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염홍철 대전시장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 금강일보
  • 승인 2013.08.28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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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장 선거 無主空山 ··· 대진표 안개 속

염홍철 대전시장이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014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지역정가 '廉心'에 촉각
새 인물 지원 등 전망 대두
타천 이완구 등장론도 부상

염홍철(69) 대전시장이 27일 내년 6·4 지방선거 불출마를 공식 선언,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선거 지형이 요동치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당 소속 현직 시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중대 변수가 대전시장 선거는 물론 충청권 지방선거 정국 전반에 미칠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경쟁력 있는 유력후보가 사라지며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된 시장 자리를 노리는 후보군들의 셈법이 분주해졌다.

염 시장은 이날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예측 가능한 정치적 관행을 만들고 안정적인 시정 운영을 위해서”를 불출마의 명분으로 꼽고 “진정성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정가에선 이에 대해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명분으로선 약하다”라며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정치적 배경이 무엇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최근까지 선거조직을 정비한 염 시장이 고심 끝에 불출마를 선택한 것은 출마가 힘들 만큼 치명적인 약점을 잡혔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불출마 사실을 이날 오전 ‘통보’ 받은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사실상의 정계 은퇴 선언인데 표정이 너무 밝다. 분명 복심(腹心)이 깔려있다. 노림수가 무엇인가”라는 반응이 나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는 현역 시장의 퇴장은 후보군들에겐 ‘호재’임에 틀림없지만 ‘염심(廉心)의 향배가 어디로 향하는가’가 내년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를 바라보는 해석도 다양하다.

“(나의 불출마로) 선거 구도를 명확하게 하고 싶다. 대전 발전을 위해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나서기를 바란다”고 발언한 염 시장이 자천타천 물망에 오르는 기존 새누리당 후보군(박성효 국회의원, 이재선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정용기 대덕구청장, 육동일 충남대 교수 등) 중 누구에게 마음을 줄 것인지가 우선 관심이다.

불출마 선언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가 있다.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로 시작하는 이 시처럼 누구나 선택과 기로의 상황이 있다. 나에게 그런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사람이 적게 간 길을 선택하고 싶다. 이 시간, 먼 훗날 그 선택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회고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라고 소회를 밝힌 염 시장이 베일에 가려있는 새 인물을 내세워 ‘구원(舊怨)’이 있는 박성효 의원, 현안을 놓고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정용기 구청장을 견제할 것이란 전망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4·24 재·보선을 통해 정치적으로 부활한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대전시장 선거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주장도 대두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날 기자회견에서 “탈당할 생각은 없다”라고 밝힌 염 시장이 열린우리당·선진통일당에서 한 배를 탔던 민주당 권선택 전 의원을 지지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흘러나오는 등 대전시장 선거전이 복잡한 역학구도를 띠게 됐다. 현재 민주당에선 박병석 국회 부의장, 이상민 의원 등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높은 지지율을 보여 온 염 시장의 불출마 선언이 당장은 위기일 수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압도하는 만큼 내년 선거를 치르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구나 후보군이 민주당보다 두터운 것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상대당 소속 현직 시장이 출마하지 않은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자당 후보들이 현직 프리미엄이 있는 염 시장에게는 다소 열세를 보일지 모르지만 나머지 후보들과는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것이다.

1944년생인 염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세대교체의 신호탄’이란 의미도 갖고 있다. 현재 언급되는 후보군 대부분이 1955년 전후에 태어났기 때문으로, 염 시장과 50년 지기인 강창희 국회의장도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내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지역 정가는 50대 중·후반 세대가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점쳐진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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