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복지예산 1조원 시대 시민 체감온도는 한겨울
대전 복지예산 1조원 시대 시민 체감온도는 한겨울
  • 금강일보 제공
  • 승인 2012.01.3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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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전담인력 부족 위기가구 관리 부실

기초수급자 기준 엄격 차상위층 복지사각 많아...市도 낮은 체감도 속앓이

 
#. K(45·여) 씨는 한 마디로 ‘어중간’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지만 ‘한부모가정’ 지원 조건에 맞지 않았다. 첫 결혼으로 낳은 아들이 스무살을 넘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두 아이는 첫 남편과 이혼 후 재혼해서 갖게 된 보물들이다.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닥칠까’ 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은 재혼한 남편마저 사별로 잃고부터다.

안타깝지만 K 씨는 부양의무자(아들)가 있어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었고, 한부모가정 지원도 받지 못했다. 폐지를 주워야 생활비를 댈 수 있는 까닭에 어린 아이들은 엄마 없이 방치됐다.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동 주민센터의 관심으로 차상위계층(최저생계비의 100∼120% 소득범위)에 선정됐고 지금은 동에서 소개한 자활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한달 보수는 80∼90만 원 선이다. 부족하나마 엄마 노릇을 하게 됐다.

이런 사례는 그러나, 흔치 않은 ‘미담’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전지역 차상위계층은 4만 400여가구, 5만 6100여 명이다. 기초수급자 2만 4900여 가구에 비해 약 1.5배 많은 수치지만 지원규모는 차상위계층 등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지원내용도 양곡할인과 자녀 수업료, 희귀난치성 질환자 등에 대한 본인부담 경감에 그치고 있다.<본보 2011년 10월 11일자 1면 보도>

반면 기초수급자는 생계·주거·출산·장례 등의 급여를 받을 수 있고 교육비, 장애인연금, 노령연금 지원 혜택도 주어진다.

5대 암에 걸렸을 경우엔 보건소에서 의료비를 지원하며 인터넷, TV수신료, 쓰레기종량제봉투, 구강치료, 보육료 등 각종 법을 근거로 한 혜택도 상당하다.

대전시 복지예산 1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둔 명암이다.

지난 2006년 3700억 원이던 시 복지예산은 해마다 꾸준히 증액되면서 올해 8866억 원 규모로 덩치를 키웠다. 시는 앞으로 관련 예산을 1조 3000억 원 수준까지 늘려 총예산대비 3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나눔과 섬김의 따뜻한 복지도시’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늘어나는 예산에 비해 시민들이 느끼는 따뜻함은 요원하고, 복지사각계층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시 자체 분석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대비 복지대상자는 157% 증가했지만 예산은 71% 증액됐고, 관련 사업은 58% 늘었지만 담당공무원은 10% 증가에 그쳤다. 전담인력 부족으로 위기 가구에 대한 지속적 상담과 관리가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부양의무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기초수급자 등 선정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복지체감도를 낮추는 한 원인으로 꼽힌다.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은 최저생계비의 130%에서 185% 미만으로 지난해 12월 완화됐지만 이 또한 정부 재정여건을 감안해 노인이나 장애인, 한부모가정에 한해 적용된다. 체눈에 걸려야 하는 복지대상자들이 여전히 새나가게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윤종준 대전시 복지정책과장은 “시 복지예산은 해마다 1000억여 원씩 늘고 있고 앞으로 1조 3000억 원 규모로 늘려갈 계획이지만 느는 예산에 비해 복지체감도가 낮다는 데 대해 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고민의 일단을 표했다.

윤 과장은 이어 “(그럼에도) 저출산과 양극화 등의 근본적 현상에 대응하기엔 공공조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공급자 중심의 복지서비스에서 벗어나 민간부문의 참여를 더욱 유도하고, 위기가정에 대한 적극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체감도 높은 복지를 구현해 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승현 기자 papa@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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