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리 학마을, 백로는 오지 않았다
감성리 학마을, 백로는 오지 않았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2.08.01 14: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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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환경 파괴로 서식 개체수 10배나 줄어, 보호대책 시급

   감성리 일명 '학마을' 주민들이 오지 않는 백로를 기다리면서 산 전체가 하얗게 뒤덮혔던 옛 서식지를 가리키고 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시끄러워서 못살 정도로 많았습니다. 지난해도 많이 안 왔는데 올해는 작년에 반도 안 됩니다. 이러다가 학마을이 없어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학마을’로 불리는 세종시 금남면 감성리.
이제는 그 이름이 부끄러울 만큼 학이 날아오지 않고 있다. 더구나 세종시가 출범한 올해에는 아예 백로는 오지 않고 왜가리만 둥지를 틀었다. 그것도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던 지난해의 반도 안 된다는 게 동네 분들의 말이었다.

“약 4-500마리나 될까요. 아무리 많아도 그 숫자는 넘지 못할 겁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참판 댁 뒤 대나무 밭에까지 둥지를 틀었는데 올해는 아예 내려오지도 않았습니다. 꽥~ 꽥~ 거리면서 똥을 싸고 시끄럽게 울던 백로들의 울음소리는 없고 보다시피 조용하기만 해요.”

감성리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70년째 살고 있다는 이태순 할머니는 “있을 때는 귀찮았는데 없어지려고 하니까 서운하기 짝이 없다”며 사라져가는 ‘학마을’을 아쉬워했다. 감성리 은행나무 아래 모여 있던 동네 노인분들은 한결같이 “예전에는 말도 못할 만큼 많았다”며 “지금은 날아가는 것도 가끔 볼 정도로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상현 이장 등 주민들은 금천천 농업용 보 준설과 서식지 아래 잡목 제거 등 보호대책을 호소했다.
‘학마을’ 별칭을 얻게 된 감성리는 우리나라 몇 안되는 백로 서식지.
왜가리와 백로가 한데 엉켜 살면서 잿빛 왜가리보다는 백로를 지칭해 ‘학마을’이라고 불렀다. 동네 사람들은 많은 학이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고 믿고 있었으며 지금도 인근 동네와 비교하면서 “유별나게 잘 된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흉하게 된 분도 없다”는 말로 학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었다.

한때 조치원행 국도를 따라가다가 감성리 뒷 산을 보면 산꼭대기는 백로 배설물로 나무가 허옇게 죽었고 산 전체가 백로와 왜가리로 덮힐 만큼 개체수가 많았다. 더구나 뒷 산을 오르려면 배설물을 피하기 위한 가리개가 필요했고 산란기에는 나무에서 떨어진 알과 새끼들이 부지기수일 만큼 온 산이 백로천지였다.

“그때는 5-6천마리는 됐어요. 농약 사용으로 백로 먹이인 미꾸라지, 개구리, 물고기 등이 없어지면서 날아오는 숫자가 점차 줄어들더니 행복도시 건설로 양화리 앞 쪽 논이 없어지고 나서 확 줄었어요.”

이장 신상현씨(66)는 백로 감소를 먹이 사슬 파괴로 보면서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세종시의 명물이 되려면 예전부터 내려온 학을 보호하면서 개체수를 늘리는 게 급선무라는 말이었다.
우선 감성리 주변을 흐르는 금강, 계룡천, 금천천에 농업용 보를 준설하여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가장 가까운 곳인 금천천에 위치한 보 3개를 수리하여 물고기도 살고 농업용수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때 국도를 따라가면서도 보였던 서식지가 이제는 적막이 흐를 정도로 개체수가 줄어들었다.
또, 얼마 되지 않는 왜가리를 보호하기 위한 천적 퇴치를 위한 작업도 있어야 했다. 요컨대 잡목을 제거하여 살쾡이, 뱀 등 천적이 왜가리와 백로 새끼를 먹어치우거나 알을 훔쳐가는 걸 방지하는 일이었다. 둘 다 예산보다는 의지가 중요한 사업이었다.

신상현 이장은 “연기군에서 보호지라고 간판만 내걸어 놓고 지금까지 보호한 건 하나도 없었다” 며 “세종시 출범과 함께 이곳이 명품도시의 명물이 되려면 먹이를 찾을 수 있는 지역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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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만섭 2012-08-09 11:30:32
감성리가 고향인 사람으로서,
학이 사라진 학마을의 안타까운 현실을 기사로 내주신
세종의 소리 김중규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세종시는 감성리 마을에 예전처럼 학이 돌아와 살 수 있도록
친환경적인 행정과 주민정서를 배려하는 행정을 펼쳐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