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데시벨’ 들이미는 소음과의 전쟁
‘65데시벨’ 들이미는 소음과의 전쟁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3.10.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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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개발현장에 각종 민원, 법적기준과 체감피해 차이 커

예정지역 건설로 인한 공사는 물론 읍면지역까지 파고든 개발 여파로 인해 세종시가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은 소정면 공사현장 옆에서 소음측정을 하는 모습>
# 소정면에 거주하는 오모씨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공사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집으로부터 불과 십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발생하는 굴삭기 소리는 오 씨 가족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오 씨는 바위를 굴착하는 소음소리에 심장이 두근두근 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잠을 깨는 순간부터 하루 종일 귀를 강타하는 소음에 오씨는 급기야 세종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세종시는 이에 난색을 표하며 소음측정 등 법적절차를 거쳐 행정처분만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 지난 18일 금남면 장재리의 한 도로공사현장. 행복도시 3생활권 인근 행복도시-대덕테크노밸리 간 BRT공사 중인 이곳에서 언쟁과 함께 실랑이가 벌어졌다. 마을 주민들이 행복청공무원과 공사현장직원을 사이에 두고 차량통행 및 공사소음 등으로 가축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었다. 현장인근에는 소를 키우는 축사들이 즐비했던 것. 주민 강모씨는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소의 성장이 더딜뿐더러 심지어 소가 죽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공사 중단과 함께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한바탕 소란이 있고서야 시공사는 공사를 잠정 중단했지만 공사 관계자 및 행복청은 환경영향평가 등 법적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피해보상은 이후의 문제라고 밝혔다.

세종시가 각종 개발로 인한 소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정지역 건설로 인한 공사는 물론이고 읍면지역까지 파고든 개발 여파로 인해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화를 통한 합의가 우선이지만 쉽게 해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법적 기준치와 체감피해가 다른 것이 민원의 주된 요인이다. 낮 시간 주택가 소음 기준치는 65데시벨(dB). 사업주 또는 관계기관이 ‘65데시벨’을 들이밀며 피해자를 두 번 울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정면의 오 씨처럼 민원을 제기해도 관계기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과태료 조금과 시설보완을 명령하는 행정처분이 전부다. 기준치를 초과하는 소음이 운 좋게 측정되면 법적제재를 가할 수는 있으나 과정이 쉽지 않다.

세종시는 오 씨의 민원에 지난 8월 과태료 60만원과 시설보완을 명령하는 1차 행정처분을 가했으나 이후에도 소음은 계속됐다. 기준치를 아슬아슬 넘나드는 소음에 오 씨의 괴로움은 커져갔다. 계속된 민원에 담당 공무원이 수차례 현장을 단속했으나 번번이 허탕을 친 것. 사업주가 단속을 눈치 채고 공사를 중단하는 일이 거듭됐던 것이다.

결국 세종시는 지난 22일 불시에 현장을 방문해 기준치를 넘어서는 소음을 적발, 과태료 120만원과 함께 시설보완을 명령하는 2차 행정처분을 가했다. 이날 측정 결과는 기준치를 약간 넘어서는 66데시벨. 수개월동안 민원인은 소음노이로제에 걸리고 말았다.

   집으로부터 불과 십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발생하는 굴삭기 소음는 민원인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장재리 주민들의 발목을 잡은 것도 법적 기준치였다. 소들이 폐사하는 등 피해는 명백했으나 소음측정 결과는 역시 기준치를 살짝 밑도는 수준. 시공사는 법적 기준을 제시하며 발주처인 행복청과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보상의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기준치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소음에 피해자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경우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절차를 밟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환경분쟁 조정제도는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크고 작은 환경 분쟁을 복잡한 소송 없이 행정기관에서 신속하게 해결토록하기 위한 제도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피해입증을 대신해 주고 변호사의 도움 없이 간단하게 조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소정면의 오씨도 현재 이 제도를 통해 분쟁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 이전에 사업주는 소음 방지를 위한 시설 보완책을 마련하는 한편 민원인과 원만한 합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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