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통 – 잘 알고 계신가요
신경통 – 잘 알고 계신가요
  • 이원형
  • 승인 2016.06.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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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이원형 충남대 마취통증학과 교수, 대상포진 후 오는 신경통

 마취통증의학과 이원형 교수
비가 오려고 날씨가 궂으면 나이가 좀 드신 어르신들은 ‘무릎 신경통이 쑤시는 걸 보니 비가 오겠는데’ 라고 이야기하신다. 어려서 늘상 듣던 말씀이고 신기하게도 습기먹은 바람이 불라치면 곧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던 기억이 난다.

 일종의 일기예보라 할까 그렇게 각인되었던 신경통이라는 낱말은 실제 의학을 공부하면서 실상은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경통’은 말 그대로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통증을 ‘신경통’이라 한다.

물론 비가 오고 굳은 날씨가 되면 통증이 악화되기도 하지만 신경통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점은 잘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평생을 통증으로 고생할 수 있으며 심하면 삶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신경통을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대상포진후 신경통, 당뇨병성 신경통,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등이 있다.

 대상포진후 신경통

우리나라의 인구분포를 보면 2025년에는 전 인구의 15%가 60세 이상의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과 관련된 질병도 증가하게 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질병이 대상포진후 신경통이다. 대상포진후 신경통은 급성대상포진에 의해서 물집(수포)이 생기었던 피부에 다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인데 노인일수록 신경통 발생율이 높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보통 급성대상포진은 어려서 앓았던 수두의 바이러스가 몸에서 사라지지 않고 척추신경의 신경절이라는 곳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다시 재활성화 되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몸이 건강할 때는 문제가 없다가 노인이 되어서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거나 몸이 약해지게 되면 잠복하고 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어서 피부의 신경을 따라가면서 피부에 물집과 통증을 일으킨다.

급성대상포진 시에는 발적을 보이며 물집이 주로 몸통의 한쪽을 따라서 띠처럼 발생하며 날카롭게 찌르는 통증을 호소한다. 급성대상포진은 항바이러스제재와 진통제를 1주일 정도 복용하면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어 물집도 아물고 통증도 감소된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하는 대상포진후 통증이다. 보통 성인 대상포진 환자의 20% 정도에서 급성대상포진이 아문 자리에 통증이 나타나는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발생한다. 젊은 환자에서는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고령일수록 증가되어 60세 이상의 급성대상포진 환자에서는 20-50%에서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발생하고, 70세 이상에서는 50% 이상으로 증가한다.

그러므로 나이가 드신 노인에서 대상포진이 발생하면 두 명 중 한 명이 대상포진후 신경통으로 고통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급성 대상포진시 통증이 심하게 나타날수록, 급성 대상포진의 증상과 기간이 길수록, 발진 전 통증 전구증상이 나타날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빈도는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후 신경통의 증상으로는 표면 혹은 심부의 통증이 아리고 쓰리고 따갑고 욱씬 욱씬 쑤시는 박동성 특징이 있거나 예리하고 전기가 오는 것처럼 찢어질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옷깃만 스쳐도 깜짝 놀라는 이질통이란 매우 특징적인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통증이 계속되면 우울감, 수면장애, 식욕부진, 변비, 권태, 성욕감퇴 등을 동반한다.

수년간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지속되면 만성통증으로 변하여 통증이 잘 낫지 않으며 부가적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을 동반하게 되어 삶의 의욕도 상실하게 되며 삶의 질도 현저하게 떨어져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기도한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밤에 잠을 잘 수 없으며 불안, 불면증, 우울증 등이 악화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삶에 대한 모든 의욕을 잃어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대상포진후 신경통이 발생하면 가능한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상포진후 신경통의 치료는 일반적인 소염진통제로는 잘 치료가 되지 않으며 신경통 치료를 위해서 개발된 약제를 사용하여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신경차단 요법도 병행하여 치료하면 더욱 좋은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 제약회사에서 대상포진후 신경통을 치료하기 위하여 좀 더 나은 새로운 신약들을 개발하고 있다.

 당뇨병성 신경통
58세 김XX씨는 20년간 당뇨병을 치료 받고 있다. 한번 생긴 당뇨병은 쉽게 없어지지 않으므로 오랫동안 병원을 다니면서 약제를 복용하고 있다. 당뇨병에 의한 특별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가끔 바쁜 경우에는 병원에 가는 것을 잊어버려 약물을 복용하는 것을 중간에 빼먹기도 하고 사업 때문에 자주 회식을 하다 보니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몇 달 전부터 양쪽 발이 저리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점점 심해지면서 이제는 화끈거린다. 어떤 경우는 발이 아파서 밤에 잠이 깨서 다시 잠을 들을 수가 없다. 양쪽 발바닥의 감각도 무디어 진 것 같아 불편한 느낌이 든다.


상기 경우는 전형적으로 당뇨에 의해 신경통이 발생한 예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7-12%가 당뇨병 환자이며 식생활의 향상에 의하여 2025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25%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당뇨병 환자 중 20 – 30%에서 말초신경이상이 발생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신경병증의 한 증상으로 신경통을 호소하게 된다.

보통 당뇨병을 오래 앓은 환자일수록 그리고 40대 이상의 남자에서 당뇨병에 의한 신경통이 잘 발생하게 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경우 신경통 뿐만 아니라 눈과 신장의 기능도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눈의 안쪽에 있는 망막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여 시력 감소와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고 신장기능도 점점 떨어지게 되어 마지막에는 신부전증이 발생하여 신장투석과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당뇨병성 신경통은 당뇨병성 신경병증으로 인하여 온 몸의 신경계에 이상이 초래될 경우에 나타나며 감각을 마비시키고 혈관의 이상도 초래하면서 통증을 동반하는 경향을 보인다. 즉 당뇨병이 미세한 혈관을 손상시키고 미세한 혈관을 통하여 영양분을 공급받는 신경조직에 영양분이 잘 전달되지 않아서 신경조직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양쪽 발이 대칭적으로 저리고 화끈거리고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픈 증상이다. 서서히 시작되며 주로 밤에 통증이 심해진다. 쑤시거나 불쾌한 감정이 동반되기도 하며 통증은 지속적일 수도 있지만 수주 또는 수개월에 걸쳐서 간헐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성 신경통은 신경기능저하를 나타내는 다른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는데 촉각 및 감각기능의 소실, 감각성 운동실조, 온도감각 통각의 소실, 자율신경 장애 증상도 보일 수 있다. 자율신경 장애의 증상으로 기립성 저혈압과 소화기 이상으로 구토, 설사, 변비 등이 동반되기도 하며 비뇨생식기 증상으로 빈뇨, 신경성 방광, 발기부전과 심장의 자율신경 증상으로 빈백, 부정맥 등도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성 신경통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당뇨병의 과거력과 이학적 검사 및 신경기능 검사를 시행한다. 통증은 환자의 주관에 의해 표현되기 때문에 일관된 판단이 어렵다. 보통 압박감, 경련통, 화끈거리는 작열통, 찌르는 듯한 통증, 베는 듯한 통증 등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으며 자각증상과 발의 감각 저하와 지각과민 증상 등을 먼저 관찰하여야 한다. 감각기능을 평가하기 위하여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선으로 촉각과 통각을 측정하며 피부의 온도도 측정할 수 있다. 진동을 느끼는 정도를 측정하는 진동각 측정을 위하여 말굽모양으로 된 진동자를 사용하기도 하며 말초 신경기능 검사를 위하여 신경전도 검사를 실시한다.

당뇨병성 신경통 및 신경병증의 치료는 진단에서부터 출발한다. 보통 고혈당의 정도와 당뇨병의 기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혈당 조절이 중요하고 철저한 혈당조절로 당뇨병성 신경통과 신경병증의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알코올 중독이나 영양불량으로 신경병증이 악화되기 때문에 비타민 B 등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고 발에서 감각이 떨어지는 감각신경 장애가 발생하면 족부궤양으로 진행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과 실천이 대단히 중요하다. 당뇨병성 신경통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는 프리가발린이라는 신경통 약제가 일차적으로 사용되며 필요에 따라서 항경련제, 항부정맥제, 항우울제 등도 첨가하여 사용할 수 있다.

복합부위통증 증후군
47세의 남자환자가 우측 손과 팔이 아프고 차갑고 부종이 있음을 호소하며 내원하였다. 환자는 6개월전에 우측 팔(척골)의 골절로 인하여 수술을 받고 얼마동안 손목이 움직이지 않도록 팔에 스프린트(부목)를 대고 안정을 취하였다고 한다. 그후 방사선 검사상 골절이 회복된 것을 확인하고 퇴원하였으나 그 이후에 우측 손과 팔이 욱신거리며 쑤시고 차가운 증상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다시 병원을 방문하여 방사선 사진을 찍어 보았지만 방사선 소견상 골절부위는 이상이 없었다. 방사선 사진에서 골절은 완전히 나았는데 통증이 지속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마취통증의학과 외래를 방문한 것이다.

상기 환자의 경우는 전형적인 복합부위통증 증후군의 일예이다. 아마도 복합부위통증 증후군이라 하면 일반 의료진도 잘 알지 못할 정도로 비교적 최근에 병의 이름이 붙여진 질환이다. 복합부위통증 증후군은 신경 혹은 조직의 손상에 의해서 발생하는 신경병증성 통증의 아주 대표적인 질환이다. 발병율은 높지 않지만 일단 증상이 발생할 경우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매우 심한 통증이 전신으로 번지는 만성적이고 진행적이고 파괴적인 위험한 질환이다.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고 점점 심해지기 때문에 통증으로 인하여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근육, 뼈, 신경 등의 조직손상(특히 손, 발을 포함한 상지 및 하지)에 의하여 발생하며 염좌, 탈구, 골절, 좌상, 열상, 신체의 절단 등에 의하여 발생한다. 또한 수술후 후유증, 정맥주사시 우연히 발생한 신경손상과 알러지 반응 등에 의해서도 복합부위통증 증후군이 유발되기도 한다.
원인과 증상에 따라 복합통증증후군 1형과 2형으로 구분하며 1형은 주로 조직 손상에 의하여 발생하고 2형은 신경손상이 원인이되고 1형보다는 2형이 증상이 심하고 오래간다.

주요 증상으로 세계통증학회에서 정한 기준을 보면 멈춰지지 않은 지속적인 통증, 이질통(옷깃만 스쳐도 아픔을 느끼는 증상) 혹은 통각과민으로 표현되는 매우 심한 통증, 통증부위의 부종과 피부혈류 변화, 발한자극 반응 이상 등이다. 증상의 발현과 병의 진행과정은 환자에 따라 그리고 원인에 따라 너무 다양하여 일반화 할 수 없으나 통증은 85%의 환자에서 6개월 이상 지속되며 25%의 환자에서 1년 이상 지속된다. 환자의 1/3에서 직장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퇴직하며 통증이 호전되어도 이전에 근무하던 직장으로 복귀할 수 없음이 보고되고 있다.

병이 진행되면서 초기에는 손상받은 부위에서 중등도의 심한 타는 듯한 지속적인 통증이 있으며 움직임에 의하여 통증이 악화되고 감각이상을 보인다. 부종, 근육경직, 통증에 민감하여 움직임에 장애를 받는다. 피부는 건조하고 따뜻하며 보통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되며 치료에 잘 반응한다.

이 경우 잘 치료가 되지 않으면 부종이 확산되며 관절 경직현상이 나타나고 근육이 소모되어 약해진다. 피부는 차갑고 창백하고 청색증 현상이 나타나고 모발은 가늘어지고 손발톱은 길어지고 부스러지기 쉽게 된다. 조직 손상 후 3-6개월동안 위의 증상들이 지속되다가 사지의 위축현상이 나타나게 되고 궁극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초래되게 된다.

이 경우 피부는 매끄럽고 윤이 나며 창백하고 청색증을 보인다. 모발은 가늘어 지고 길어지며 손발톱도 길어지고 구부러지고 부스러지기 쉽게 된다. 피하조직, 근육 등이 모두 위축성 변화를 보이고 극히 약해지며 인대 등이 수축되어 움직임의 장애를 보인다. 통증은 중등도에서 매우 심한 정도로 다양하며 타는 듯하거나 쿡쿡 쑤시는 양상을 보이고 이상감각을 동반하게 된다.

더 심한 경우는 통증이 신경손상 부위를 넘어서 주변 부위까지 널리 퍼져나가는 양상을 보인다.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통증이 점차 몸의 사지를 따라 퍼져나가서 전체 몸의 1/4 혹은 반대편 상하지에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통증이 퍼져나가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잘 조절되지 않는다. 점차 진행된 경우에 피부, 피하, 뼈, 관절 등에서 위축성 변화가 초래된다. 피부는 붉고 부종이 있으면서 번쩍거리고 손가락은 가늘어지고 통증 때문에 손톱을 처리할 수 없어서 손톱이 길어지고 모발도 가늘어지고 관절이 굳고 수축되고 골다공증을 동반하면서 움직임에 장애를 받는다.

치료의 원칙은 조기에 진단하여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다. 치료방법에는 신경치료, 약물치료, 심리치료, 정신치료 등 여러 임상과가 함께 진료하는 다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복합부위통증 증후군 치료를 위한 특효약이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약제의 복용과 적극적인 신경치료 혹은 신경차단을 수행한다. 척수신경자극기라고 하는 특별한 신경통증치료 기기를 척수에 삽입하여 통증제어에 우수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통증이 만성화되고 심해지면 불안, 불면, 우울증이 동반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의 상담과 협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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