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 앞세우다 대학교육 다 죽습니다"
"취업률 앞세우다 대학교육 다 죽습니다"
  • 금강일보
  • 승인 2012.09.0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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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인사' 김형태 한남대 총장, 정부에 쓴소리

 
“대학을 눈앞의 실적주의에 줄 세워 평가하면 대학 교육 다 죽습니다. 취업, 취업하는 데 그렇다면 기초과학이나 인문학 등은 폐지해야죠. 요즘, 대학의 역할에 대해 새삼스레 고민하게 됩니다.”

김형태 한남대 총장이 3일 개강 인사차 들렀다. 이맘때면 얼굴 한 가득 캠퍼스의 파릇한 희망과 설렘을 담아 오는 그지만 이날만큼은 근심도 묻어났다.
지방사립대가 처한 척박한 현실 위에 대학의 생태적 특성이나 역량은 아랑곳없이 취업률이라는 일률적인 잣대를 덧대는 정부 정책이 마뜩잖기 때문이다.
“대학이라는 곳이 시대를 고민하고 그래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야 하는데 먹고 사는 문제만 강조하다 보니 당장의 성과에 매달리게 됩니다. 물론 취업,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취업률을 대학 평가의 주요 잣대로 들이댄다면 공대나 상대만 있어야겠지요.”

정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 선정 방법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기준 없는 서열화까지 쏘아 붙였다.
“누구는 자전거 타고 질주하고 누구는 걸어가야 하는 경쟁에서 승부는 뻔합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뜀박질 대결과 다를 게 없어요. 기준과 조건이라는 밑천이 다른데 국립과 사립, 수도권과 지방 등을 뒤섞고 싸잡아 서열화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만약 토끼와 거북이가 바다에서 헤엄을 친다고 생각해 보세요. 입장이 바뀔 겁니다.”

‘청소하는 총장님’으로 화제를 돌리니 특유의 밝은 화색이 돈다.
“59개 학과 2학기 수석과 차석들에게 장학금 증서를 수여했습니다. 자부심의 증표죠. 조만간 오너스클럽 장학생들이 가슴 띠 두르고 솔선수범해 캠퍼스를 청소할 겁니다. 당연히 저도 함께할 거고요.”
누구보다 상아탑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그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긴 안목의 인재를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인다. 그래서 작금의 상황이 더 안타깝다.
이인회 기자 sindo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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