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세종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치병 굿 ‘주당풀이’ 계승자 김향란 여사(59)는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며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며 반가워했다.
세종시 조치원읍 봉산로에 위치한 산신암을 지키면서 무녀(巫女) 계보를 3대째 계승하는 김 여사는 “세종시가 각종 개발로 산의 맥이 끊기고 집이 헐려 나가면서 잡기(雜氣)와 악기(惡氣)를 퇴치할 필요가 있다” 며 “현재의 화려함보다 옛것의 투박함이 있는 주당풀이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여사가 맥을 잇는 주당풀이는 병을 고치는 ‘치병(治病) 굿’의 일종이다. 곽보살과 김종락 법사에 이은 3대로 병 굿에 들어가는 행위가 전통성과 현장 보존의 가치를 인정받아 세종시로부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다. 지난 2012년 세종시 출범이후 무형문화재로는 최초 지정이다.
의학이 발달하기 전, 또는 의료 혜택이 지금처럼 보편화되어 있지 않을 당시 집안에서 발생한 환자는 무당이나 법사가 병 굿을 통해 치료를 했다. 특히, 상가나 피해야 할 곳을 다녀온 후 시름시름 앓거나 병명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선조들이 행한 주술행위가 바로 ‘주당풀이’였다.
굿을 통해 액을 물리치는 일종의 주술적 치료행위로 의학이 발달한 지금까지 민간신앙으로 전해 내려온 것이 보존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심사위원 간에는 이견이 있었으나 주당풀이가 무속 현장에서 사라져가고 전통성과 향토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 여사는 “옛 연기군 시절 치병 굿이 홍보가 잘 안된데다가 무당의 행위라는 사실이 폄하되면서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전하면서 “향후 몇 백년이 내려가더라도 끊이지 않게 제자를 통해 전수하고 전통적인 방법을 계승시키겠다”고 말했다.
주당풀이에서 가장 전수가 어려운 대목은 바로 무구(巫具)와 종이로 모형을 만드는 설경. 사용법과 제작이 쉽지 않다는 게 김 여사의 설명이다.
김 여사는 오는 4월 16일 오봉산 대동제를 열고 국태민안과 세종시 발전을 위한 한마당 큰 굿판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주당풀이의 향토문화재 지정을 축하하는 무속행위도 곁들어지게 된다.
한편, 세종시 이홍준 문화체육관광과장은 “신도시 세종시에 옛 전통을 이을 수 있는 문화재를 최대한 발굴해 뿌리와 정통성을 찾도록 만들겠다” 며 “부강 낙화놀이, 용암 강다리 등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무형문화재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