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46).
지난 6일, 그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세종시에 업무 차 들렀다가 ‘오지 않는 버스’로 인해 낭패를 당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성남에 저녁 약속을 했다. 혹시나 하고 세종시를 경유하는 성남행 시외버스를 찾았다. 마침 대전 유성에서 중부 고속 오후 3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멀지는 않지만 굳이 유성까지 갈 필요가 없어 세종시에서 조금 느긋하게 일을 마쳤다.

그런데 일은 처음부터 어렵게 풀려가기 시작했다. 우선 정유장 위치를 찾기가 힘들었다. 남면 출장소에 문의를 하고 시외버스 터미널에 물어봤으나 모르거나 ARS답변으로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행복도시 건설청에 물어 봐서 겨우 알아낼 수 있었다. 30분이나 걸렸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정확히 오후 3시 4분에 정류장에 도착했다. 유성에서 10분에 출발하지만 미리 나가있어야 할 것 같았다. 아직 초창기라 정확히 시간을 지키지 않고 예정시간보다 먼저 버스가 올 수도 있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3시 10분에 출발하면 세종시까지는 20분이면 충분하다. 3시 반이면 도착 시간이다. 30분이 되어도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40분, 50분이 되어도 경유한다고 안내하던 버스는 오지 않았다. 건설청에 다시 문의를 했다.

“그 쪽에서 승객이 적으면 조금씩 늦게 출발하는 적은 있어도 안 오지는 않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저희도 회사와 연락이 닿지 않아 난감하네요.”

또, 기다렸다.
성남까지 약 2시간여 소요된다고 하는데 벌써 시계는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차만 온다면 저녁 6시 약속은 맞추기가 가능하다. 날씨가 풀렸다지만 바깥 온도는 여전히 영하였다. 동동거리던 발이 약간씩 무감각하기 시작했다. 다시 건설청에 물었다. 딱히 물을 곳도 없었다.

“버스회사에서는 출발했다고 하는데요. 아직 안 왔습니까. 혹시 정류장은 어느 쪽에 계십니까. 반대편 ‘지선버스’라고 쓰인 곳에 있어야 하는데요.”

기가 찰 일이다.
한 시간 여 기다리면서 지나 간 버스는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인천행 한 대, 서울 행 한 대, 그리고 계룡시에서 오는 청주행 버스 2대가 전부였다. 또 기다렸다. 이번에는 건설청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제도 조금 늦게 출발했다고 하던데... 시외버스 회사에서 고객이 없으면 바로 가버리는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유성으로 가서 타시는 게 좋겠습니다.”

말은 공손했다. 하지만 건설청 교통담당자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어이가 없었다. 문제를 알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했어야 했다. 그게 감시감독권을 행정당국에 준 이유가 아닌가.

상황적으로 어쩔 수 없었다. 유성으로 가는 수밖에...차 안에서 중부 고속에 전화를 했다.

“죄송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사과는 들었지만 화는 풀리지 않았다. 글로벌 도시를 지향한다는 세종시. 작은 노선버스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첫마을 주민들 불편을 최소화 하겠다고 하던 그 호언장담은 적어도 이날만큼은 허언(虛言)이었다. 성남에서의 약속시간은 수도권 퇴근시간까지 겹쳐 한 시간 반이나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