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누가 아이를 낳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누가 아이를 낳겠습니까"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4.11.25 15:4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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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인숙 세종시 어린이집 회장, "누리과정 예산 핑퐁, 말도 안돼"

   김인숙 세종시 어린이집 연합회장은 "떠넘기기 식 누리과정 예산 지원은 말도 안된다" 며 "출산 장려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누리과정 예산 지원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보아 다행스럽지만 이런 식으로 처리를 하면 젊은 사람들이 출산을 하겠습니까.”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간에 예산 떠넘기기 핑퐁 게임을 바라보는 어린이 집 관계자들의 심경은 어떠할까. 예산 지원을 위한 막바지 협상이 벌어진 25일 오전 11시 김인숙 세종시 어린이집 연합회장(56)을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회장은 현재 공립 보육시설인 죽림 어린이집 원장도 맡고 있어 누리과정 예산 지원에 할 말이 많았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출발선부터 달라서는 안 됩니다. 유치원과 어린이 집, 모두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곳인데 아버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김 회장은 차별을 이렇게 표현했다.

“어떤 아이는 밥을 달라고 하지 않아도 주는 반면 어떤 아이는 아무리 달라고 해도 주지 않는다.”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유치원이 전자이고 보건복지부 소속 어린이 집이 후자라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유치원이든 어린이 집이든 대한민국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 곳인 만큼 어디를 가든 부모들이 원하는 교육을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예산을 포함한 지원에서 차별화되고 그렇다보니 의지와 상관없이 선호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말로 들렸다.

그는 누리과정 예산 핑퐁게임을 보면서 5세부터 시작한 유치원과 어린이 집 누리과정 시작 단계를 설명하고 “영아들 중심으로 출발선부터 아이들에게 차별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사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진 유치원과 보육기관의 통합 과정에서 5세부터 출발한 누리과정이 3,4세로 확대되면서 비용 과다 문제가 발생, 이번에 소동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비용 증가와는 달리, 무상급식에 쏟아 부은 예산으로 누리과정에 돈을 쓸 수 없게 된 교육부와 출산 장려가 절실한 시점에 필요 예산조차 세우지 못한 정부, 모두 문제가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었다.

“그렇더라도 교육받을 권리를 똑같이 주어야 할 사람들이 ‘배째라’는 식으로 소속 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린이 집을 빼는 건 잘못된 것입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아이들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 회장은 누리과정 예산 지원에 대한 불만과 함께 4년 째 동결된 보육료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물가는 매년 인상되고 인건비도 오르는 반면 보육료 동결돼 어린이집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예산 지원 소동도 불만이고 보육료 동결도 당연히 불만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책임지겠다면서 출산 장려정책을 폈던 게 정부 아닙니까.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하면서 누리과정과 같은 예산 소동과 보육료를 동결시키는 것은 부모들에게 아이를 낳지 말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후유증을 걱정하는 김회장은 “출산 장려정책에 역행하는 이율배반”이라며 “애 키우기가 이렇게 힘들면 젊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겠느냐”고 되물었다.

전국적인 상황이지만 세종시에 유독 도드라진 보육시설 수급의 불안정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세종시에 원룸의 과다 공급으로 공실(空室)이 늘어나듯 보육시설 공급초과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현재 정원대비 현원(現員)은 76%로 24%가 부족한 상태다. 정원은 운영의 최적화를 고려해서 만든 수치라고 보면 부족에 따른 전반적인 문제가 조만간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공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교육부가 관장하는 유치원, 보건복지부 소속의 어린이집이 누리과정으로 통합해가는 시점에 서로 다른 계획에 따라 짓다보니 이 지경이 됐습니다. 단설 유치원의 대형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부처 간에 협업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이왕지사 설립 계획을 취소할 수 없다면 적어도 개원 시기를 늦추던가 아니면 설립 자체를 재고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 무조건 지어놓고 보자는 식은 현장을 모르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라는 말이었다.

“어린이 집 교사들에 대한 처우개선도 필요합니다. 맞벌이 부모들을 위해 12시간 문을 열게 하면서 처우는 유치원 교사들의 65%선에 불과합니다. 교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 회장은 어린이집에서 모든 걸 다해주길 기대하는 부모님들에게도 한마디 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어린이 집 종사자들의 의욕을 절대 유치원에 비해 떨어지지 않습니다. 교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고요. 지원 부족, 보육료 동결 속에서도 열심히 일하려고 하는 교사들과 소통을 하면서 부모님들께서도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기를 원합니다.” (연락처)010-5430-5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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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일 2014-12-04 10:05:38
부모들이 걱정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빈부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이지만 아이들의 출발선만큼은 차별이 없기를 바라고 우리모두 노력해야합니다...

화룡 2014-12-03 10:28:19
김회장님 방침에 적극 찬성합니다.
작금에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는 외손자를 두고 있는데 2015년도에 어린이집에 보조가 안된다고 하여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들이 할머니.엄마 손에 끌려 유치원을 찿았는데 20명 밖에 안되는 정원에 3백명이 넘게 몰려 북새통을 겪었다는 아이들의 할머니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가 치밉니다.
아이 나라고 출산 장려금을 주고 홍보할때는 언제고,,,,,, 맞벌이 해야만 먹고 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