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즈음
불 넣지 않은 방이라도
이부자리만 있으면
춥지 않았다
과음했어도
이튿날 국수 한 그릇에
거뜬했다
날씨 뜨거워도
바가지 냉수욕이면
숨 돌렸다
어디 가나 무거운
책가방 껴안고
놓지 않았다
산행하며
서재에 앉아
사색이며 밝은 생각 잡는다
다시 태어나 새로
잘살기 원하면
오늘과 내일을 그날로 여기리
내가 나를 보아도 크잖은데
다른 사람이 날 보면
얼마나 작을까
이제 퇴직도 하고
내 곁에 남은 건
소박한 삶뿐
갈채 안타까움 왁자지껄한
청춘 불사른 무대 떠나
신세월 맞은 요즘
여행과 침잠과 자유 속에서
부는 것 느낄 수 있는 게
어찌나 쏠쏠한 행복인지
떨며 아파하며
서러워 슬픔에 눌린
그래도 꿈 놓지 않았던 30여 년
색나는 열정 드높이며
방울땀 아로새긴
우아한 보람으로 30여 년
환갑이 어떤 나인가
그전엔 회연도 성행하고
이만큼 구시 못한 임금님도 많았다지
흐르는 물처럼 구름처럼
하루하루 살며
때론 치흐를 수 있을까
그렇게 다다르겠지
너도나도 다양하게 피어나겠지
가자 맑게 새라새 제3막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