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 의장 선거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30일 오후. 더민주당 윤형권 의원은 의미심장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더민주당이 아닌 새누리당 지지로 의장에 당선된 같은 당 소속 고준일 의원을 꼬집는 글로 해석된다.
고 의원은 이날 투표에서 새누리 의원들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유력한 의장 후보로 꼽혔던 같은 당 소속 박영송 의원을 제치는 이변을 연출했다.
더민주는 선거 직전까지 누구를 의장 후보로 낼 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다만 당내 최다선인 박영송 의원이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선거를 하루 앞둔 29일, 고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결정하자"며 당내 합의에 상관없이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와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고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더민주 의원들은 이번 선거를 '야합(野合)'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총선 당시 더민주는 '친(親)이해찬' 대 '반(反)이해찬' 구도로 갈렸다. 고 의원은 더민주 의원 중 유일하게 자당 소속 문흥수 후보를 지지한 반면, 나머지 의원들은 일제히 무소속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며 맞섰다. 이번 투표 성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 투표 결과는 고 의원이 '반 이해찬' 진영에 설 때부터 거론됐던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었다.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고 의원이 작은 것을 두고 정치적 노선이 다른 세력과 손을 잡을 이유가 굳이 없다"면서 "만약 그렇게 할 경우 이는 정치적 명운을 건 '모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고 의원은 결국 이를 실제로 결행했다. 원하는 것도 쟁취했다.
향후 정치적 득실(得失)과 관련해서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의장이라는 위치에 올라선 만큼 향후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게다가 전국 최연소 의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어 이름을 알리는 효과도 톡톡히 얻고 있다.
그러나 '반쪽짜리' 의장이라는 꼬리표는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다수당인 자당 소속 의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점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동료들을 버리고 달콤한 사탕을 차지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했다"는 비난이 이를 대변한다.
비록 현 상황에서 '달콤한 사탕'을 얻었다 해도 향후 정치적 행보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우리 사회에서 배신이라는 '낙인'은 오래 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치권 지형 재편 여하에 따라 차기 선거에 대한 공천 여부가 벌써부터 거론될 정도다.
이래저래 신임 고준일 의장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