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낮은 순수학문 연구비 크게 줄었다
취업률 낮은 순수학문 연구비 크게 줄었다
  • 금강일보
  • 승인 2012.09.2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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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학, 인문·사회학 지원 급감 1년새 65% 줄어든 곳도
'취업 학원화' 부메랑 우려 ··· 미래 경쟁력 약화 지적 잇따라

인문·사회학이 고사(枯死)하고 있다.

생산성이 담보되지 않는 불임학문으로 인식되면서 대학과 정부가 해당 연구분야에 투자를 줄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교육당국이 대학 구조조정작업을 취업률 등 눈에 보이는 지표 중심으로 밀어 붙이면서 이 같은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

대학들은 생존차원에서 당장 성과가 나지 않는 순수학문들을 퇴출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돈 안 되면 투자 없다

 



대학 계열별 연구비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7일 대학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통해 4년제 180개 대학의 연구비 수혜실적, 전임교원 연구성과 등 15개 항목을 공시했다.

본보가 2010년과 2011년 대전권 4년제 일반대학 7곳(한밭대, 침신대, 을지대 제외)의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 수혜실적을 계열별로 표집·분석한 결과, 상당수 대학의 공학계열과 자연과학계열의 연구비는 늘었지만 인문·사회계열과 예체능계열은 감소했다.

인문·사회계열 중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가 전년대비 가장 많이 감소한 대학은 우송대로 282만 6600원(-64.8%) 감소한 153만 3600원이었다.
한남대(-39.3%), 대전대(-37.1%), 배재대(-14.3%), 한국과학기술원(-4.6%), 충남대(-1.0%) 등의 인문사회계열도 전년보다 연구비가 줄었다.

반면 공학과 자연계열의 경우 목원대가 각각 43.6%, 10.7% 증가했으며 배재대(27.6%, 51.9%), 한국과학기술원(9.2%, 34.0%), 충남대(4.3%, 9.5%) 등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국적으로도 자연과학(5.8%)과 공학(1.9%), 의학(1.9%)계열은 연구비가 증가했지만 예·체능(-0.7%), 인문·사회(-4.1%) 분야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는 대학과 정부가 어느 연구분야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미래경쟁력 위기 우려
순수학문의 부실은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간부문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순수학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육성·지원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개별 대학과 학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잣대 등을 들이대며 대학을 ‘취업 학원화’시키고 있다.

인기 중심, 취업률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하는 것은 취업률 중심의 정부 평가에 대한 단기적인 처방이라 미래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의 기초학문 역량이 약화되면 장기적으로 응용학문에도 폐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오히려 인문학 등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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