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앞둔 서남표 총장 '대못질'하고 KAIST 떠나나
퇴임앞둔 서남표 총장 '대못질'하고 KAIST 떠나나
  • 대덕넷
  • 승인 2013.02.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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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막판 치적홍보 눈살…사업·인사에 본인 '흔적남기기' 주력
명예훼손 기각처리 법원에 재정신청 "막판까지 구성원과 갈등"

 

서남표 총장의 임기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KAIST(한국과학기술원)가 서 총장의 '치적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새 총장 부임을 목전에 두고 일부 사업의 계약을 체결하고 인사까지 단행하고 있어 '대못질'을 하고 KAIST를 떠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서 총장이 교수협의회 소속 3명의 교수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혐의없음' 결정을 내리자 이에 대해 재정신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기 막판까지 구성원과 깊은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 퇴임 일주일 앞둔 서남표 총장…어느때보다 '적극적' 활동

서 총장은 지난 2006년 KAIST 총장으로 부임, 6년 7개월 동안 총장직을 수행하고 22일 학위수여식을 마지막으로 KAIST와 한국을 떠난다.

퇴임이 일주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서 총장의 행보는 지난 6년 7개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지난 5일 서울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임기 동안 중점 추진한 사업내용과 퇴임을 앞둔 소회를 밝혔다. 또 13일에는 시사토크 판에 출연해 미국에 돌아가 진행할 연구내용과 저서집필에 대한 계획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서 총장이 특허권을 갖고 있는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와 모바일하버와 관련된 각종 후속사업 진행과 이에 대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에는 KAIST 발전재단 이사장을 선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7일 기초과학동 준공식에 이어 19일 김병호·김삼열 IT융합빌딩 준공식, 20일 사우디아람코와의 공동연구센터 개소식 등 굵직한 행사들이 퇴임 전날까지 빡빡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KAIST측은 이에 대해 "임기 막판까지 본인이 추진했던 사업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며 모두 KAIST 발전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는 입장이지만 구성원들과 이를 지켜보는 외부에서는 "떠나기 전에 뭔가 매듭지을 일이 있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내려진 교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재정신청까지 한 것은 자신에게 반대 목소리를 표출하고 사퇴를 주장했던 교수들을 상대로 '보복성 조치'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서 총장은 지난해 교수협의회 소속 박 모 교수 등 3명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서 총장은 지난해 말 다시 항고했지만 검찰은 이번에도 '혐의없음'으로 기각했다. 이같은 결론에도 서 총장은 포기하지 않고 지난달 28일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면서 교수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 석연치 않은 인사에 발전재단 이사장 선출도

KAIST는 학교의 발전재원을 보다 능동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기위해 독립법인 형태의 KAIST발전기금재단을 2000년 설립했다. 서 총장 부임 후인 2007년 미국거주 동문과 기업 등의 기부편의를 위해 미국재단 및 사무소도 설립했다.

발전재단 이사장은 총장이 겸임하는 당연직이었다. 5일 서울 기자간담회에서 서 총장은 "며칠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며 "KAIST 총장과 발전재단 이사장직을 분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남은 기간에 이를 꼭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같은 약속이 나온지 하루만인 지난 6일 발전재단은 이사회를 갖고 기업체 회장을 맡고 있는 이모씨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학교측 관계자는 "총장과 발전재단 이사장 분리는 국정감사에서 권고된 내용으로 작년부터 계속 추진해 왔다"며 "최근 적임자를 찾아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본인의 임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동시에 후임총장 부임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발전재단 이사장을 서둘러 인선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지적이다. 또 정작 본인 재임시절에는 이사장을 겸임하다가 떠나는 시점에서 별도의 이사장을 선임한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임기 막판 진행중인 인사를 놓고도 KAIST 내부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KAIST는 최근 내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발전기금을 담당하는 'US 파운데이션' 파견자를 공모하면서 '10년 이상 재직자'로 자격을 제한해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사소통에 어느 정도 문제가 없는 10년 이상 재직자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 서 총장의 측근으로 일했던 특정인을 이곳으로 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구성원은 "파견자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내부적으로 특정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KAIST 내부 발전재단에는 또 다른 측근 직원을 이미 인사발령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막판까지 구성원과 갈등

14일 KAIST 교수협의회는 '전환기의 KAIST 상황보고'를 교내외에 공개했다.

교협은 보고서를 통해 신임총장 선출 소식을 전하며, 최고결정기구로서 이사회의 운영방식 개선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서남표 총장이 임기 막판까지 자성의 태도는 전혀 없이 자신의 영역 확장과 업적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후임 총장과 KAIST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예절도 갖추지 않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교협은 또 서 총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특허를 남발하고 회사를 만들어 학교의 자원을 자신의 일에 집중시키는 등 이권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부총장들을 비롯한 보직자들이 부적절한 행동과 도덕적 해이로 총장을 잘 보필하지 못했음은 물론 지금도 이런 행태가 지속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일례로 교협은 2010년 여름 방학 기간 까지 보직자들에게 지급된 인센티브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점은 2011년 혁신비상위원회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하지만 2012년 초에 학교는 오히려 보직자들의 별도 지급액을 상향조정 했다. 현재 KAIST 총장과 감사까지도 모두 학사연구개발비를 받고 있다.

교협은 더불어 서남표 총장의 고소, 항고, 그리고 재정신청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교협에 따르면 서 총장은 남의 특허를 도용해 피해를 입혀놓고서도 도리어 그 피해자를 고소했다. 고검이 두 차례 항고 기각했음에도 불복하고 지난 1월 28일 고법에 재정신청까지 하는 등 총장의 직위를 남용하여 끝없이 고소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대 치적 '온라인 전기자동차' 성과 알리기 주력

▲13일 철도기술연 무가선트램시험선에서 대전력 무선급전 단위모듈시험이 진행됐다.
ⓒ2013 HelloDD.com

 서남표 총장은 최근 언론사와의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동안 잘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가장 잘 한 일로는 '모바일 하버'와 '온라인 전기차'사업을 꼽았다. 두 사업은 실현가능성과 특허 시비 등 논란이 많았지만 서 총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임기간 내내 지원해 왔다.

서 총장은 "온라인 전기자동차 사업에 대해 안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2년 만에 세계 10대 기술로 뽑혔다"며 "앞으로 전 세계에 깔릴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서 총장의 퇴임과 함께 이 사업도 어려움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두 가지 사업은 이제 KAIST를 떠났고 연구결과를 가져간 회사가 앞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총장은 미국에 돌아가면 KAIST 총장에 오른 뒤 온라인 전기차 사업과 모바일 하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은 이노베이션 문제를 책으로 저술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AIST는 서남표 총장의 사퇴논란이 거셌던 지난해 10월부터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무선충전전기버스 시범사업 선정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1월 10일 구미시를 선정하고 2월 인프라구축공사 시작해 7월부터 구미시 버스노선 왕복 24km구간에서 운행을 실시할 예정이라 발표했다. 또 2월 13일 오전 10시 충북 오송 철도연 무가선트램시험선에서 공개 시험 행사를 가졌다. 이에 앞서 OLEV의 상용화를 위해 2011년 가을 한 업체와 손을 잡고 'OLEV'라는 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임기 막판 각종 개소식에 준공식

KAIST는 최근 세계 최대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와 MOU를 맺고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연구를 위해 교내에 기술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공동연구센터는 서 총장 퇴임 이틀 전인 오는 20일 개소식을 갖는다. 후임총장이 이 사업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려도 변경하거나 중단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학교측은 공동연구센터 설립을 알리면서 "이번 MOU는 알-팔레 총재와 서남표 총장의 인연과 상호 신뢰관계에 힘입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라며 서 총장 개인의 공을 설명하는데 보도자료의 상당량을 할애했다.

서 총장과 알-팔레 총재의 인연은 2009년 9월 개교한 사우디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KAUST)'의 이사로 두 사람이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KAIST는 개교 40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알-팔레 총재에게 명예과학기술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서 총장은 재임기간 동안 명예박사 수여 등을 통해 개인적 네트워크를 늘리며 자기 사람을 챙겨왔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아람코-KAIST 이산화탄소 연구센터'설립과 관련해 KAIST가 아람코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학교 재원을 매칭펀드로 500만 달러나 제공하는 조건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산화탄소 문제는 인류가 꼭 해결해야할 과제이긴 하지만 학교재원을 들이는데 연구토픽을 아람코사가 정하는 것 자체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밖에도 KAIST는 지난 7일 기초과학동 준공식을 가진데 이어 19일에는 김병호·김삼열 IT융합빌딩 준공식을 갖고, 하루 뒤인 20일 사우디아람코와의 공동연구센터 개소식을 개최하는 등 서 총장 퇴임 직전 각종 행사들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학교측 관계자는 "일부 사람들의 억측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명예박사 수여는 학내 구성원들의 추천을 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기초과학동과 IT융합빌딩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건설이 됐으며 3월 개강을 앞두고 해당 학과와 연구자들의 사무실 이전에 차질이 없도록 준공식 날짜를 정했다는 설명이다.

또 '아람코-KAIST 이산화탄소 연구센터'설립과 매칭펀드 논란에 대해서는 "아람코가 사우디가 아닌 다른 나라 대학을 대상으로 그것도 특정분야에 연구센터 설립과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공동 연구에 나서기로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며 "KAIST는 이미 오래전 EEWS대학원을 설립하는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깊이있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KAIST 교협은 '전환기의 KAIST 상황보고'를 통해 "서 총장은 떠나기 직전까지도 자성의 태도는 전혀 없이 자신의 영역 확장과 업적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후임 총장과 KAIST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예절도 갖추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교협은 본부 보직자들에 대해서도 "서 총장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특허를 남발하고, 회사를 만들어 학교의 자원을 자신의 일에 집중시키는 등 이권을 추구하는데도 적절한 처신을 하지 못했다"며 "많은 교수들에게 온갖 협박과 음해를 하고 언론을 호도해 위상을 추락시킨 A씨와 B씨에게도 반드시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ST는 기초과학동을 신축, 7일 오전 준공식을 가졌다.
ⓒHelloDD.com

  <대덕넷 김형석·지나라 기자> nara@HelloDD.com 트위터 : @dreamfish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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