면을 보이기도 했다.

아들 2명에다 딸 11명을 두어 대가족을 이룬 장벽순·홍종영 부부는 ”60여 년을 어떻게 살았나 싶어 눈물이 난다“며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는데 다시 새신랑, 새신부가 되니 잘 살아 왔구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두 부부는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다. 늙은 우리에게 언제 이런 날이 오겠냐. 좋은 행사를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회혼례를 끝까지 지켜본 한 어르신은 “무탈하게 60년을 살아야 회혼례를 할 수 있어서 10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잔치”라며 “나도 회혼례 식을 치르고 싶은데 남편이 병원에 있어 할 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아쉬움을 표현했다.

회혼례는 유교적인 풍습의 하나로 수명이 짧았던 옛날에는 오래 사는 것이 드문 데다가 모두 건강하다는 건 축복받을 일이어서 60년을 맞아 다시한번 혼례식을 가지게 됐다.

세종시 1호 문화재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인앤인연구소가 회혼례를 재현하고 전통과 문화를 가꿔 나가면서 세종시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날 회혼례에는 이춘희 세종시장, 홍성국 강준현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윤선희 대표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점차 옅어지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며 ”전통혼례와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회혼례 식이 많이 알려져 우리의 귀한 전통이 계속 계승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혼례에는 홍성국(세종시갑)·강준현 의원(세종시을)과 이춘희 세종시장도 하객으로 참석, 노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면서 축하해 눈길을 끌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