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따뜻한 베란다 음악회, 시민의식 돋보인다"
"작지만 따뜻한 베란다 음악회, 시민의식 돋보인다"
  • 김선미
  • 승인 2020.07.06 09: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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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 커지는 ‘코로나 블루’와 ‘세종시 베란다 콘서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의 파고도 높아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 배반하는 코로나19 재확산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이유 없이 순간순간 짜증과 분노가 폭발할 것 같다. 별것 아닌 일에도 불쑥불쑥 화를 낸다.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 예민해지고 신경질만 늘어간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제멋대로인 ‘인간’들에 대한 적대감도 무럭무럭 자란다.” 요즘 나의 상태다.

보도듣도 못한 신종 감염병이 쓰나미처럼 처음 몰려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감염병 초기에는 다른 전염병처럼 곧 수그러들겠지 하는, 느슨하면서도 낙관적인 생각과 감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K-방역에 대한 신뢰로 불안감은 사그라들었다.

확산세가 한풀 꺾이며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완화되면서는 안도감마저 들었다. 이제는 비록 예전 같지는 않아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하는 가느다란 희망으로 말이다.

코로나19가 부른 불안 분노 무기력 우울 ‘코로나 블루’가 일상 삼키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코로나19가 지역내 감염으로 재확산되면서 불안과 분노, 무기력증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가 일상을 삼키고 있다.

이런 상황이 오래 가거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없다면 그렇지 않아도 타인에 대한 분노와 혐오가 일상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에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강팍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 현재도 진행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는 세상을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양분하며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숱한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코로나19와 우울감을 나타내는 영어 blue가 합쳐진 ‘코로나 블루’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로 느끼는 불안감, 우울감, 무기력증을 뜻한다.

분노와 혐오 일상화 사회, 감염병 불안감이 갈등 더 첨예하게 만들다

코로나19 사태가 재확산,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의 파고도 높아지고 길어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절반 이상(54.7%)이 불안감과 우울감, 무기력증 등 ‘코로나 블루’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재유행의 현실화에 대한 우려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피로도가 한층 더 누적된 지금, ‘코로나 블루’ 경험 비율은 더 높아졌지 싶다.

건전한 일상과 정신건강을 저해하는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고 이겨내기 위한 방법으로는 ‘가족, 친구 등 온라인으로 자주 소통하기’가 1순위로 꼽혔다.

성인남녀 절반이상 ‘코로나 블루’ 경험, 가족 친구와 소통하기로 위기 극복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기 전, 코로나19가 우리나라와 유럽에서 무섭게 번지던 시기 가장 감동스러웠던 장면 중 하나가 이탈리아의 전역에서 펼쳐진 일명 ‘발코니 합창’이다.

이탈리아는 당시만 해도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해 온 나라가 비탄에 빠진 가운데 전 국민 이동제한령으로 하루아침에 세상과 단절됐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오페라의 나라답게 일정 시간에 집에 있는 악기를 들고 집 발코니로 나와 함께 응원의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격려했다.

악기뿐만 아니라 프라이팬, 냄비 뚜껑까지 동원해 온 동네 주민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웃고 눈물짓는 감동적인 모습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를 ‘연대(solidarity)’라고 했다.

지구촌 먹먹하게 했던 이탈리아 ‘발코니 합창’, 비탄 공포에도 서로 응원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문화예술 공연, 스포츠 행사가 중단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온라인 중계로 보는 방구석 1열 관람과 함께 ‘찾아가는 공연’이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시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베란다가 관중석이 되는 ‘베란다 콘서트’다. 비대면 비접촉의 ‘언택트(Untact)’ 시대에 이미 여러 도시에서 시도한 관중과 직접 대면하지 않고 진행하는 라이브 공연이다.

세종시가 오는 8일 저녁부터 8월 19일까지 아파트단지를 찾아 ‘베란다 콘서트’를 7차례에 거쳐 릴레이로 펼친다고 한다. 다른 도시에서 진행된 ‘베란다 콘서트’와 다른 점은 타 도시들이 시립예술단 등 주로 공공예술단들이 콘서트를 준비했다면 세종시의 경우 시민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전국에서 처음이다.

세종, 시민주도로 ‘베란다 콘서트’ 진행, 주민자치와 시민의식 돋보여

세종시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세아연)를 비롯한 10여개 단체가 모여 발족한 '코로나극복세종시민추진위원회'가 기획했다. 코로나로 지치고 다친 시민들을 음악으로 위로하자는 취지에 연주자들도 재능기부로 참여한다.

세종의 ‘베란다콘서트’는 물론 지구촌에 먹먹한 감동을 선사했던 이탈리아의 ‘발코니 합창’과는 결과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위로’와 ‘소통’ ‘연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

세종시민들의 주민자치와 자발성인 시민의식이 돋보이는, 주민 스스로가 조직하고 진행하는 작은 음악회가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며 잠시나마 ‘코로나블루’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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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2020-07-10 10:22:23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쉬 꺽이지 않아 모두가 지쳐가는 요즘 따뜻한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는 작은 음악회
아름다운 소통 방식인 것 같아요. 거리두리 지키면서도 서로 위로하고 함께 할 수 있어 더욱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