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알고보니 세상이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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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4.10.30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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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문맹퇴치학교 '등불야학', "학생 평균 연령이 60세죠"

   등불야간학교 주간 1교시 '띄어쓰기' 수업이 한창이다. 이재철 교사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대전대 서예학과를 나온 뒤 2004년부터 후학 양성을 하고 있다.
“야학(夜學), 등불야간학교”

심훈의 소설 ‘상록수’ 소재와 같은 배움터가 세종시에 있다. 그것도 40년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면 장관상을 받고도 넘칠 것 같다. 소설 속의 야학이 실재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과 함께 대학생들이 ‘배려’와 ‘나눔’을 몸으로 가르치는 곳이 있다.

세종시청 맞은 편 조치원읍 산막2길에 자리한 ‘등불 야간학교’.
이름에서 오는 고풍스러움이 농촌을 계몽하고 민족주의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곳은 교육열이 세계 최고 속에 남아 있는 이 지역 문맹(文盲)을 퇴치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익대 재학생 17명과 한명의 졸업생 교사가 가르치는 이 학교는 10평 남짓한 공간에서 배우지 못한 평생의 한(恨)을 훨훨 날려버리는 한풀이 학생들로 채워져 있다. 교장 이민주(26, 홍익대 국제경영학과 4년 휴학), 이경엽 교감(27, 홍익대 국제경영학과 4년)이 올해 72세의 졸업생 선생님 이재철 교사(조치원읍 우방 유셀 아파트)와 교사진을 꾸렸고 학생들은 주·야간 25명이 만학을 즐기고 있다.

주 5일제 수업으로 월-금요일까지 주간은 오후 1시부터, 야간은 저녁 7시부터 3시간씩 열공을 한다. 대다수 학생들은 6.25 한국전쟁 통에 국민학교를 다니지 못해 까막눈으로 평생을 살아온 50, 60대들이다.

2014년 10월 29일 오후 2시 수업은 띄어쓰기였다. ‘아버지가방에 들어가신다’를 예문으로 놓고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이재철 선생님이 가르치고 있었다.

지난 해 4월 입학한 최영자 학생(72, 조치원읍 신흥리)은 “6.25 때 9살이었는데 청주 한벌국민학교에 입학 해놓고 전쟁으로 다니지 못해 평생의 한이 되었다” 며 “한글을 깨우치니 세상이 내 것이 된 것 같다”고 배움의 기쁨을 얘기했다.

손자·손녀들을 볼 낯이 생겼다며 즐거워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미장원 옆으로 통용되던 목적지가 이제는 00 수퍼마켓 등으로 구체화했다. 문자 해독이 가져다주는 세상의 변화였다.

이날 수업을 맡은 이 재철 선생님은 1996년에 등불 야학에 들어와 5년 만에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마친 수재(?)였다. 대전대 서예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후배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물려주고 있다.

   지난 9일 나눔문화를 실천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가운데 앉아있는 남자 3명은 이재철 교사<앞줄 맨 왼쪽부터), 교장 이민주, 교감 이경엽(홍익대 국제경영학과)이다.
그는 “제 모교라서 정이 더 많이 간다” 며 “병원도 제대로 가지 못했던 분들이 문자를 깨우치고 자기 눈으로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1974년에 설립된 이후 50년 동안 약 1,2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중에는 50세를 넘어 학교를 나와 방송통신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부녀가 2대에 걸쳐 교사로 기능 재부를 하는 아름다운 얘기도 있다.

1972년 조치원 YWCA에서 야학을 만들어 대학생 선생님들로 운영해오다가 1992년에 독립했다. 1983년 고려대 학생들이 석탑야간학교를 설립하면서 중·고 검정고시과정은 석탑에서 전담하고 문맹퇴치를 위한 수업만 등불에서 담당했다.

이 학교 이민주 학생은 “대학에 가면 봉사하면서 보람있는 일을 꼭 하고 싶었다” 며 “등불 야학이 제 꿈이었던 다른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가 새는 곳도 있고 학용품 부족 등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며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어서 지금까지 잘 왔지만 앞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주는 학교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시 야학 원조인 등불야간학교는 오랜 역사와 대학생들의 나눔문화 실천 등이 높이 평가돼 지난 9일 올해 3번째로 맞은 ‘대한민국 나눔 국민대상’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민주 교장 연락처 : 010-7270-0670) 

   등불야간학교 학교 전경, 고려대 학생들로 운영되는 석탑야간학교가 1층에 있고 등불야간학교는 2층, 바르게살기협회 세종시지회는 3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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