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영자들이 읽어야 할 지침서
국가 경영자들이 읽어야 할 지침서
  • 임영호
  • 승인 2014.01.08 14: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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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호의 독서길라잡이]박세일 교수의 '대한민국 국가전략'

대한민국을 경영하려는 사람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우리나라는 변화무쌍한 나라인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떠보면 매일 매일 ‛당신은 어느 편인가’ 라는 크고 작은 쟁점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인가 답답한 심정이다. 사실 국민의 입장에서 이런 안목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란 정말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에 과연 제대로 된 국가전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는가 묻고 싶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아닌 개인이 국가 전략을 내놓았다.

보수 우파의 대표적 학자이면서 국가적인 담론을 제기하는데 탁월한, 지난 2006년 한반도 선진화 재단을 만들어 이끌고 있는 서울대 박세일 교수가 7년 전에 쓴《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세계 전략, 선진화 혁명, 그리고 공동체 자유주의'라는 긴 부제가 말해주듯 국가사회 발전과 외교 전략은 물론 정치사회의 근간에 자리 잡아야 할 이념까지 폭넓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 60년을 돌아보면 건국, 1960년 이후의 산업화, 그리고 1980년 이후의 민주화에 우리는 성공했다. 그러나 세계전략은 없었다. 그동안 우리의 세계전략은 미국에 맡겨졌다. 이제 미국중심의 단극화(單極化)시대는 끝났다. 세계는 남북관계, 동북아 국제 질서 속에서 다극(多極)체제로 변화하고 있어 새로운 국가목표와 전략이 필요하다. 그는 국가목표를 선진화(先進化), 이념으로서 공동체 자유주의(共同體 自由主義)를 주장한다.

선진화 란 무엇인가? 저자는 선진국이 되는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경제적으로 일인당 소득 3만 불의 중산층 비중이 60%가 되는 항아리 형 경제, 둘째 정치적으로는 80년대, 90년대의 절차적 민주화를 거쳐 자유화의 단계로 나가는 데 방해물인 정치선동가들의 대중 영합주의를 극복한 확고한 자유민주주의, 셋째 공동체와 이웃을 위한 자기 절제 능력이 높은 사람인 군자 또는 교양인의 사회, 넷째 다른 문화, 다른 민족, 다른 종교에 열린 마음을 갖는 다문화 공생사회, 마지막으로 평화, 인권, 반핵, 빈곤퇴치, 환경, 생태 등의 문제해결에 적극 기여하는 세계 공헌국가 등 다섯 가지 조건이다.

국가이상으로서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하나의 방향인 선진화 이념인 공동체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인간은 본래 개체적 개성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관계적 공생적 존재이다. 따라서 공동체를 훼손하는 자유만능주의, 이기적 자유주의가 아니다. 공동체 가치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이다.선진국 진입은 개인의 자유 못지않게 공동체적 가치와 연대에 대해서도 똑같이 존중하는 사회가 돼야만 가능하다.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과 계층에 대하여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적인 개인의 자유 쪽이 강조된 나머지 심각한 불평등 사회로 꼽히게 된 미국식에 대한 반면교사이다. 건강하고 인정이 넘치는 따뜻한 공동체 속에서만 개인의 자유가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공동체 자유주의를 이념으로 하여 선진화를 위한 10대 과제를 제시한다. 그중 하나는 발전적 계승의 균형적 역사관 정립이다. 사회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역사를 친일파와 민족분열주의자가 만든 나라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과 정당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수정주의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 이런 역사관으로는 화해와 용서, 일치와 통합을 이끌어 낼 수 없다. 갈등과 대립이 적은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이다. 일부는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성공한 역사라고 공격하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60년 역사는 건국, 산업화로 민주화로 이어지는 성공과 승리의 역사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싶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산업화 민주화 둘 다 성공한 나라는 한국이외는 없다. 어떤 나라건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가 있다. 그런 점은 당연히 반성해야 한다. 반면에 밝은 면을 계속 발전 계승하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승만 대통령도, 박정희 대통령도 과(過)도 있지만 공(功)도 많다. 얼마 전 핀란드에 갔을 때 도시중심에 서있는 동상 중에는 강대국에 짓밟힌 암울한 시대였던 괴뢰정부의 지도자의 동상도 그대로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인간은 역사적 상황적 공간에 있는 것이다. 현재가 아닌 당시상황을 역지사지의 냉철한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박 교수는 외교 대북전략으로 동북아에서 패권주의가 되지 않도록 미국, 중국, 일본의 3각 균형체제의 동북아를 구상한다. 이를 위하여 자강(自强),동맹(同盟),균세(均勢), 사상적 가치적 이익적 동지를 만드는 사상(思想)전략을 구사한다. 지금 중국은 G2로 부상하여 이웃나라와 영토, 영해, 영공 문제에 대하여 자기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우선 강한 군사력을 키우면서 강대국의 대항세력으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싶다. 고구려의 이른바 강성대국노선이 신라의 강대국과의 동맹노선에 의해 무너진 역사적 사실을 기억한다. 더구나 스위스와 같은 홀로서기 영세 중립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자체적으로 강한 국가 경쟁력 군사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 관심이 온통 북한체제 북한정부에 두고 있는 것을 비판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대북정책의 궁극적 문제는 북한 동포의 빈곤과 기아, 그리고 억압과 공포로 부터의 해방이다. 우리는 북한 인권법을 아직도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아울러 북의 정상 국가화와 근대 국가화 (경제화, 민주화)를 위해서는 비핵화, 개혁개방, 인권존중, 국제규범의 존중 순으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이다.

지방자치제 개혁과 관련하여 광역분권형 국가경영 방식을 주장한다. 이회창 전 선진당 총재께서 이미 주장한 강소국 연방제(强小國 聯邦制) 철학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 세계화시대에는 국제 경제력이 도시와 지역 단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집적화(集積化)의 이익과 광역화(廣域化)의 이익의 장점이 있는 대도시 경제생활권 중심으로, 인구 500만 내지 1500만 명 정도로 광역화로 개편, 4개내지 6개의 광역자치단체로 만들어 연방제에 가까운 지방주권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현재 47개 광역단체를 약 12개정도의 도주(道州)로 묶고 있다.

박세일의 선진화 론은 민주화를 넘어서는 보수의 새로운 시대정신, 즉 이념적 정책적 좌표를 제시하였다. 성장, 발전, 개방, 시장 확대, 긍정적인 역사관, 포퓨리즘 극복, 작은 정부, 법치주의, 북의 개입 정책, 자율과 경쟁을 바탕으로 한 교육에 무게 중심을 둔다.

끝으로 박세일의 선진화 론은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대선공약으로 채택되었다. 그러나 그저 공약으로 그쳤다는 생각이다. 최근 시대정신으로 복지국가론 또는 경제민주화론이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박세일의 성장론에 비하여 분배와 복지를 상대적으로 강조한다. 김 종인 전 의원은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성장의 효율만을 중시한 나머지 압축성장하는 과정에서 독점과 과점을 조장해 재벌의 힘이 지나치게 막강해졌으며, 부의 양극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이 그의 시대진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김종인 전 의원의 경제 민주화론을 공약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취임 1년이 되었으나 아직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 책 《대한민국의 국가 전략》은 논리정연하나 현실은 복잡하고 꼬여 있다는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일어나는 것들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더구나 정책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간의 이념투쟁이 아니다. 정책은

 
     
 
 
임영호, 대전 출생, 한남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업, 총무처 9급 합격, 행정고시 25회,대전시 공보관, 기획관, 감사실장, 대전 동구청장, 18대 국회의원, 이메일: imyoung-ho@hanmail.net
이념의 하위수단이 아니다. 문제해결방식이 정책이다. 지금 현재의 국가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어떤 정책 전략이 더 효과적인가를 먼저 따져야한다.

그러나 국가를 생각하고 정책을 궁리하는 사람이라면 나라의 정책들을 판단하는 가치기준으로서는 이 책은 유용하다. 특히 저자 박세일은 학자이면서도 김영삼 정부시절 정책기획수석과 사회복지수석, 여당의 정책위의장도 역임한 경세가이다. 현실정치에서의 감각과 경험으로 쓴 우리나라 국가전략으로서의 비전과 정책에 관한 그의 주장은 경청할 만하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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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명깊게 2014-04-22 16:35:55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핵심위주로 요약하여 올려 주시는 글을 읽으면서 가끔은 잠깐 동안 문장에 머물러 생각도 하며
메모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유용한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하여 주시길 부탁합니다.
지면으로나마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