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돌이'의 귀환에서 보는 생명존중
'제돌이'의 귀환에서 보는 생명존중
  • 심은석
  • 승인 2013.06.10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은석 칼럼]보훈의 달, 작은 생명도 존중하는 강대한 대한민국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호국 보훈의 달 6월이다. 지난 현충일에는 세종시 공식 추모행사를 마치고 집 근처 대전 현충원에 다녀왔다. 계룡산 자락으로 폭 싸여 경관이 빼어나고 푸른 잔디가 어우러진 현충원은 대한민국 보훈의 성지, 호국충정의 산실일 것이다. 전물 군인등 64,592기, 경찰 4,253기, 위패 41,732기가 봉안 되어 있고 천안함과 연평도 해전 순국 장병들도 안장되어 있다.

이곳에 올 때마다 숙연함을 느낀다. 영면하신 호국영령들을 추모하며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본다. 라오스에서 구금되어 북한으로 압송된 탈북청소년들의 가슴 아픈 스토리가 온 국민의 가슴을 적신다. 먹을 것과 자유를 찾아 소위 꽃제비로 헤매다가 선교사의 도움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나든 탈북과정과 북한으로 다시 끌려가 처형 될 수 있다며 그들의 안전을 걱정한다.

진정한 문명국가는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어야 한다. 북한주민을 기아와 고통속에 몰아넣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며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북한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 되고 있다. 하루 빨리 개성공단 정상화와 핵미사일을 포기하고 협력과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불법 포획돼 돌고래 쇼에 동원된 남방 큰 돌고래 4마리를 몰수해 그들이 살던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내도록 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이들을 제주로 돌려보낸 사연이 사람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적시고 있다. 남방 큰 돌 고래는 멸종 위기의 국제 보호종으로 분류돼 포획이 금지된 동물이다.

그동안 불법 포획된 돌고래 11마리 중 5마리는 쇼 공연 도중 숨졌고, 서울 대공원에 팔려간 1마리가 ‘제돌이’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박수 속에 지난 5월11일 서울 대공원의 상업적 돌고래쇼를 중단하고 돌고래장에 갇혀 있던 제돌이를 고향 바다 제주도로 보냈다.

돌고래 가족은 조사단의 정밀한 검사와 훈련을 거쳐 구좌읍 감녕리 양식장에서 서울에서 공수된 돌고래, 제돌이와 함께 야생 적응 방사 훈련을 받고 있다. 최종 야생 적응훈련을 거친 뒤 제돌이는 7월쯤 태평양 제주 앞바다에 방류될 예정이다. 돌고래 1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내는데 훈련비 포함 7억5천만원이 든다고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불법 포획 후 사육되고 있는 돌고래에 대한 추가 방류를 촉구하는 사회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몰수형을 받은 복순이 등 4마리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돌고래 2마리는 이번 소송 대상에서 제외돼 어미와 함께 바다로 가지 못한다. 새끼 돌고래 2마리는 공연장에서 사람들을 위해 돌고래쇼를 계속할 수도 있다.

제돌이가 제주도 구럼비 앞바다에서 마음 놓고 헤엄칠 수 있는 것은 동물 한 마리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과 사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 숙제를 던진다. 정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돌고래의 불법 포획 반윤리적 행태를 단속하고 전시와 쇼 공연을 위한 돌고래 포획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돌이’의 귀환이 주는 생명의 고귀함, 그리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죽음들

또한 '제돌이'의 귀향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제돌이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동화책이 나온다 이 책은 2009년

 
5월 제주 앞바다에서 불법 포획된 제돌이가 돌고래 쇼를 하다 지난해 3월 서울시의 야생 방류 결정과 대법원 판결로 바다로 되돌아가게 된 사연이 실린다. 우리 어린이들이 동화책을 통해 동물을 생명의 동반자로 여기고 동물들의 자유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동물과 더불어 살고 산과 들에 수많은 생명을 사랑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돌고래 제돌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막대한 돈을 들여 돌려보내야 했느냐는 비판도 있고,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동물들의 문제도 생각해야 된다는 여론도 있다.

세상에는 아픈 사람, 힘든 사람, 자유와 인권이 말살 된 채 고통 속에서 사는 사람도 많다. 단돈 1달러가 없어 굶주림과 물이 없어 죽어가는 아프리카등 약소국의 비애도 들린다. 하지만 때로는 돈이나 경제적인 효율로만 따질 수 없는 소중한 인간의 가치와 대의가 세상을 움직이기도 한다. 돌고래 제돌이는 문명국가 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를 보여 주었다.

대한민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지난 60년대 10여 년간 32만 명의 젊은이들이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4,8000명이 전사, 실종 되었다. 아픈 역사속의 논란은 있지만 월남 참전 용사들이 사선을 넘나들며 죽음의 고통을 이겼던 것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함이 아니었는가? 그 바탕위에서 대한민국의 경제기적을 이루는 발판을 만들었고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존중하는 오늘을 만든 것이 아닌가? 많은 비용과 논란 속에서도 이번 돌고래의 귀향은 우리사회가 지켜야 하는 생명과 나눔, 자유와 평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리고 대한민국이 자유와 인권, 생명을 사랑하는 강대한 문명국가인 것을 세상에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필자 심은석은 현직 세종경찰서장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