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방치된 '안중근 유적지'
중국에 방치된 '안중근 유적지'
  • 금강일보
  • 승인 2012.09.21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안중근의 사유적지 '훈훈고택'
거사 직전 머물렀던 길림성 '훈훈고택' 폐허 돼
문화재청 "관리 사실상 힘들어" ··· 정부가 나서야
“며칠 전 중국 길림성 동문시에서 안중근 의사 유적지를 들렀다 눈물을 흘리고 왔습니다. 비가 새고 집이 곧 무너질 것 같을 정도로 훼손이 심각했습니다. 중국이기 때문에 보존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관리나 보수할 방법은 없나요”

최근 문화재청 홈페이지 민원마당 게시판에 남겨진 한 시민의 민원이다. 이 민원인은 게시물을 올린 뒤 며칠이 지나도 문화재청의 답변이 없자 ‘정부가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민원인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기 바로 전 머물러 거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길림 ‘훈춘고택’의 훼손 정도는 폐허와도 같을 정도로 심각했다. 이 민원인이 제시한 사진에서 ‘훈춘고택’은 잡초가 무성해 유적지인지 폐허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유적지임을 알려주는 석비도, 안내 팻말도 없다. 초가는 한 쪽으로 기울었고 내부는 비가 새 안중근 의사가 잠을 청했던 침대는 녹슬어 흉물이 됐다. 또 무너져 내린 부뚜막 주변으로 솥뚜껑이 나뒹굴고 있다.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중국 연길에 머물고 있는 김상열(32) 씨도 최근 이 민원인이 소개한 훈춘고택에 대한 현실을 알려왔다.

김 씨는 “한국에서 친구들이 오면 독립운동을 했던 유적지가 곳곳에 있는 길림을 소개하곤 하는데 최근 안중근 의사 유적지에 갈 때마다 폐허처럼 보여 무척 속상하다”며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인데 한국 정부에서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지만 현실적이고 물리적인 제약으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관리를 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민간단체다보니 이런저런 제약이 많다”며 “중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훈춘고택에 대한 관리·보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인데 우리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민간단체로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선봉장인 안중근 의사 유적지가 이 정도인데 다른 독립지사의 유적들은 어떻겠느냐”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훈춘고택이 폐허로 변해가고 있지만 문화재청의 대응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 측은“(훈춘고택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은데다 외국에 있기 때문에 관리할 수 없어 사실상 개선이 어렵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문화재청 국외문화재팀 관계자는 “대한민국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곳은 문화재보호법 상 관리 대상이 아니다”라며 “외국에 있는 유적지나 문화재 관리는 힘든 게 현실이다. 훈춘고택뿐만 아니라 외국에 있는 모든 문화유산에 대해선 국가보훈처와 외교통상부 등 범정부 차원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