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최민호...그는 내빈이 아니었다
아~ 최민호...그는 내빈이 아니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2.10.30 15:4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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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세종시당 창당대회 참석한 최민호 전 청장

   최민호 전 청장은 창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심각한 표정과 함께 웃음기없는 얼굴이었다.
“최민호 선생님을 비롯한 우리 당원 동지 여러분! 대표 최고위원 황우여입니다.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의 행정중심도시이자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축인 세종특별자치시에 17번째 광역시당을 창당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새누리당 세종시당 창당대회가 열린 29일 세종문화예술회관.
황우여 대표 최고위원은 축사를 하면서 ‘최민호’를 먼저 거론했다.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로 민주통합당 이춘희, 자유선진당 유한식 후보와 3파전을 벌였던 그는 당대표의 거명과는 달리, 이날 너무 작아 보였다.

새누리당을 지키면서 300명이었던 진성당원을 1,000명으로 늘렸던 그는 창당대회에서는 주인공은 물론 조연도 아니었다. 예정 시각보다 약 10여분 앞 서 도착한 최 전 행복도시 건설청장은 마치 남의 집 잔치에 온 손님마냥 어색해보였다. 슬그머니 기자에게 다가와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그랬고 내빈석으로 거침없이 다가가지 못하는 모습도 그러했다.

최 전 청장은 대담하면서도 추진력과 도전정신을 갖춘 공직자라는 게 주변의 평가였다. 이런 성격은 특히, 언론인들이 그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세종시에서의 고전을 안타까워하는 기자들이 많고 종종 만나는 대전 언론인들이 근황을 물을 정도다.

명품도시 세종시장을 꿈꾸며 이곳에 온 그는 이날 내빈석 맨 오른쪽에 자리가 배정되었다. 사실상 활동을 하지 않고 이날 참석도 하지 않았던 신진 전 국회의원 후보보다 더 바깥쪽이었다. 창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한 번도 웃지 않았다. 줄 곧 심각한 표정에 애써 감정을 숨기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창당대회라는 축제에 걸맞지 않게 그의 표정은 심각했다.
최 전 청장의 세종 드림은 행복도시 건설청장 6개월이 ‘연’(緣)을 맺어주었다. 글로벌 세종이 지향하는 명품도시는 거기에 걸 맞는 지도자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나름의 계산 방식이 크게 작용했다. 행정고시 출신에다 충남 부지사, 소청심사위원장 등 중앙과 지방을 두루 거친 그의 경력이면 넘칠 수도 있었다.

현실은 달랐다. 세종시는 아직 ‘연기군’이었다. 유권자의 대부분이 연기군민들이었고 그들은 ‘4.11선거’에서 지역을 선택했다. 결과는 3등이었다. 인생의 첫 패배치고는 너무 참혹했다. 승승장구했던 그가 받아들이기는 힘들었지만 그게 현실이었다. 이때만해도 “선거에 한번 졌다고 해서...”라며 새누리당을 추스르면서 의욕을 불태웠다.

그런데 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지리멸렬해진 선진통일당이 지역정당으로서 존재가치를 잃어가자 현직 시장이 새누리당행을 선택해버렸다. 뒤이어 세종시 의원들도 뒤따랐다. 유한식 시장 중심으로 세종시당은 다시 짜여지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당협위원장에게 “함께 가야한다”고 하자 “일단 시당 창당 후 생각해볼 문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새누리당 세종시당 위원장을 맡고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꿔왔던 그에게 정치 현실은 저쪽 편이었다. 지지당원들이 반발도 했지만 여진(餘震)에 불과했다. 중앙당을 찾아가 세종시 공동선대위원장을 요구했다. 약속은 했다지만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수적 불리함이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

이런 가운데 그는 창당대회에 참석한 것이다. 한 번의 웃음도, 단 한차례의 기쁨을 표현할 수 없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당기 수여와 꽃다발 전달 단상에는 올라갔지만 맨 바깥쪽이 그의 차지였다. 웃음기 없는 얼굴에 무표정. 오랫동안 지켜본 기자에게 그는 평소의 최민호가 아니었다. 

   새누리당 세종시당과는 여전히 거리가 여전히 있는 것일까.
“참으로 고민스럽습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힘이 듭니다.”

최 전 청장은 얼마 전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평생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고위공직을 거친 그의 말은 신음처럼 들렸다. 올해 56세. 이제 그에게 주어진 임명직 공무원에서 선출직으로 방향선회의 기회는 많지 않다. 다만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하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길 기대해 볼뿐이다.

창당대회에서 황우여 대표의 언급은 ‘악어의 눈물’처럼 비정해보였다.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에게 하는 귓속말이 최 전청장이 이날 나눈 대화의 전부이다시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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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표 2012-11-24 23:33:31
최 전청장 재직시절에 서너번 브리핑하는것을 들었는데..... 감동을 받았습니다. 참 대단한 인물이라고....
내가 존경하고 자랑하고 싶은 공직자 였습니다.,

민호생각 2012-11-05 10:17:34
충남도에서 지켜봐온 최 전 청장은 역량, 마인드, 추진력과 기획력, 친화력을 고루 갖춘 인물인데
정치협잡에 너무 휘둘리는 것 같아서 맘이 안좋네
세종시에서 나는 끊임없는 잡음도 그런 인재를 몰라봐서 일어난 현상이니
때를 기다려 봄이 어떨지................

세종시민k 2012-11-01 13:32:10
보자보자하니 가관이네 그릇은 종재긴데 시장감투를 쓰니 하는짓이 시장잡배만도 못하네 눈앞의 감투에
환장하지 말고 무었이 대의를 위한것인지 정신좀 차리시오 새누리당 지도부도 사람볼줄좀 아슈 보고 있자니
분통 터집니다

옆에서 보기에 2012-11-01 10:04:28
패자는 어쩔수 없나 보내요.
덛욱이 옹졸한 승자 앞에서는
힘 내세요.

이용숙 2012-10-30 21:35:46
인간적인 고뇌가 보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승승장구해왔다면 시련을 맞는 것도 있어야 합니다. 매번 승자 편에 설수 없는 게 인생입니다. 온실 속에서 만 자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