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됐던 고위 공직자 부인들의 모임인 ‘백합회’가 부활 움직임을 보여 공직사회 내 파벌 조성과 편 가르기식 인사 등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공중 분해됐던 백합회가 옛 연기군 간부 공직자 부인 중심으로 다시 만들 것으로 알려져 화합을 우선으로 해야 할 세종시 방향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백합회는 연기군 5급 이상 간부 부인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로 대외적으로 봉사를 하면서 지역 사회를 위해 공직자 부인들도 뛰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결성되었다. 하지만 봉사활동 과정에서 하위직 공직자가 이 모임에서 심부름을 하는 등 공직사회 상하 간에 부작용이 발생, 지난 2008년 여론의 지탄 속에 강제로 해체되었다.
하지만 세종시 출범 이후 중앙에서 간부 공무원이 내려오고 충남,북, 그리고 타 지역에서 고위직 중심으로 전출이 많아지자 위기감을 느낀 옛 연기군 공무원 부인들이 백합회를 다시 만들어 단합의 구심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와 시민들은 능력과 실력을 우선으로 하는 세종시가 되어야 명품도시로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며 부활을 우려의 시각으로 보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세종시 출범 초 자칫 백합회 부활이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들 간에 힘겨루기에서 나온 결과로 비쳐질 수 있어 부활이 순수한 봉사를 목적으로 하더라도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다.
세종시에 근무중인 공무원 수는 천 여명. 이중 절반 이상이 기존 연기군 출신 공무원들이다.
세종시 출범으로 중앙에서 이적해온 공무원들과 광역단체에서 이적해온 공무원, 공주시와 청원군에서 이적 해온 기초단체 공무원들. 기초단체에서 광역단체, 중앙행정까지 많은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근무하고 있다. 초창기 여러 지역에서 모이다보니 서로의 위치를 과시하기도 하고 때론 기초단체인 연기군 출신 공무원들이 무시를 당하기도 하는 사례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시각에 따라서는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으로 나누어져 행정 내부가 이원화된 조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업무능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지역 출신 공무원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이를 안 기존 연기군 간부 공무원 부인들이 백합회를 부활시켜 정보 교환과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연기군 출신 지방 공무원들의 단합과 중앙에서 이적해온 국가직 공무원들의 독단을 막기위한 것으로 분석되지만 문제가 있어 해체된 단체를 다른 목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좋지 않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백합회가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 공무원 간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공무원들의 인사와 행정절차 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으로 지탄을 받아왔었다. 이 것이 해체 이유였다.
하지만 국가직 공무원들과 광역단체 공무원들의 세종시 이적으로 "연기군 출신 공무원들의 앞길(?)이 막힐 것"이라는 지배적인 여론과 함께 '백합회'의 부활설이 나오면서 간부에 들지 못한 공무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부들 부인들이 지나친 권위에 젖어있다는 의미에서다. 해체 이전의 '백합회'는 봉사를 위한 명분을 갖고 출발됐지만 간부공무원 부인들이 인사권에 개입하고 영향력까지 행사하는 역기능을 보였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간부공무원이 아닌 하위직 공무원들의 불만도 끊이질 않았다. 결국 비주류로 분리되던 5급 이하 공무원들의 양심선언이 줄을 이었고 공무원노조도 백합회 해체에 한 목소리를 내는 등 공직사회의 파행이 거듭되기도 했다.
공무원 김모씨는 "백합회가 존재할 때만 해도 각 일선 행정기관 행사를 할 때 면 간부공무원 부인들이 행사가 끝난 직 후 뒤늦게 행사장을 찾아와 음식상을 다시 차리게 하고 심부름을 시키는 등 특별한 대접을 받으려고 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 그는 "국가직과 지방직 사이에서 힘겨루기 싸움을 하고 있다"며 "백합회 부활설은 사실상 공직자 자신의 앞날을 위해 부인들이 나선 것이나 다름없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백합회는 객관적으로 봉사단체라는 명분을 띄고는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다른 공무원 이모씨는 "백합회가 해체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비밀리에 모임을 가졌다는 설이 무성했다"며 "표면상 해체일 뿐, 백합회의 활동은 잠정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덧붙였다. 백합회 한 회원이 간부공무원 부인들을 소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설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봉사라는 명분 뒤에 또 다른 배경(?)이 숨어 있다는 고발성 주장과 함께 공무원들 간 편가르기 기싸움을 자행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감찰 부서의 명백한 조사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여진다. '백합회'가 자진 해체된 지 4년이 지나서 행정 내부적인 마찰로 인해 부활을 알리는 것이 또다른 계파 싸움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