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은 참아도 무시당하는 건 ...
배고픔은 참아도 무시당하는 건 ...
  • 심은석
  • 승인 2013.04.22 08:18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은석 칼럼]김능환 전 대법관의 잔잔한 편의점 이야기

   심은석 세종경찰서장
4월의 한가운데에 온갖 꽃들이 세상을 밝게 한다. 흐드러지게 핀 목련꽃잎 사이로 하얀 벚꽃이 흩날린다. 아침부터 일부 지역에는 눈꽃이 피기도 하고, 온 종일 곡우를 알리는 봄비에 대지가 촉촉이 젖었다.

주말에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초청하여 세종지역 시티투어 문화 탐방 행사를 가졌다. 시청에서 버스를 지원받고 얼마 전에 나눔 문화 협약을 체결한 베아트리파크에서 꽃길과 곰돌이 동산의 견학코스를 제공받고 보안협력단체에서 오찬을 마련하고 직원들이 푸짐한 선물도 준비하였다.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는 것은 항상 큰 기쁨이다. 세종지역에 결혼 이주 여성 등 다문화 가정은 500여 가구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생김새가 약간 다르다고 놀리거나 누구든지 편견으로 바라보거나 왕따나 따돌림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편의점 아저씨 김능환 전 선거관리 위원장의 '편의점 한 달' 이라는 기사를 읽어 본다.
평소 애용하는 모닝이라는 소형 승용차에서 아내의 채소가게에서 판매할 물건을 나르는 전형적인 소시민의 모습이 소개되었다. 은 것은 미소, 얻은 것은 시름뿐이라는 제목으로 모 일간지 머릿기사로 달았는데, 그분의 진정한 이야기인지, 진심으로 말씀하신 내용을 기사화 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의욕있게 시작했지만 몸도 마음도 아프고 일정한 수익도 별로 없다면서 임차료를 걱정한다는 내용이다. 전 선관위원장께서는 “나는 물건을 팔면서 최대한 예의를 다했는데 일부 손님들이 함부로 대해, 라는 말을 전하며 무시 당 할 땐 눈물 나더라, 아내의 웃는 모습 보는 퇴임 후 낙이었는데 임차료 내기도 벅차니 슬슬 걱정 되네요, 언제 문 닫을지 모르겠어요” 직접 취재를 못하고 주변을 통해서 글을 썼다는 모 일간지의 기사를 보면서 서민의 삶이 팍팍하고 힘들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50 미터 마다 편의점이 있어 하루 매출 50만원을 올리기 위해 힘들게 일하여 하루 10만원 가량의 노동 댓가로는 너무 적은 수익이라고 한다. “꾸준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것이 없다, 불성무물, 하늘과 땅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는 가훈을 좌우명으로 하여 부족한 듯 사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어려움 속에서도 평범한 일상을 즐기시는 것 같다는 내용을 읽었다.

전직 대법관, 1980년 전주지법 판사로 임용되어 33년간 법관이자 공직자로써 부러움과 존경을 받던 분이었는데 퇴직하여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며 일을 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얼마 전 소시민으로 돌아간 그분의 스토리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고, 많은 고위 법관, 공직자들이 공공기관이나 로펌, 대기업에 재취업하여 연간 수 억원의 보수를 받는 세태와 대비되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편의점을 하면서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이 참기 어려웠다는 전 대법관

하지만 편의점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무시하는 것은 참기 힘들다고 한다. 세상에 살면서 가난하거나 지위가 낮거나 못 배웠다고 무시당하는 것은 참기 힘든 것이라고 한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무시당하는 것은 못 참는다는 말, 이는 사람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줘야 하는 우리네 경찰관들이 늘 생각하고 민원인을 대하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끔,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나 경찰의 일처리에 불만을 품고 경찰서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다. 어떤 분은 현관에서부터 소리를 지르거나 막무가내로 서장실로 뛰어 오는 사람도 있다. 담당 직원은 당황해서 달래 보려 애쓰지만 언성을 높이고 큰소리치는 경우가 많다.

직원들에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큰 소리 치는 민원인들은 서장실로 모시고 오라고 한다. 서장실은 직원 사무실보다 넓고 국기와 관서기가 있고 넓은 탁자와 원탁 소파 등 안락함과 편안함, 그리고 함부로 하기 어려운 엄숙함을 줄 수도 있다. 민원인을 만날 때는 정복을 입고 문앞까지 나가서 두 손을 잡고 모시고 들어오기도 한다.

차도 대접하고 치안 소식지도 건네고 살아가시는 일들을 소상이 들어 본다. 한 번 오신 분들이 몇 달 지나 다시 오시기도 하지만 경찰서 방문하여 하고 싶은 말을 하여 자존심을 회복한 것에 보람과 의미를 두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이런 저런 말씀을 듣고 공감해 드리며 직원을 불러 직접 보는 앞에서 친절히 해 드리라고 하면서 잘 조치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면 대부분 좋아하시며 자리를 일어나신다.

많은 분들이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분노와 억울함을 안고 경찰서에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다. 배려와 존중, 그리고 경청, 상대방 입장의 이해와 설명을 통해 대부분 만족하시며 돌아가시는 것 같다. 혹시 섭섭한 말을 들은 담당 직원에게는 민원인이 돌아가신 후 따로 불러서 위로하기도 한다.

경찰이라는 직업은 대부분 말로 하는 직업중의 하나이다. 말 한마디가 몸을 베는 칼이 된다는 말처럼 한번 내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엎질러진 물처럼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다. 무시당하는 것은 대부분 폭언이나 모욕등 말로써 상처를 입기도 하고 응대태도에서도 느낀다.

   대법관을 지낸 김능환 전 선관위원장은 아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도와주면서 사람들이 무시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사진은 YTN 동영상 캡처>
집에서나 직장에서고 어디든지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서 조심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될 가 많다. 화 날 때도 있고 짜증 날 때도 있고 그때마다 퍼붓고 싶은 말이나 성질을 죽이지 못하고 말을 쏟아 낼 수 있다. 그 말이 다른 사람에게는 비수가 되어 평생을 잊지 못하는 아픔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말 한마디가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세종경찰, 늘 약자 편에서 든든한 지팡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다짐

편의점 아저씨, 평범한 소시민으로 돌아가 사람들 속에서 애환을 느끼고 상처 받으며 삶의 고단함을 느끼시는 전 선관위원장께 경의 드린다. 평생 존경받는 법관으로 헌신하시다가 이제 퇴직하셔서 안락하고 대우받는 고액 연봉의 기회를 버리고, 편의점이라는 고달프고 어려운 소시민 속에서 사람사이에 부대끼고 거친 인생의 구석진 곳을 걸어 가시는 분, 그런 분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기에 앞으로도 더욱 존경받는 분으로 기억 되리라 믿는다.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하찮은 일이라고 남들이 무시할 지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가치있는 일이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이 하는 소중한 일이 비천하고 더러운 일이라고 폄하할 수 없다.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지위가 있거나 유명하다는 것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고급차를 타고 명품 옷을 입고 화려한 집에 산다고 그 사람이 더 존중 받아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그냥 일상에서 평범한 사람들도 아무런 차별 없이 존중받고 배려 받는 사회가 사회자본이 성숙한 사회가 아닌가?

겉모습이나 지위로 사람을 판단하고 특별하게 대우하거나, 그것을 당연시 하거나 민주시민의식으로 그것을 순응해서도 안 될 말이다. 세종경찰은 다른 어느 국가 기관보다도 어둡고 낮은 곳에서 아파하고 힘든 사람들 속에서 그분들의 든든한 지팡이가 되어야 한다고 늘 다짐한다. 앞에 만인은 평등하고 누구든지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경찰헌장을 늘 되새긴다.<필자 심은석은 현직 세종경찰서장이다. 공주 출생으로 공주사대부고, 경찰대학 4기로 졸업하고 한남대에서 행정학박사를 취득했다. 지난 7월 시집 '햇살같은 경찰의 꿈'을 출판했고 한국 문학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임재한 세종시 문화해설사 2013-04-23 00:03:26
잔잔한 감동이 마음속 깊이 들어옵니다~~~~행사 하실때 연락주시면은
제가 세종시 유적,문화해설을 하면서 봉사할께요 감사합니다

나그네 2013-04-22 10:05:54
월요일 아침 좋은 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한주라도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공주사람이지만 심서장님은 참 수수하고 진솔해서 좋습니다. 그런 모습이 진정한 공복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