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불비상, 통일신라에도 크게 영향"
"연기 불비상, 통일신라에도 크게 영향"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09.06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아대 정은우 박물관장, "미술사적 의미 큰 불교 유물"

   비암사 불비상을 집중 연구한 세미나가 세종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세종시 바암사에서 출토된 불비상(佛碑像)을 집중 조명하는 ‘충남·세종의 불교문화’에 대한 세미나가 세종 향토사 연구소 주관으로 3일 세종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연기 불비상의 제문제’라는 주제로 미술사적 의의를 발표한 동아대 정은우 박물관장의 연구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정 관장은 “연기군 지역에서 1960년에 발견된 비암사 등 7개 지역의 불비상에서 통일신라보다는 백제적 요소가 많이 보이는 점은 불비상에 대한 해석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며 “특히, 아미타 정토 세계가 구현되어 있는 사실은 백제의 불교 회화는 물론 신앙을 재 구현 할 수 있게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관장의 발표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보았다.

연기군 불비상은 비상(碑像)이라는 범과 네 면에 조각이 새겨진 사면불이라는 독특한 배치와 명문(銘文)이 특징이다. 이를 근거로 불비상을 시주한 발원자들이 백제 부흥운동과 관련된다고 추정하며 명문에 등장하는 국왕을 돌아가신 왕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불비상은 통일신라시대 작품이지만 백제계 불상이며 백제적 전통 속에서 이해되는 작품이라는 시대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동아대 정은우 박물관장

백제가 신라에 합병된 통일신라시대 이후에도 백제 불상양식의 전통은 많은 영향을 주었다. 충남 연기군 출토의 여러 가지 석조불비상이 대표적인 예다. 부조(浮彫)에 표현된 상들도 잘 확인이 되지는 않지만 중국 남조(南朝) 양(梁 )나라 불상계통의 기법들이 많이 발견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연기군 출토 불비상은 신라에 흡수된 백제의 지방 양식이 통일 신라에 들어와서도 전통을 이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백제 멸망 후에 이어지는 통일신라 불상 양식에 다양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불비상의 명문이 있는 상(像), 또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두 본존이 아미타 상으로 기록되어 있고 그 밑에는 정토(淨土)의 세계가 장엄하고 표현되어 있다. 부처의 세계로 오르는 난간과 수파문, 연꽃으로 이뤄진 연목, 아름다운 영략 장식들이 조각되어 있다는 건 아미타 정토 세계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나타나는 양식이다. 이는 당시 유행한 아미타 정토 신앙의 유래를 알려주는 부조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미타불의 수인(手印), 역시 미술사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각 불비상의 수인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어 7세기 중엽까지는 체계적으로 정립이 되지 않았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는 기존의 전통과 새로운 형식의 기법이 공존했던 것을 의미하며 바로 이 시기가 수인 양식의 변화에 과도기였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 때 이후로는 지금까지 알려진 일반적인 구품(九品) 형식이 등장한다. 이 같은 특징으로 볼 때 연기군 불비상은 7세게 아미타불의 틀징과 수인형식의 다양성 연구에 중요한 사례가 되고 있다.

연기 불비상에는 현재 심하게 마모되어 정확한 분석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백제적인 전통이 많이 남아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위쪽 왼쪽 어깨와 등 위로 흘러내린 옷 주름, 광배 등이 그렇다. 양손에 든 보주, 즉 구슬 장식을 든 보살상도 마찬가지다. 반가사유상도 백제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양식이었다. 재료로 사용한 납석도 백제 전통을 이어주는 중요한 사료가 되고 있다.

이상으로 볼 때 백제의 전통 조각 양식은 통일신라시대에도 불상제작에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연기 불비상은 서기 673-689년 즉, 7세기 후반 작품으로 통일신라 초기의 지역적 특징이 잘 반영된 사례가 되고 있다.

왕조가 바뀌었더라도 불비상 제작에 참여한 장인은 백제계 사람들이었으며 발원자 또한 백제인으로서 이 지역에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1960년 비암사에서 발견된 불비상은 백제의 조각이 통일신라시대에도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귀중한 사례이며 이 전통은 연기군을 중심으로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비암사 불비상의 불교사적 의미를 집중 조명하는 토론회가 주제 발표에 이어 열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