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기 조작 실수”… 참으로 딱한 국민의힘 김학서 세종시의원
“투표기 조작 실수”… 참으로 딱한 국민의힘 김학서 세종시의원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3.14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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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동료들 14일 입장문… 실수 당사자로 김학서 의원 명시
또 재투표 요구… 상병헌 의장, 찬반 기표 의미·투표 절차 상세설명
표결 안 빨라… 의사봉 3번-가결 선포 전 수정 의사 확실히 했어야
13일 세종시의회 제81회 임시회 본회의장 전광판에 띄워진 표결 결과.

13일 세종시의회 제8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세종시 출자·출연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표결에서 14대 6으로 나온 결과는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의 소신 투표가 아니라, 실수 탓에 의한 것이라는 정황이 분명해졌다.

국민의힘 소속 세종시의회 의원들은 14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재투표 절차에 들어갈 것을 요구하면서, 문제의 이 의원이 김학서 제2부의장임을 명시했다.

여론의 시선이 모아지는 김학서 부의장은 13일 표결을 하는 과정에서 서두르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며, 옆에 앉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에게 무언가 물어보는 태도를 보였다.

의아해진 여성 의원은 “아직도 이거(전자투표) 잘 모르세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후 김학서 부의장은 자신의 몸을 일으켜 본회의장 통로 건너편에 앉은 같은 당 소속 남성 의원에게 뭔가를 물었다.

본회의장 통로를 가로질러 건너편 같은 당 의원에게 뭔가를 묻는 모습은 방청석에서도 목격됐다.

질문을 받은 남성 의원은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 잘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지만, 결국 김학서 부의장은 자신의 의도와 다른 표결을 한 듯하다. 자신의 의도에 맞게 기표를 하려면 찬성 버튼을 눌러야 할지, 반대 버튼을 눌러야 할지 헷갈렸던 모양이다.

주변에 있던 민주당 소속 여성 의원 서너 명은 “잠시만요”라고 말하는 김학서 부의장의 목소리를 들었다지만, 의장석이나 방청석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잠시만요’라는 크지 않은 목소리는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확고히 표시하거나, 본회의의 의사진행을 바꾸기 위한 절차에 부합하는 발언은 아니다.

문제의 김학서 부의장이 본회의 진행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리빨리 진행됐다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상병헌 의장은 투표 시작 전, 찬-반을 표기하기 위해서는 각각 어느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전자투표 방법과 유의할 점 등을 비교적 차근차근 설명했다.

투표가 시작되고 나서 1분여 뒤 상 의장은 “투표를 마무리하지 않은 의원님들은 마무리해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했고, 약 10초 뒤에 “투표 다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이 과정에서 본회의장 전광판에 ‘재석 20명, 찬성 14명, 반대 6명, 기권 0명, 결과 가결’이라는 화면이 띄워졌다.

이 상태에서 상 의장은 “투표를 마무리 해 주시길 바랍니다” “투표 다 하셨습니까?”라는 말을 약 30초 간격으로 물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이의제기, 의사진행발언 신청은 없었다.

13일 본회의가 끝난 후는 물론 14일 낸 입장문에서도 세종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절차상의 오류,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표결 결과를 화면에 띄우는 전광판의 조기 작동은 세종시의회사무처가 잘못을 인정했으므로 따져 보아야 할 문제다.

전광판의 조기 작동이 표결 결과를 뒤엎고 재투표를 할 만한 충분한 사안인지는 다소 예민해 보인다. 의정·법률 전문가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 분석해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의장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3번 두드렸다는 점이다.

의원이 아니더라도 의장이 의사봉을 3번 두드리며 가결됐음을 선포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또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기 전, 본회의장 의석에서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14일 입장문에서 보듯이 김학서 부의장은 자신의 기표를 수정하려고 시도한 듯한데, 고쳐지지 않는다면 손을 번쩍 들어 큰소리로 “이의 있습니다”라고 하든지, “긴급 의사진행발언 있습니다”라는 등의 말을 외치고 기표를 수정하려는 의도를 관철했어야 한다고 본다.

전자투표를 한두 번 한 게 아님에도, 본회의를 한두 번 한 게 아님에도 의사진행에 익숙해지기가 이렇게 힘든 것인지 궁금하다.

14일 나온 입장문은 “김학서 부의장이 전자투표기 조작을 실수해”라는 표현을 썼는데,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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