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고싶은 도시 만드는 게 꿈"
"다시 오고싶은 도시 만드는 게 꿈"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5.08.10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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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춘희 세종시장, "원도심, 내후년 쯤 가시적인 성과 나올 것"

   이춘희 세종시장은 "실질적인 행정수도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라며 "신,구도시, 이주민과 원주민 간에 균형개발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이춘희 세종시장을 만날 때 사전 질문을 보내지 않는다. 혹시 비서실에서 필요해 보내더라도 그 내용이 일반적이거나 도식적이어서 기사작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이유다. 그래서 인터뷰는 늘 ‘프리 토킹’(Free Talking)으로 이뤄진다.

지난 4월 9일 취임 이후 첫 인터뷰를 가졌다. 그 때 이시장은 “세종시는 나의 운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자신의 운명을 세종시와 함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들렸다.

그러고 나서 4개월이 미처 지나지 않는 5일 오후 5시 30분에 행복도시 보람동 신청사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조치원읍 옛 연기군수실의 세종시장실과는 사뭇 다른 깔끔한 분위기 속에 남쪽으로 아담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시장실을 남쪽에 둔 건 이시장의 의사와 무관했다. 금강 변을 조망할 수 있는 북쪽이 훨씬 경치가 좋았지만 전 시장이 남향을 원해 변경이 어려웠다. 신청사로 이전, 개청식 등 세종시 역사에 변곡점이 될 만한 굵직한 일들을 치른 후여서 이시장을 만나 시정에 대한 구상을 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어제 황교안 국무총리께 미이전 정부 부처의 조속한 이전을 건의했고 서울-세종 간 고속도로도 해결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8일부터 복숭아 축제가 열리는데 여기에 총리께서 한번 오셨으면 한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4일 국무총리가 취임이후 처음으로 세종시청을 방문했다. 시장의 건의에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결과물이 없는 방문”이라고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이시장에게 혹시 둘만의 얘기가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일하는 방식이 건의가 들어오면 검토해서 반영하는 게 정부의 일이 아니냐”며 우회적으로 부인했다.

지난 7월 초 아직 이전하지 않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소재한 경기도 과천 지역구의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이전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를 두고 세종지역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었다.

“중앙정부에서는 들어올 공간이 있는 인사혁신처와 국민안전처는 조속히 이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미래창조과학부는 빨리 옮기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해수부는 이미 다 이쪽으로 와 있어 기정사실화만 시키면 되는 것이고요.”

미 이전 부처에 대한 중앙정부의 생각을 묻자 이 시장은 이렇게 얘기하면서 “송호창 의원은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정치적인 제스츄어로 받아들였다. 결국 시간이 걸릴 일이지 오지 못할 것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 시장은 이 문제에 관해 물밑 접촉을 통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해찬 국회의원을 만났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인 공주의 박수현 의원을 최근 별도로 만났다. 오는 9월 정기국회를 겨냥한 사전 포석이다.

“부처 이전문제, 국회분원,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등 기존의 현안에다 또 한가지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행복청의 줄어드는 예산 문제입니다. 올해 예산이 약 5천억원 규모였는데 마무리 단계에서 줄어드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사업을 한창 진행해야 하는 단계가 아닙니까.”

가능한 빨리, 많은 예산을 들여 세종시 행복도시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세종시 입장에서는 행복청의 급감하는 예산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이 시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행복청과의 관계 설정에 관한 질문을 받고 “행복청과의 협력관계가 정답”이라며 “가능한 예산을 많이 가져와서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을 많이 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날 인터뷰에는 김재근 대변인과 김소라 비서가 배석했다.
행복청에서 신도시 건설에 진력하면서 좋은 도시 기반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는 뜻이었다. 박물관, 아트 센터, 종합경기장 등 큰 예산이 드는 사업이 많이 남아있어 언젠가는 모든 걸 인수해야할 세종시에서 안달이 났다는 것이었다.

그는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것”이라며 “시민들은 불평을 세종시에다 한다”는 말로 간접적으로 행복청을 비난했다.

- 취임 1년 점수를 스스로 매긴다면...
“제 평가를 제가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자신의 잣대로 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죠. 시민이라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아야 하는 것이지 제가 평가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로컬 푸드, 청춘 조치원 사업 등 거창했던 시작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건 시간이 좀 지나야 성과가 나오는 일입니다.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시민들 눈에는 아직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서둘러서 할 일은 아닙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하다보면 눈에 보이는 일들도 나타나게 됩니다. 아마 내 후년쯤이면 가능할 겁니다.”

- 특히, 세종시청 이전 후 조치원읍민들의 허탈감이 아주 커지고 있습니다.
“이전 후 대비를 좀 더 일찍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빨리 준비했더라면 지금 쯤 옛 세종시청사에 뭔가가 들어섰을 겁니다. 준비한 시간이 1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은 투자하는 단계이지 결과물이 나올 단계가 아니라는 걸 시민들이 이해를 해주어야 합니다.”

- 지난 1년은 준비하는 기간이었다면 다음 1년은 어떤 일을 해야 할까요.
“세종시 행정의 첫 번째 일은 실질적인 행정수도 건설입니다. 이 일을 가시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남아 있습니다.”

이 시장은 이 질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아주 자세하게 설명했다. 실질적인 행정수도 건설이라는 큰 명제에다 ‘좋은 도시’를 만드는 일도 강조했다. 세종시 정책아카데미에서 오종남 전 통계청장이 언급한 “다시 오고 싶고 머물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가 좋은 도시다. 그걸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과제였다. 세 번째는 도시의 자족기능을 높이는 일이다. 경제 자립도가 높아야 불편하지 않고 편익시설의 확충이 가능하다. 그게 좋은 도시와 연결된다.

그는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세 가지 답변을 한 덩어리로 보았다.

- 그렇다면 큰 덩어리로 볼 때 두 번째 과제는 무엇입니까.
“균형발전입니다. 미루면 더 힘들어지는 일입니다. 신도시 주민들에게 이 시기에 조치원을 되살리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애기를 합니다. 예산 배정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죠. 주저앉은 다음에 다시 일으키려면 엄청난 힘이 듭니다.”

신·구 도심간 균형발전 못지않게 도·농간에도 균형 발전해야 하는 게 세종시가 안고 있는 문제다. 근교관광농업으로 변화해가야 하는 농업 부문의 개혁과 투자 등도 곁 들어져야 한다. 여기에다 대전, 공주, 천안, 청주 등 인근한 도시들과의 상생방안 마련도 이 시장의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는 과제였다.

“마지막으로 도시 성격을 정립하는 일이 있습니다. 세종시는 아시다시피 지역, 계층, 연령별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다양한 시민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칫하면 이질성이 갈등과 분열로 이어질 수가 있습니다. 이런 이질적인 요소가 세종시라는 용광로에 녹아들어 따뜻한 사람냄새가 나는 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시장은 행정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공직자 내부의 노력으로 시민과의 관계 설정을 확실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공직자가 을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게 명품도시를 만드는 길이라는 뜻이었다.

   이 시장은 매주 목요일마다 기자들과 만나 시정 현안에 대해 설명을 하고 질의를 받고 있다.
인터뷰는 주차장 등 신도시 거주민들의 불편한 사항에 까지 언급했다. 행복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인식에는 공감이 갔다. 다만 시 행정으로서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불편해하는 만큼 최대한 행정적인 협조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약속도 했다.

또, 신도시 권리금 폭락, 행정부시장 인선, 조직확대의 필요성, 인사시스템 강화, 각종 행사 또는 시설 운영권에 원주민 업체들의 잇단 탈락 등 소소한 부분까지 얘기를 주고 받았다.

분명한 것은 “내가 누구에게 어떤 일을 주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였고 “공정하게만 진행하라”는 게 이 시장의 생각이었다. 특히 인사문제의 경우 외부로부터 청탁이 들어오면 승진한 직원은 조직에 충성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위하게 된다는 말까지 했다.

다만 이 시장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지역 업체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이 시장의 소신과 원칙은 그랬다.

약 1시간 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세종시는 나의 운명' 말이 실감이 났다. 이 시장은 엘리베이터 앞까지 따라나와 “시간이 날 때 가끔씩 보자”는 말로 기자를 배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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