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참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참 힘들었습니다"
  • 송명석
  • 승인 2015.02.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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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송명석 세종교육연구소장, ‘국제시장’이 나를 울린 이유

   송명석 소장
모처럼 시간을 내서 영화를 관람했다.
이미, 해운대로 천만관객을 모은 윤 제균 감독과 사람냄새 풀풀 나는 배우 황 정민을 믿고 ‘국제시장’의 흥행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2015년은 일제강점기에서 광복 된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영화 국제시장은 광복 이전에 태어난 세대인 덕수 가 주인공으로 국제시장에서 손녀를 만나 지나온 시간을 회상하며 시작이 된다.

덕수 네 가족은, 1951년 1.4후퇴 때 중공군의 개입으로 흥남부두에서 미 군함 빅토리아 함대를 타고 철수하는 아비규환 속에서, 덕수의 등에 업힌 동생의 손을 놓치게 되고 동생을 찾기 위해 아버지가 배에서 내리면서 생이별을 하게 된다.

덕수는“아버지가 없으니 장남인 네가 가장이다. 부산에 있는 네 고모네 가게 꽃분이네서 만나자.”라는 아버지의 말을 생생하게 기억하며 덕수의 삶은 결정된다. 덕수는 아버지와 동생을 놓쳐버린 죄책감으로 평생을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 1953년 휴전이 되자 검정고시로 학업을 계속하려던 덕수는 가난한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친구와 파독 광부에 지원한다.

광복 후 70년대 말까지 해외 노동수출 1호로 기록된 파독광부와 간호사의 수는 이만여명에 달했고 매년 오천만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고국에 보내왔으며 이 돈은 조국 산업화의 마중물이 되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독일인들에게 심어준 성실한 모습은 독일 정부가 한국 경제 건설을 위한 차관을 제공하는데 큰 역할을 제공하였다.

덕수는 독일에서 파독 간호사로 근무하던 여성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며 그 후 월남전에 파병되어 다리에 부상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1981년 KBS ‘이산가족 찾기’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흥남부두에서 잃어버린 동생과 극적으로 상봉하게도 된다. 영화는 ‘흥남철수’와 ‘파독광부, 간호사’이야기와 ‘이산가족 찾기’까지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연하여 전쟁의 위험성, 인간의 존엄성,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세대를 아우르며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감독은, 가난에 찌든 한국 역사 속에 힘겹게 생활을 펼쳐야 했던 주인공 덕수의 파란만장한 삶을, 정주영, 앙드레 , 남진 등 시대를 풍미했던 사람들을 스치듯 등장시켜 재미와 감동을 더해 주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개봉초기 독재정권시절을 미화한다며 좌 우파 대립의 묘한 지각변동 조짐을 보이기도 했으나 곧 정치적으로 이슈화하려는 분위기는 사라지고 순수 영화로서 연일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분명한 것은 투표권을 가진 성인 중 15%가 6.25가 남침임을 모른다는 현실에서 주인공 덕수를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준 것은 사실이다.

주인공 덕수는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위대한 우리네 아버지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팍팍한 살림살이로 삶의 고비마다 온몸으로 해쳐 나왔던 우리 아버지들의 굴곡진 현대사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동시대를 살아오신 내 아버지께도 분명 꿈이 있었을 텐데,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많았지만 평생 한 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 본적 없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만들어갈 수 없었던 아버지를 생각했다. 영영 손을 놓쳐버린 막내 동생이 그립다. 동생 떠난지 꼭 3년, 그동안 자기방어인지 어찌어찌 허우적거리며 살아왔지만 같은 계절이 돌아오니 다시 슬픔이 뼛속까지 사무친다.

주인공 덕수가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독백한다.
“저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참 힘들었습니다.” 통곡하는 주인공 덕수의 방과 즐겁게 뛰노는 자식들의 방이 묘한 대조를 이루어 한국 사회의 이면을 보는 듯 했다. 우리는 얼마나 가족을 이해하고 있을까?

삶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라는데 가족 간에도 다를 게 없다. 한 지붕 아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가족 이라고 해서 그만큼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으리라는 착각으로 도리어 큰 상처를 주는 일도 많고, 서로를 배려하고 수용하고 이해한다면 그리 어려울 게 없을 것 같은데 때로는 가족이라서 더 서운한 감정이 많다.

   동생을 잃어버린 흥남철수에서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가족은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구성단위이며 안식처가 되는 것이다.
사회에서 받은 상처와 고통을 가정에서 치유하고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 간에 일어나는 험악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 역할모델로서 조부모의 위치가 다시 중요시되고 있다. 할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없는 손녀들과도 함께 소통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국의 토마스 카라일은 “인간이란 존재는 가난을 이기는 이가 100이라면 풍요를 이기는 이는 한명도 안 된다.”고 했다. 영화 ‘국제시장’이 가난을 이긴 세대들에겐 기억이지만 가난을 모르고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그저 한편의 영화에 불과할 수가 있다. 우리세대의 고생이 강조되는 시대이지만 그것은 안전한 고생이다. 그래도 나라가 있고 부모가 있다. 우리는 질곡의 현대사를 겪으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룩한 세대를 기억해야한다.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며 피땀 흘려 경제부흥을 일으켰는지, 오늘도 굳세게 살아가는 몇 안남은 진짜 덕수 들을 기억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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