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은 말하고 있다
현수막은 말하고 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7.01.05 16: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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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면 거리의 프랑카드, 주민 의사 표현 방법되고 있어 '이채'

   강준현 정무부시장 취임 축하 현수막 등 세종시 금남면에는 주민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프랑카드가 수시로 나붙어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참 재미있다.
대전에서 세종 금남으로 들어와 ‘세종의 소리’를 만든 지 6년, 그동안 금남면 소재지에 나붙은 프랑카드가 속웃음을 나오게 만든다. 아침 이른 출근시간에 마주치는 프랑카드는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부분 좋은 일을 축하하는 게 많지만 가끔은 갈등을 그대로 담은 것도 있어 다양한 의견이 폭 10m내외의 천위에 쓰여 전달되고 있다. 바로 옆에 첨단을 달리는 ‘정부 3.0’의 중앙부처가 있다는 점에서 금남면에서 이뤄지는 프랑카드 의사표시는 시공(時空)을 뛰어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금남면에 최근 나붙은 내용은 지난 2일 세종시 정무부시장에 임명된 강준현씨와 관련된 것들. 금남면 중앙로에만 4개가 큰 길을 가로지르고 있다. 금호중 동창회와 이장협의회, 여성협의회, 농업인 단체 등에서 정무부시장 임명을 함께 축하해주고 있다.

강부시장은 금남 소재지인 용포리 출신으로 ‘강약국’ 집 아들로 잘 알려져 있다. 금호중, 남대전고, 충남대를 졸업하고 이해찬 의원과 이춘희 시장을 도운 것이 이번에 낙점의 계기가 됐다.

그는 “이춘희 시장님을 도와서 세종시가 명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는 말로 고향 선후배들과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신독(愼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세종시 건설로 생활 터전을 내준 반곡리에 집성촌을 이뤘던 여양(驪陽) 진(陳)씨 후손으로 1급으로 승진한 진종호 울산광역시 선관위 상임위원의 승진축하 프랑카드도 내 걸렸다.

진 위원은 세종시 선관위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가 지난 연말 인사로 승진과 함께 울산광역시로 자리를 옮겼다. ‘사랑의 일기’ 연수원으로 활용됐던 금석초등학교 12회 동기들이 뜻을 모아 친구의 승진을 축하해주었다.

   반곡리 출신 진종호 울산시 선관위 상임위원 승진 축하 프랑카드
이주 전 반곡리 170여 가구 가운데 100호가 여양 진씨여서 ‘반곡 진가’라는 말은 금남에서 아직도 통하고 있다. 중종 30년인 1535년 당시 실권자인 김안로의 눈에 벗어나 참수형을 당한 아버지를 뒤로 하고 아들 4형제가 전국으로 흩어졌다. 둘째아들 진한번 할아버지가 반곡에 터를 잡아 ‘반곡 진가’의 중시조가 됐다.

반곡 진가 15대손인 진영은 전 세종시의원(현 대종회장)은 “대종회에서 축하를 해주고 싶었지만 모양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망설였다” 며 “차제에 동창들이 축하해주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충북경찰청에서 총경으로 승진한 김정환 총경 승진 축하 현수막도 나붙었다. 역시 반곡리 출신으로 경주 김씨 금남면 종친회에서 가문에서 총경 배출을 축하했다.

금석초, 금호중 21회로 졸업한 김 총경은 순경부터 출발한 입지전적인 인물이어서 총경 승진의 의미가 남달랐다고 금남 종친회 총무를 보고 있는 김동빈 전 이장이 전했다.

김 전 이장은 “종친회에서 축하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맙다’는 연락을 해왔다” 며 “종친회서 축하할 일이어서 프랑카드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반드시 좋은 일에만 현수막이 나붙는 건 아니었다.
지난 해 7월 금호중 이전을 두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자고나면 서로 다른 프랑카드가 나붙어 지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금호중 이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을 당시 나붙었던 현수막
‘금호중 이전 확정 환영’, ‘금호중 이전 확정고시 무효’
금호중의 대평중으로 이전을 두고 여론이 갈라지면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결론은 금호중 이전 첫 삽을 뜨면서 이전 쪽이 압승했지만 매사에 100% 찬성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어서 지나가는 과정으로 여겨졌다.

이 밖에 의용 소방대장 취임 축하라든가 퇴임한 홍영섭 정무부시장의 취임 당시 축하 현수막 등 크고 작은 일, 또는 주민들이 관심을 끄는 사건에는 출근 길에 어김없이 프랑카드를 만나게 된다.

불과 10m 크기의 현수막이지만 작은 동네의 희로애락과 애환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프랑카드는 역사성이 있다. 금남의 역사를 현수막을 통해 읽을 수 있고 그게 쌓여가면서 긴 과거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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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인 2017-01-06 07:40:02
재밌는 일이네요. 금호인들의 활약이 많이 눈에 뛰는군요. 학교 이전과 함께 더 많이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강 부시장님,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